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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범죄 해결을 위해 대통령까지 나섰습니다. 8일 문재인 대통령은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지난 10년 사이(2006~2016) 10배 이상 늘었습니다. 현실이 이러니, 몰카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여성들은 원룸, 공중화장실 등 일상 공간에서조차 마음 편히 지낼 수 없습니다. 현실의 공포에 심리적 불안까지 더해져 위축되는 것이지요. <오마이뉴스>는 '몰카 OUT' 기획을 통해 몰카공화국이 된 대한민국의 현실을 짚고, 그 대안을 모색합니다. [편집자말]
#. A씨는 어느 남성과 한 차례 만남을 가졌다. 어느 날 A씨 지인의 SNS 계정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A씨의 신체가 담긴 사진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상을 밝히지 않은 채 "당신이 아는 사람 아니냐"고 물었다.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경찰이 입수한 범인의 하드디스크엔 다른 여성과 성관계하며 몰래 촬영한 영상과 사진이 담겨 있었다. 그는 몇 달 전 법정 구속됐다. 하지만 동의 없이 찍힌 영상과 사진은 인터넷 도처에 퍼져있었다.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 김호진(47)씨는 온라인 공간에서 유통되고 있는 몰카 영상과 사진을 삭제한다. 사람들은 이 회사를 '국내 1호 디지털 장의사' 업체로 부른다. 디지털 장의사는 인터넷 바다 위로 떠다니는 사진, 동영상 등 특정인에 관한 각종 기록을 찾아 장례를 치른다. 의뢰인의 위임을 받아 각종 게시물을 대신 지우는 것이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산타크루즈컴퍼니를 찾았다.

'국내 1호 디지털 장의사'로 명성을 떨친 온라인 기록 삭제 업체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 대표가 본사 사무실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동영상이 유포되기 전에는 그저 밝고 건강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동영상이 유포된 사실을 안 다음에는 자기 스스로 대인관계를 끊는다"며 몰래카메라(몰카) 등 디지털 성폭력 영상 유포에 따른 피해사례를 지적했다.
 '국내 1호 디지털 장의사'로 명성을 떨친 온라인 기록 삭제 업체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 대표가 본사 사무실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동영상이 유포되기 전에는 그저 밝고 건강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동영상이 유포된 사실을 안 다음에는 자기 스스로 대인관계를 끊는다"며 몰래카메라(몰카) 등 디지털 성폭력 영상 유포에 따른 피해사례를 지적했다.
ⓒ 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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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유포돼 직장 잃고, 스스로 목숨 끊기도

국내에는 디지털 장의사 일을 하는 업체가 20여 개에 달한다. 일반적인 개인 정보를 삭제하는 업무를 하기도 하지만, 몰카 영상·사진을 지우는 일도 맡는다.

몰카나 보복성 사생활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피해를 입은 이들은 상당하다. 대검찰청이 펴낸 '2016 범죄분석'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2011년 1523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5년 사이 3배 넘게 급증했다.

관련 업체 홈페이지 상담문의 게시판에는 '몰카 동영상 피해', '개인 동영상 유출 견적', '리벤지 포르노 삭제 문의' 등의 제목을 단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8월 들어선 28건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김호진 대표는 "전화, 이메일 문의, 카카오톡 상담 등 각종 수단을 통틀어 몰카 동영상 또는 사진을 삭제해달라는 의뢰가 월평균 120~130건 정도 된다"고 말했다. 회사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는 이들도 다달이 15명가량 된단다.

2015년 3월~2017년 2월 의뢰인(일반인)이 삭제 요청한 데이터의 비중. 몰래카메라(몰카) 동영상 등 사진·영상 데이터의 양이 전체의 55%를 차지한다. 산타크루즈컴퍼니가 작성한 '의뢰 현황 리포트'의 내용 일부를 가공했다.
 2015년 3월~2017년 2월 의뢰인(일반인)이 삭제 요청한 데이터의 비중. 몰래카메라(몰카) 동영상 등 사진·영상 데이터의 양이 전체의 55%를 차지한다. 산타크루즈컴퍼니가 작성한 '의뢰 현황 리포트'의 내용 일부를 가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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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크루즈컴퍼니는 2008년 이래 줄곧 악성 댓글이나 허위사실을 적시한 게시물을 모니터링했다. 몰카 동영상 삭제에 나서게 된 건 불과 4년도 안됐다. 어느 날 한 여성이 회사를 찾아온 게 첫 시작이었다. 오래 전 찍은 동영상이 문제였다. 해당 영상은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 없이 온라인 공간에 유포됐다. 피해자는 이에 대한 불안 때문에 일상 생활을 제대로 이어가기 힘든 상태였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1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1심 판결을 내린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사건 2389건을 분석한 바 있다. 몰카 범죄 피해자의 99%가 여성이었다. 실제로 해당 업체를 찾는 영상 삭제 의뢰인의 70% 이상이 여성이다. 청소년과 20대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영상이나 사진이 온라인에 넓게 퍼진 사실을 아는 순간, 피해자의 삶은 반전된다.

