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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예울마루에서 마무리 공연을 하고 무대에서 관객들의 박수를 받는 여수국제음악제 앙상블 연주자들.
 22일 예울마루에서 마무리 공연을 하고 무대에서 관객들의 박수를 받는 여수국제음악제 앙상블 연주자들.
ⓒ 박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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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eti의 신비로움, Biber의 유머, Mendelssohn의 천재성을 감상하셨습니다. 이어서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가 연주됩니다. 근데 여러분은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의 사회자와 함께 하고 계십니다"

지휘자 이얼씨의 어색한 한국말 해설에 여수예울마루 객석의 관객들은 큰 웃음과 박수를 보냈다. 이얼씨는 지난 18일~22일 열린 '여수국제음악제 & 앙상블'의 지휘자다. 마지막 날 저녁 공연에서는 12명으로 구성한 세계적인 명성의 현(弦) 앙상블을 지휘하며 친절한 해설까지 곁들여 주었다.

이번 여수국제음악제 첫날에는 '음악과 함께하는 짧은 세계여행'이란 주제로 모차르트, 드뷔시, 드보르작, 프랑크 브리지의 음악이 연주되었다.

두 번째 공연은 여수 출신으로 국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연주자들과 국제음악제에 참가한 연주자들이 합동으로 펼치는 '여수출신 영재 콘서트'로 열렸다. 이번 여수국제음악제 & 앙상블은 여수 범민문화재단(이사장 박석현)이 마련했다.

세 번째 공연(20일)에서는 '러시아의 밤'이란 주제로 쇼스타코비치와 차이코프스키가 무대에 올랐다. 특별 게스트로 양평필하모니 지휘자인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출신의 안두현의 지휘와 해설이 있었다.

연주도중 무애에서 연주할 곡을 해설하는 지휘자 이얼씨
 연주도중 무애에서 연주할 곡을 해설하는 지휘자 이얼씨
ⓒ 박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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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인 22일에 이얼씨의 지휘와 해설로 현으로만 구성된 앙상블을 선보인 것이다.

이번 여수국제음악제는 관객이 연일 객석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 날 공연 역시 관객이 꽉 찼다. 이 날 첫 곡으로 멘델스존의 '스트링 심포니 10번'을 연주하면서 바하 칸타타 중 '사랑하는 영혼이여, 내 자신을 가꿀지어다'를 연결해서 들려주었다. 지휘자는 미리 곡 사이에 박수를 치지 말 것을 당부하며 멘델스존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던 바하의 숨결을 함께 감상하도록 배려했다.

그는 2013년 뉴욕 쿠르트 마주어가 선정한 두 명의 멘델스존 장학금 수혜자중 한 명답게 청중의 박수를 이끌어내며 멘델스존을 섬세하게 들려주었다.

두 번째 연주곡 비버(Biber)의 '전투(Battalia)'는 이색적이었다. 변덕스럽게 느껴지면서 유머가 넘치는 곡이다. 현의 단조로움을 벗어나려 다양한 시도가 엿보여 마치 현대 곡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340년 전의 작품이다. 비버는 당시로선 쉽지 않은 시도를 한 셈이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곡들이 세계적인 연주자들에 의해 예울마루 무대에서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는 기분이다. 생소한 작곡가 Ligeti의 음악을 접한 것도 이번 여수국제음악제 덕이다. 역시 제목부터 처음 들어보는 '분열(Ramifications)'이다. 지휘자 이얼의 설명처럼 신비의 소리였다. 신호음 같다. 외계인들의 특수한 통신이 이뤄지는 듯 한 음악이었다.

확실한 현대곡이지만 1969년 초연된 곡이니 벌써 50년이 다 된 곡이다. 미세한 소리들, 그리고 끊어질 듯 연결되는 현의 울림이 지휘자 손 끝에서 섬세하게 호명된다. 지휘하기가 쉽지 않은 곡일 것 같다.

왼쪽부터 여수범민문화재단 정희선 사무국장, 이얼 지휘자, 김소진 예술감독, 정숙 이사, 박석현 이사장
▲ 공연후 마띠유호텔에서의 만찬장에서 왼쪽부터 여수범민문화재단 정희선 사무국장, 이얼 지휘자, 김소진 예술감독, 정숙 이사, 박석현 이사장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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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때 여수여도초등학교에서 캐나다로 이민 간 지휘자 이얼은 현재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주지휘자다. 그를 음악계에서는 정명훈을 이을 한국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중 한 명으로 보고 있다. 여수출신이라는 그의 '뿌리'가 그를 이번에 여수로 오게 했다.

역시 여수출신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진이 예술감독을 맡아 이번 여수국제음악제를 진두지휘했다. 이들은 국제적으로 함께 활동하는 주변의 동료 연주자들을 여수국제음악제에 참가하도록 안내했다. 첫 회 성공리에 마치게 될 연주회 마지막 곡이 남았다.

현 앙상블의 연주 하이라이트는 차이코프스키의 4악장으로 된 '현을 위한 세레나데'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열 두명의 오직 현만이 무대를 지배한다. 지휘자 이얼의 이번 여수국제음악제 마지막 연주곡의 설명이 이어진다.

"로맨틱한 차이코프스키의 4 악장의 이 곡은 악장마다 특징이 있어 현의 연주가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1 악장은 모차르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분위기구요. 2 악장은 왈츠곡인데 비엔나의 우아함, 파리의 화려함, 그리고 러시아의 또 다른 멋이 가미된 멋진 곡입니다. 아름다운 3악장은 엘레지인데 사랑에 빠지는 그런 아름다운 대목도 있습니다. 4악장은 경쾌하고 빠르고 폭발적인 내용으로 마무리가 될 겁니다."

지휘자의 해설에 이은 12명의 현 앙상블은 예울마루 객석 관객들을 떨림과 울림이 있는 선율에 태우고 극장 앞에 펼쳐진 바다로 '선유'를 하게 해주었다. 단원 김홍도가 살았다면 현대판 바다 '선유도'가 탄생했으리라.

이번 음악제 참여하는 연주자들의 프로필이 쟁쟁하다
▲ 여수국제음악제 포스터 이번 음악제 참여하는 연주자들의 프로필이 쟁쟁하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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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여수국제음악제, #이얼, #김소진, #범민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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