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복씨가 1980년 광주항쟁이 일어났을 당시 근무했던 파레스 호텔 사무실 내부 전경. 벽면에 호텔 설립자 및 관련 행사 사진이 걸려있다.

김사복씨가 1980년 광주항쟁이 일어났을 당시 근무했던 파레스 호텔 사무실 내부 전경. 벽면에 호텔 설립자 및 관련 행사 사진이 걸려있다. ⓒ 이선필


 김사복씨가 1980년 광주항쟁이 일어났을 당시 근무했던 파레스 호텔 사무실 내부 전경. 벽면에 호텔 설립자 및 관련 행사 사진이 걸려있다.

ⓒ 이선필


"그게 궁금해서 온 거지? 승필이가 말하는 아버지가 김사복 맞냐, 그 김사복이가 광주에 다녀왔냐. 맞아! 99프로도 아니고 100프로야!"

전국관광택시 전임대표 이원무(80)씨는 기자를 보자마자 위와 같이 말했다.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광주로 그리고 김포공항까지 태워 그날의 진실을 알리는 데 도움을 준 김사복씨. 그의 행적에 대해 증언해 줄 잃어버린 고리 중 하나가 바로 파레스 호텔 측이다.

24일 보도대로(관련기사: "<택시운전사> 김사복은 내 아버지... 사진 공개합니다") 김승필씨는 본인이 김사복의 아들이라며 아버지가 힌츠페터 기자를 모시고 1980년 5월의 광주를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정황증거 중 가장 유력한 게 김사복씨가 근무했던 서울 회현동의 파레스 호텔, 그리고 그곳에서 운영한 관광택시다.

이원무씨는 당시 파레스호텔 상무이사로 근무하며 두 대의 호텔택시를 관리했다. 기자가 제시한 김사복, 김승필씨 사진을 보자마자 이씨는 "젊었을 때 잘생겼던 사복이가 맞다!"며 "그의 아들이 이렇게 늙었냐?"고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그는 김승필씨의 부친인 김사복씨가 파레스 호텔에서 운영한 관광택시를 운전했으며, 그가 80년 5월에 광주에 다녀왔다고 하는 걸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힌츠페터 기자에 대한 언급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원무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영상 및 사진 촬영을 한사코 거절해 육성으로만 인터뷰를 진행했다.

내 아버지가 '김사복' 자신의 아버지가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독일방송사 힌츠 페터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갔던 김사복씨(영화 택시운전사 실제주인공)라고 밝힌 김승필씨가 아버지 관련 사진 여러장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김사복씨의 단독사진과 함께 외신기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호텔 텍시를 운행하며 외신기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포함되어 있다.

▲ 내 아버지가 '김사복' 자신의 아버지가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독일방송사 힌츠 페터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갔던 김사복씨(영화 택시운전사 실제주인공)라고 밝힌 김승필씨가 아버지 관련 사진 여러장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김사복씨의 단독사진과 함께 외신기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호텔 텍시를 운행하며 외신기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포함되어 있다. ⓒ 권우성


김사복씨와 80년 당시 운행하던 차량 자신의 아버지가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독일방송사 힌츠 페터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갔던 김사복씨(영화 택시운전사 실제주인공)라고 밝힌 김승필씨가 아버지 관련 사진 여러장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김사복씨의 단독사진과 함께 외신기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호텔 텍시를 운행하며 외신기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포함되어 있다. (사진속 김사복씨 오른쪽으로 보이는 검은 승용차가 김 씨가 당시 운행하던 차량이다)

▲ 김사복씨와 80년 당시 운행하던 차량 자신의 아버지가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독일방송사 힌츠 페터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갔던 김사복씨(영화 택시운전사 실제주인공)라고 밝힌 김승필씨가 아버지 관련 사진 여러장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김사복씨의 단독사진과 함께 외신기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호텔 텍시를 운행하며 외신기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포함되어 있다. (사진속 김사복씨 오른쪽으로 보이는 검은 승용차가 김 씨가 당시 운행하던 차량이다) ⓒ 권우성


 김승필씨의 부친 김사복씨와 그가 몰던 차가 보인다. 해당 차량을 두고 김승필씨는 "<푸른 눈의 목격자>에도 이 차가 나온다"며 "힌츠페터씨가 인터뷰를 통해 포드라고 말한 게 있는데 바로 그 포드이며 이 차가 광주에 갔던 바로 그것"이라 말했다.