"동영상이 유포되기 전에는 사람이 그저 밝고 건강하게 지내면서 여행도 다니고, 주말에 친구들 만나서 술 한 잔 마시고 수다를 떨어요. 그런데 동영상이 유포된 사실을 안 다음에는 자기 스스로 대인관계를 끊어요. 행여나 연락이 오면 불안한 거예요. 동영상 얘기할까봐."

한 피해자는 사생활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몰카 동영상 유포 협박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있다.

얼굴이 나오지 않더라도 특정 신체 부위나 주변 배경 묘사 등을 통해 피해자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소속 학교나 기업명, 사람 이름으로 제목을 붙여 영상을 퍼뜨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가장 악질적인 사례가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연인관계였던 이의 내밀한 삶을 동영상으로 편집해 유포하는 것이란다.

"어떤 남성은 이별에 앙심을 품고 애인과 관련된 각종 사진, 영상을 종합해 온라인에 유포했어요. '너 없으면 나도 없고, 내가 있으면 너도 있다'는 식의 사고인데, 얼마나 비참한 케이스예요."

온라인 기록 삭제 업체 '산타크루즈컴퍼니'가 일반인으로부터 의뢰받은 특정 영상 삭제 요청과 관련해 만든 보고서 가운데 일부. 국내 P2P(개인 간 거래) 파일공유 업체나 웹하드 사이트에 게시돼 있는 해당 영상의 건수가 원그래프와 도표로 나타나 있다.
 온라인 기록 삭제 업체 '산타크루즈컴퍼니'가 일반인으로부터 의뢰받은 특정 영상 삭제 요청과 관련해 만든 보고서 가운데 일부. 국내 P2P(개인 간 거래) 파일공유 업체나 웹하드 사이트에 게시돼 있는 해당 영상의 건수가 원그래프와 도표로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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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140개 사이트 샅샅이 뒤져

업체가 의뢰인과 정식 계약을 맺으면 검색엔진 구글을 기반으로 영상 링크 수집에 들어간다. '파일' 또는 '박스'의 이름을 달고 있는 P2P(개인 간 거래) 파일공유 업체나 웹하드의 사이트만 국내엔 40개 남짓 된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포르노를 유통하는 한글 사이트는 100여 곳을 상회한다. 한국에서 유출된 영상을 선보이는 영문 사이트도 있다.

한 작업마다 세 명의 직원이 팀을 이룬다. 데이터 수집, 보고서 작성, 삭제 요청 등으로 업무가 나뉜다. 데이터 취합 과정에선 소프트웨어를 활용한다. 디지털 성범죄 동영상의 정지 화면마다 배경에 데이터 값을 매기는 프로그램이다. 사람의 몸에서는 값이 측정되지 않는다. 화면 속 여백에 표시된 점수의 일치 여부로 동영상을 골라낸다.

영상을 수집할 요량으로 직원이 P2P 사이트에 오른 영상을 찾아 일일이 내려 받는다. 휴대전화 소액결제 등으로 포인트를 구입한다. 한 편의 영상마다  100~1000포인트(원)가 든다. 불법 채팅·도박 사이트 등에서 사용자 유입을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양한 몰카 영상을 짜깁기해 2차 유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문에 영상 합본을 살펴보는 것 역시 필수다.

