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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과 리코타치즈, 말린 토마토.. 그저 먹음직하다.
 바질과 리코타치즈, 말린 토마토.. 그저 먹음직하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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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생긴 날, 훌쩍 나가고 싶은데 꾸미고 다니기는 싫고…. 그렇다고 어디에 쭉 있기보다는 잠깐의 기분 전환이 필요한, 딱 그런 날엔 빵을 사러 돌아다녀 보는 건 어떨까?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듯 베이커리도 개성 넘치는 곳이 많아져, 골라 다니는 재미가 있다. 심지어 식당처럼 혼자 들어가는 걱정도 필요 없고, 그 자리에서 뭘 꼭 먹을 필요도 없다. 그저 부담 없이 출발해 보자.

빵집을 다닌다는 것.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다.
 빵집을 다닌다는 것.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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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부천에 새로운 베이커리가 오픈했다. 인천으로 이사 오고 꽤 다양한 빵집을 다녀봤지만 아직은 조금 올드한 느낌이거나 혹은 거리가 상당히 멀어 좀처럼 접근성 있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SNS를 통해 새로운 가게가 생겼다는 걸 보고 마치 백화점에 신상 옷가지 등을 쇼핑 하러가는 것 마냥 들떠서 길을 나섰다.

"새로 생긴 빵집을 일부러 찾아가?"

카페투어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름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처럼 나 역시도 빵집을 찾아가 그 정취를 느끼고 소소한 빵을 사다 먹는 일을 일종의 취미로 밀고 있다. 도입부에서 말했듯 휴일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으로.
아기자기한 외관을 가진 빵집이다.
 아기자기한 외관을 가진 빵집이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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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높게 올라간 단지 사이로 잘 눈에 띄지 않는 상가. 다른 상점들과 섞여 수줍게 자리 잡고 있는 '담다' 베이커리를 간신히 찾아낸다. 군데군데 놓인 화분이나 손 글씨로 쓴 입간판에서 여성스러운 감성이 물씬 풍겨오는 첫인상을 가진 빵집이다. 목조로 된 울타리, 테이블 그리고 의자. 보기보다 쉬어 갈 수 있는 자리가 제법 갖추어져 있는 곳. 자그마한 베이커리 앞마당이지만 아담하게도 꾸며놓은 이 자리에서 쉴 때만큼은 손님들에게 주변과 다른 느낌을 주고 싶어 하셨음이 분명하다.

귀여운 장식이 많은 곳
 귀여운 장식이 많은 곳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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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오픈된 주방. 카운터 뒤의 커다란 오븐이 먼저 보인다. 이것마저도 금속제의 차가운 느낌을 가리기 위해 귀여운 디자인의 천을 입혀놓았다. 군데군데 눈에 들어오는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아직은 다 정돈되지 않은 듯한 모습에선 아직은 자리가 잡히지 않은 오픈 초기 빵집의 부산함과 그런 와중에서도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시려는 쉐프님의 소녀(?)스러운 감성이 동시에 묻어난다.
인절미가 들어간 팥빵은 단연 눈에 들어온다.
 인절미가 들어간 팥빵은 단연 눈에 들어온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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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의 종류가 의외로 많다.
 식빵의 종류가 의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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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오른쪽으로 자리 잡은 빵과 디저트들. 가게 안에도 작게나마 자리가 있고 카페 메뉴도 하신다. 혼자하시는 빵집임에도 나름 다양한 빵들(물론 대형 체인을 생각하면 가짓수가 적다.) 인절미가 들어간 팥빵, 리코타 치즈와 바질이 들어간 치아바타. 그리고 단호박이나 무화과 등을 넣은 하드빵에서 앙버터나 브레첼까지 수수하면서도 트렌디하다고 해야 하나? 비교적 젊은 느낌이 드는 메뉴들로 구성되어있다. 베이컨치즈오믈렛 같은 빵 역시도 튼실하지만 일반 빵집 샌드위치랑 다른 세련된 스타일이고.

의외로 눈에 띄는 건 너덧 종류의 생각보다 다양한 식빵들. 쉐프님께선 식빵보단 하드빵 위주로 만들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동네 분들이 주로 찾는 메뉴이다 보니 이렇게 늘어났다고 하셨다. 그 중 콩가루가 묻어있는 쑥모찌모찌 식빵은 얼핏 보면 나이 드신 분들이 찾으실 거 같지만 젊은 분들도 좋아라하는 감각적인 빵. 카운터 쪽으론 디저트도 보이는데 브라우니, 케이크 들은 조각 단위로 포장 되어있어 부담스럽지 않게 한 개씩 사다 먹을 수가 있다.

아직은 오픈한 지 반년이 안 된 가게. 그래서인지 빵 메뉴들은 고정되어 있다기 보단 자리를 잡아가는 중에 있다. 또 거기에 하고 싶은 게 많은 쉐프님의 욕심 아닌 욕심까지 더해지다 보니 몇몇 알려진 빵을 제외하고는 계속 새로운 메뉴가 나오고 들어갔는데, 덕분에 오픈 초기 때랑 비교해보면 이곳은 짧은 시간에 제법 많은 변화를 거쳤다.