김사복씨와 그가 몰던 차가 보인다. 해당 차량을 두고 김승필씨는 "<푸른 눈의 목격자>에도 이 차가 나온다"며 "힌츠페터씨가 인터뷰를 통해 포드라고 말한 게 있는데 바로 그 포드이며 이 차가 광주에 갔던 바로 그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바로 윗 사진의 차량과 뒷모양이 다소 달라보인다. ⓒ 이선필


외국인만 태웠던 그 차

- 다시 확인 부탁드린다. 김승필씨의 부친 김사복씨가 이 호텔에서 일했고, 그가 광주를 다녀온 게 맞는지.
"맞다. 당시 문화공보부라고 거기서 관광택시에 일을 주고 그랬다. 사복이도 이 호텔에서 일했고, 광주도 다녀왔다. 어떻게 알았냐면 한 며칠 호텔에 안 보이다가 내게 전화를 해서 술 좀 마시자고 하더라. 여기(회현동) 근처 아바이순대 집에서 둘이 소주를 마시는데 '광주에 다녀왔는데 갇혀서 혼쭐이 났다'고 하더라.

내가 사복이 병원에 있을 때도 갔고, 장례식도 다녀왔다. (죽기 전에) 언젠가 술 먹는데 자기 배를 내보이며 여기 좀 만져 보슈 하더라. 만져 보니 암 덩어리가 단단하게 만져지는 거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리 된 거지."

- 누굴 태웠는지도 말했나. 독일 기자 힌츠페터라는 이름도 언급했는지.
"에이 그 얘긴 안했지. 근데 딱 보면 안다. 3일, 4일 간 차가 없었고 나중에 와서 광주에 다녀왔다고 하는데 그러면 그 기자지. 당시 택시는 한국인은 못 탄다. 당신 같은 기자 양반도 못 타! 오직 외국인만 탈 수 있었다."

- 김승필씨는 아버지가 광주에 다녀왔는데 차가 찌그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 부분도 확인했나.
"차가 찌그러져? 그 부분은 모르겠다. 내가 일일이 차 상태를 확인한 것도 아니고. 하여튼 며칠 안 보였고, 광주에 다녀왔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했다. 어떻게 들어갔고 나왔는지 상세히 얘기도 안 했다. 근데 딱 알지."

 해당 사진은 김승필씨가 김사복씨의 사업을 잇기 위해 파레스호텔과 법적 분쟁을 하던 소송장이다. 고소 취지에 김승필씨 아버지 김사복의 이름이 나온다.

해당 사진은 김승필씨가 김사복씨의 사업을 잇기 위해 파레스호텔과 법적 분쟁을 하던 소송장이다. 고소 취지에 김승필씨 아버지 김사복의 이름이 나온다. ⓒ 파레스호텔


- 힌츠페터는 당시 한국 상황이 수상하다는 걸 알고 몰래 들어왔다는데, 문화공보부에서 어떻게 일을 줄 수 있었을까. 김승필씨는 당시 NHK 기자 히로세씨가 소개해줬을 거라고 말했다. 혹시 김사복씨가 누구의 소개를 받았는지 아시는지.
"문공부에서 줬겠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운행하는 거나 금액을 받는 건 당시 기사 마음이었다(명의는 호텔이었지만 당시 관광택시 운전사들은 개인이 지입식으로 운행했다 - 기자 주). 그 독일 기자에게 얼마 받았는지도 모르겠어. 기사가 부르기 나름이었거든."

이원무씨는 김사복씨가 1977년 아니면 1978년부터 근무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평소 점잖은 사람이었고, 호텔 직원들과도 관계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씨와 인터뷰 중 또래로 보이는 호텔 관계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여 봐봐, 사복이 맞지?" 이씨가 묻자 그 역시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 독일 기자 부인이 한국에 왔었다면서? 진작 여기 왔으면 됐을 텐데. 사복이가 일찍 죽어서 소식을 몰랐겠지만 그가 광주에 다녀온 게 맞다. 근데 그를 왜 찾아? 영웅은 그 독일 기자지. 사복이는 할 일을 한 거야!"

** 김승필씨의 부친 김사복씨가 힌츠페터 기자와 동행했던 '김사복씨'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보를 갖고 계신 분은 제보 부탁드립니다.(philsunny@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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