하지만 프로그램으로도 찾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플래시 동영상으로 변환된 영상을 재생하는 플랫폼을 통해 음란물을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그렇다. 피해자가 삭제를 의뢰한 특정 영상을 찾으려고 다양한 검색어를 동원한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산타크루즈컴퍼니 사무실에선 예닐곱 명의 직원들이 컴퓨터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구글 검색창에 특정 문장으로 시작하는 영상 제목을 입력하자 2천여 건에 달하는 게시물이 나타났다. 어느 직원은 각 게시물 속 영상을 일일이 확인하며 엑셀 파일에 기존 명칭, 변경된 명칭, 인터넷 주소 링크, 해당 사이트 이름, 후속 조치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오후 7시 퇴근할 때까지 줄곧 영상을 봐야 하는 수작업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다. 직원들은 수집한 영상을 토대로 파일공유 업체와 포르노 사이트의 전자우편 계정으로 삭제 요청서를 보낸다. 국내 사이트는 보통 1시간, 길어야 이틀 이내에 삭제된다. 하지만 해외 사이트의 사정은 다르다. 일주일 이상 소요된다. 사업 초기엔 2~3개월이나 걸리기도 했다.

온라인 기록 삭제 업체 '산타크루즈컴퍼니' 직원의 컴퓨터 모니터에 의뢰인이 요청한 영상이 게시된 포르노 사이트와, 영상물의 제목·인터넷 주소 링크·해당 사이트 이름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엑셀 프로그램 화면이 드러나 있다.
 온라인 기록 삭제 업체 '산타크루즈컴퍼니' 직원의 컴퓨터 모니터에 의뢰인이 요청한 영상이 게시된 포르노 사이트와, 영상물의 제목·인터넷 주소 링크·해당 사이트 이름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엑셀 프로그램 화면이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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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급한데... 대응 느린 SNS 업체와 방심위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온라인 이용자들의 소통 경로로 부각되자 온라인 음란물이 유통되는 장으로 새롭게 떠올랐다(관련 기사 : "지인능욕·몰카 디지털 성범죄, 기업도 책임 있다"). 2010년대 초반엔 페이스북, 트위터가 주범이었다면 최근 들어선 '텀블러'가 급부상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이 지난해 5월 온라인 음란물 집중 모니터링에 나섰다. 그 결과 적발된 5만 6570건 중 2만 8567건(51%)이 텀블러에서 유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동안 외국 업체들은 음란물을 둘러싼 규제 수위가 비교적 낮았다. 2014년 9월 애플의 온라인 저장소 서비스 '아이클라우드'에서 헐리우드 영화배우 제니퍼 로렌스·케이터 업턴 등 300여 명의 개인기록물이 유출됐다. 파문이 일고 나서야 자정 노력에 시동이 걸렸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 특정 개인의 영상을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인터넷에 올렸다'는 취지로 초상권 침해 등의 이유를 들어 영문으로 삭제 요청서를 보내요. 옛날에는 외국 SNS 기업들이 '삭제'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립하지 않았어요. 과거 한 SNS 업체에 음란물 삭제를 요청하면, 그 이메일을 읽지도 않았다니까요. 해외 업체는 게시물을 삭제하기 위해 내부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열어요. 삭제 요청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를 놓고 최종 결정하는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죠."

끝내 삭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이트에 대해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사이트 접속 차단 조치를 요청한다. 토렌트 사이트도 접속 차단 대상이다. 바이러스나 악성코드에 감염될 우려가 높다보니 업체에서도 선뜻 들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4일부터 열흘에 걸쳐 방송통신위원회는 방통심의위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인권침해 영상물 집중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디지털 성폭력 영상 관련 대응은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확인을 거쳐 삭제까지 최소 한 달 이상의 시일이 걸린다는 게다.

김 대표는 "방통심의위가 2주에 한 차례 회의를 소집해 콘텐츠의 삭제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한다"며 "인터넷 공간에서는 신속성이 생명인데, 일분일초 차단이 시급한 영상은 이미 곳곳에 퍼지게 되는 셈"이라고 혀를 찼다.

그는 삭제 기준과 대상을 명확히 못 박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게끔 법 체계를 정비하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방통심의위원들은 누가 올린 영상인지, 자발적인 의사에 입각해 촬영된 것인지 등을 사안마다 일일이 따지면서 삭제 여부를 판가름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것"이라며 "민간업체에서 선제적으로 사이트 접속 차단 조치를 단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주든가, 아니면 업체가 먼저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난 뒤에 그 사유를 설명하면 적절성을 검토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산타크루즈컴퍼니'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디지털 성범죄 동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산타크루즈컴퍼니'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디지털 성범죄 동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 산타크루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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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디지털 장례비가 1200만 원

유포된 기간이나 삭제 대상이 게시된 범위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삭제 의뢰가 계약으로 성사되면 피해자들은 매달 200만 원의 비용을 부담한다. 6개월 관리에 보통 1200만 원쯤 낸다. 반년에 걸친 삭제 작업이 끝난 뒤에도 1년 이상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특정 영상을 발견하는 즉시 지워주는 '패키지 상품'도 있다. 매달 10만 원의 모니터링 비용이 든다. 새로 노출된 영상 게시물마다 5만 원을 받고 삭제한다.