빵집에 요런 귀요미들이 많다.
 빵집에 요런 귀요미들이 많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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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오셨을 때랑은 딴 집 같죠?"

짧은 대화였지만 내놓고 싶은 빵 뿐만 아니라 꿈도 많으신 게 말 속에 묻어나던 쉐프님. 물론 혼자서 운영하시는 베이커리이고, 어지간한 건 손수 만드시니 만큼 워낙 일이 많아 힘에 부침을 토로하시기도 하셨지만 이야기하면서 얼핏얼핏 스쳐 지나간 건 초롱초롱한 꿈 많은 소녀의 모습. 그 기운은 가게 곳곳에도 스며들어 있었지만 다른데 보다도 담다 베이커리의 빵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숨을 쉬고 있었다.

오늘은 무슨 빵을 만들어볼까? 또 어떻게 만들어볼까? 하며 이리저리 고민하고 재료를 고르고 테스트하는 과정은 데이트에 나가기 전 화장을 하고 옷을 고르는 과정과도 얼핏 통하는 게 있어 보인다. 결과가 후자는 누군가에게 아름다움으로, 전자는 맛있음으로 바뀌어 나타날 뿐.

자리가 은근히 많은 빵집. 비만 안 왔어도...
 자리가 은근히 많은 빵집. 비만 안 왔어도...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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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빵을 고르고 나오니 들어가면서 봤던 널찍한 테라스가 또 눈에 들어온다. 그 건너로 일부러 파라솔까지 달아 놓은 벤치를 마련해 놓으신 건 이 공간이 동네 주민 혹은 멀리서 온 사람들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과 혹은 가게가 작아 불편해할 수도 있는 손님들을 위한 배려가 합쳐진 게 아닐까... 베이커리 이름이 담다인건 이런 작은 마음들이 속에 담겨있어서 그런 거구나 하고 혼자 약간의 억측을 하며 발걸음을 옮겨본다.

그럼 이제 사온 빵들을 먹어봐야겠지?
두툼한 계란에서 이미 끝났다.
 두툼한 계란에서 이미 끝났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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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치즈오믈렛은 두툼하게 들어간 계란과 치즈 그리고 베이컨, 토마토가 눈에 띄는 빵. 구운 베이컨과 빵의 스모키한 향이 먼저 훅 들어오면서 짭짤하고 살짝 기름진 맛이 있는데, 거기에 통후추가 뿌려졌는지 싸한 풍미도 약간 있었다. 계란과 치즈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도 풍부하게 나고, 토마토 덕분에 상큼한 느낌도 있는 샌드위치. 숨어있는 할라피뇨가 톡 쏘는 매콤함을 얹어 주는 게 요 빵의 포인트라면 포인트다.

인절미가 들어간 팥빵이라니!
 인절미가 들어간 팥빵이라니!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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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인절미 단팥빵은 쑥 빵 + 인절미 + 팥앙금의 이름과 다르지 않은 정직한 구성. 빵 자체가 아주 폭신하기도 하지만 떡이 더해지니 더욱 쫄깃하게 먹을 수가 있다. 팥앙금이 많이 달지 않아 팥 고유의 맛이 잘 살아있고 인절미 떡의 고소한 콩가루 맛이 풍부하게 더해져 입맛을 더욱 자극해주는데 여기에 계속해서 깔려있는 쑥의 향토적인 맛 때문인지 빵에서 묘하게 시골스러운 정취를 느낄 수가 있었다. 달지 않은 팥의 매력을 한껏 즐길 수 있는 팥빵.

노란 단호박이 여기저기 들어있다.
 노란 단호박이 여기저기 들어있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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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 찹쌀 바게트는 구수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있는 바게트 속에 단호박 덩어리와 찹쌀떡이 들어있어 쫄깃함을 더해주는 빵. 단호박의 구황작물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맛과 찹쌀의 단맛이 더해지니 은근 호박죽 같은 느낌도 들고 무겁지 않게 먹을 수 있다. 찹쌀 자체에도 단호박을 넣은 꼼꼼한 빵. 찹쌀이 많아 손으로 먹으면 다 묻어나니 조심하자.

덧붙이는 글 | 금요일, 토요일이 휴무입니다.

베이컨 치즈 오믈렛은 목요일과 일요일에만 볼 수 있으니 확인하고 들러보셔요.



태그:#담다베이커리, #빵집, #빵, #빵투어, #빵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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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찾아 떠나는 여행 인스타그램 : @breads_eater https://www.instagram.com/breads_eater/ https://www.youtube.com/channel/UCNjrvdcOsg3vyJr_BqJ7Lzw?view_as=subscriber 빵과 빵집을 소개하는 걸 업으로 삼고 싶은 무모한 꿈을 꾸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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