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를 호령했고,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결승 무대를 밟아본 위르겐 클롭의 관록이 30세 지도자 율리안 나겔스만에게 좌절감을 안겼다. 리버풀은 원정 1차전 2-1 승리를 거뒀음에도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이며, 전반 20분 만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그들은 모든 면에서 2016·2017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돌풍의 주역 호펜하임을 압도했다.

리버풀이 24일 새벽 3시 45분(한국 시각)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열린 2017·2018시즌 UCL 플레이오프 2차전 호펜하임과 경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이로써 리버풀은 지난 1차전 원정에 이어 2차전에서도 승리를 가져가며, 합계 6-3으로 UCL 본선 무대를 밟는 데 성공했다.

작정하고 달려들었다. 리버풀은 전반 1분 만에 상대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1차전의 영웅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슈팅이 수비벽에 맞고 흐른 것을 모하메드 살라가 헤더로 연결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1분 뒤, 수비 라인을 무너뜨린 사디오 마네가 올리버 바우만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아내며 골문을 위협했다.

호펜하임은 1차전 홈 패배를 극복하기 위해 움츠려있지만 않았다. 전반 6분, 케렘 데미르바이의 침투 패스를 파벨 카데라벡이 낮고 빠른 크로스로 연결했고, 세르쥬 나브리가 골문 앞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정확도가 아쉬웠다.

치열한 공방전이 기대되는 순간, 리버풀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9분, 호펜하임의 수비 라인이 중앙선 부근까지 올라온 순간을 놓치지 않았고, 수비수의 시선을 빼앗은 마네의 기막힌 힐패스에 이은 엠레 찬의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기세가 오른 리버풀은 전반 17분, 추가골도 터뜨렸다.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며 빠른 패스를 연결했고,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의 슈팅이 골대 맞고 나온 것을 살라가 재차 슈팅으로 연결해 호펜하임의 골망을 출렁였다.

거칠 것이 없었다. 전반 20분, 리버풀은 한 골을 더 추가했다. 중앙선 부근에서 깔끔한 삼자 패스를 통해 왼쪽 측면을 무너뜨렸고, 마네의 힐패스와 피르미누의 낮고 빠른 크로스가 엠레 찬의 득점을 만들어냈다. 경기 시작 20분 만에 승부는 결정됐다. 전반 23분, 나겔스만 감독은 공격수 마르크 우트를 긴급 투입했고, 4분 뒤 만회골이 터졌지만, 승기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리버풀은 강한 전방 압박을 통해 분위기를 이어나갔고, 한 박자 빠른 패스를 활용한 날카로운 공격을 잇달아 선보이며, 네 번째 골까지 터뜨렸다. 후반 18분, 조던 헨더슨의 압박이 상대의 실수를 불러왔고, 바우만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이한 피르미누의 깔끔한 슈팅이 UCL 본선 진출 축하포로 이어졌다.

호펜하임은 후반 34분, 산드로 바그너가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결국, 리버풀이 3시즌 만에 UCL 무대로 복귀하는 데 성공하면서, 2017·2018시즌 UCL 플레이오프 최대 빅매치는 마무리됐다. 

클롭 감독이 리버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처음으로 밟는 UCL 무대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클롭은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입혔다. 도르트문트 시절을 떠올리는 강력한 압박과 뒷공간을 허무는 공간 패스, 스피드를 앞세운 측면 활용과 다양한 공격 전술 등 리버풀의 축구는 매력적이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상위권(1위~7위) 팀과 맞대결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우승팀 첼시, 토트넘 홋스퍼, 맨체스터 시티 등과 맞대결에서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클롭 감독이 추구하는 쉼 없는 압박 축구가 빛을 본 결과였다. 하위권 팀과 경기에서 무너지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아쉬웠지만, 개선의 여지는 충분했다.

UCL은 꿈의 무대라 불린다. 각각의 리그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한 팀들이 실력을 겨루기 때문이다. 리버풀이 강팀과의 만남에서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팀인 만큼, 기대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전처럼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팀으로서 UCL에 도전한다.

다만, 수비 개선이 절실하다. 지난 시즌 리버풀은 리그 38경기에서 42실점을 내줬다. 첼시(33실점), 토트넘(26실점), 6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9실점) 등과 비교해보면, 수비가 불안했다. 상위권 팀들과 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더욱 커졌다.

2017·2018시즌도 마찬가지다. 리버풀은 리그 개막전 왓포드와 경기(원정)에서 무려 3실점이나 내줬다. 왓포드가 강등 1순위로 손꼽히는 팀임에도 불구하고, 리버풀의 수비는 조직력과 집중력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호펜하임과 치른 UCL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도 매 경기 실점했다.

일찌감치 승기를 잡아서인지 후방에서 느슨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수비진이 볼을 소유한 선수에게만 집중하면서, 침투 패스 한 번에 무너졌다. 중앙선 부근에서 길게 넘어오는 패스나 세트피스 상황에서 돌아 뛰는 선수를 손쉽게 놓치는 모습도 보였다.

리버풀의 UCL 도전 성패는 수비에 달렸다. 헨더슨과 엠레 찬 등 중원의 활동량과 압박, 패스는 아쉬움이 크지 않다. '에이스' 필리페 쿠티뉴의 거취가 불명확하지만, 마네와 피르미누가 이끄는 공격진도 부족함을 찾기 어렵다. 결국, 수비가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고, 실수를 줄여나갈 수 있느냐가 팀의 미래를 결정한다.

'명장' 클롭과 3시즌 만에 꿈의 무대로 돌아온 리버풀. '의적'이란 아쉬운 별명을 벗어던지고, 유럽을 주름잡는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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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VS호펜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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