그러나 의뢰인의 상당수가 고가의 비용을 접하곤 발걸음을 돌리는 실정이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경제 활동이 미미한 청소년과 20대 여성에 집중돼 있는 탓이다. 매달 의뢰받는 130건 가운데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10~20% 수준에 불과하다. 의뢰인의 74%(2015년 3월~2016년 2월 집계)에 이르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론 돈을 받지 않는다. 대신 사회봉사 20시간 확인서를 요구한다.

"청소년들 중에는 한 달 용돈으로 3만 원, 5만 원을 받는다는 이들이 많아요. '2년 뒤에 대학 들어가면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 비용을 내겠다'는 청소년도 있었어요. 차마 이들에게 돈을 받을 수 없죠."

디지털 성폭력 범죄는 나날이 느는데, 회사는 2014년부터 3년 내리 적자다. 38명의 직원 가운데 10명이 책상을 비웠다.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를 판 돈으로 회사 유지비와 사무실 임대료를 충당하고, 직원들의 급여를 댔다.

이런 상황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개인 사생활 동영상 유포 문제에 칼을 빼들었다. 그는 7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몰카 촬영물과 개인의 성적 영상물 등 디지털 기록이 유포된 피해자에게 삭제 비용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기회만 닿으면 여성가족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했던 김 대표로선 내심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에서 지원을 통해 피해자들이 제대로 자기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몰카 처벌 강화하자는데 "불법성 작다"는 법사위

타인이 동의 없이 개인의 성적 영상물을 유포하는 행위를 철저히 엄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여성변호사회가 1심 판결이 선고된 몰카 범죄 2389건(2011년 1월~2016년 4월)을 조사했더니, 피고인의 68%가 벌금형을 받았다. 그마저도 200~300만 원 수준의 벌금에 그쳤다. 징역형은 단 9%에 불과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상대방의 신체를 찍은 촬영물을 제3자가 동의 없이 유포하는 행위를 둘러싼 벌금액수를 최대 5배(최고 7천만 원) 수준까지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1년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실정이다. 2016년 법사위는 검토보고서를 내고 "성폭력범죄 중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는 비접촉 범죄로서 비교적 불법성이 크다고 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직 몰카나 디지털 성폭력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하는 행위는 '하위문화'의 일종으로 치부된다. 김 대표가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영상이나 사진 속에 드러나는 당사자는 자살까지도 염두에 두는 이들이에요. 이들의 심정을 헤아려보고 말하는 걸까요? 당사자가 나의 식구라면 두 눈 뜨고 영상을 볼 수 있을까요?"

김 대표는 "지금은 1인 1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라며 "앞으로 문제가 더 심각해질 뿐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그간 온라인 공간이 활성화되는 국면에서 성 동영상, 포르노 등이 방치됐기 때문에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서둘러 입법을 강구해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년 전 소위 '빨간 OOO' 비디오가 논란이었다. 세 명의 고등학생이 중학생을 집단 성폭행하는 영상. 사람들은 여학생의 피해엔 아랑곳 않았다. 그저 그의 과거를 힐난하며 2차 가해를 일삼기에 바빴다. 서울시내 전역에 영상이 퍼졌다. 시중 비디오 가게들은 비슷한 제목의 아류 음란물을 팔기도 했다(1997년 8월26일자 <경향신문> 21면). 20년이 지났다. 문제는 여전하다. 김 대표는 이 땅의 남성들에게 '세우지 말라'고 충고했다.

"당신의 촉각을 세워서도 안 되고, 당신의 정신을 세워서도 안 되고, 당신의 성기를 세워서도 안 되는 겁니다. 개인의 성(性) 동영상을 보는 것 자체가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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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수영장 몰카 '위장전술'... "샤워실 수도꼭지까지 살핀다"


태그:#산타크루즈컴퍼니, #디지털장의사, #김호진, #몰카, #리벤지포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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