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 MBC아나운서 '손석희, 박원순 인터뷰 했다고 사측 압력' MBC아나운서 27명이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 사퇴를 촉구하며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방송거부-업무거부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2년 파업 당시 한국아나운서협회장을 맡았던 신동진 아나운서가 손석희 JTBC사장(MBC출신), 박원순 시장, 해직언론인 등을 다룬 협회지 ’아나운서 저널’을 보여주며, 이 내용을 이유로 사측의 압받을 받아야 했다고 폭로했다. 업무거부에 돌입한 아나운서는 변창립, 강재형, 황선숙, 최율미, 김범도, 김상호, 이주연, 신동진, 박경추, 차미연, 한준호, 류수민, 허일후, 손정은, 김나진, 서인, 구은영, 이성배, 이진, 강다솜, 김대호, 김초롱, 이재은, 박창현, 차예린, 임현주, 박연경 이상 27명.

MBC아나운서 27명이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 사퇴를 촉구하며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방송거부-업무거부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언론노조 MBC본부가 총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미 시사제작국, 영상기자회, 콘텐츠제작국, 기자협회, 아나운서협회 소속 기자, PD, 아나운서, 비제작부서 소속 PD 36명 등 약 350여 명이 제작 거부 중이다. 여기에는 2012년 이후 경력직으로 입사했던 기자 33명도 포함돼 있다.

보도 분야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제작 거부가 이어지고 있고, 노조는 총파업 투표를 공고했다. 총파업 투표는 오늘(24일) 시작이지만, 드라마PD 50명, 예능PD 56명, 라디오PD 36명은 일찌감치 총파업 참여를 결의했다. 편성PD, 영상미술협회, 기술협회, 경영협회도 총회를 열고 곧 파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5년 만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 MBC 조합원들은 2012년 170일 파업 수준을 뛰어 넘는, '최대 규모', '최고 강도' 파업 진행의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방송 프로그램들도 파행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시사프로그램이다.

MBC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 PD수첩>과 <시사매거진2580> 제작진은 지난 7월 25일 사측의 제작 자율성 침해에 항의하며 제작 거부에 돌입했다. < PD수첩>은 7월 18일 이후 결방 중이고, <시사매거진2580>은 지난주(20일) 결방하고 계약직인 작가들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취재기자와 영상기자가 소속된 보도본부 역시 제작 거부에 돌입하면서 마감뉴스인 <뉴스24>, 4시 뉴스인 <뉴스M>은 8월 10일 이후 결방 중이다. 사측은 17일, 타 부서에 배치돼 있던 경력기자들을 모두 보도국으로 집결시켜 <뉴스데스크>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예능은 파행 예고, 30일 첫방 <병원선>은?

 MBC <무한도전> 멤버들.

MBC <무한도전> 멤버들. ⓒ MBC


 30일 첫 방송이 예고된 MBC 새 수목드라마 <병원선>.

30일 첫 방송이 예고된 MBC 새 수목드라마 <병원선>. ⓒ MBC


많은 대중이 2012년 MBC 파업을 '무한도전 6개월 결방'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드라마와 예능은 시청자들에게 파업을 가장 크게 체감케하는 분야다. 현재 방송 중인 <무한도전> 김태호 PD를 비롯, <오빠생각> 오미경 PD, <라디오스타> 한영롱 PD, <나 혼자 산다> 황지영 PD, <복면가왕> 오누리 PD 등은 모두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으로, 이들은 전원 파업에 참여하기로 결의했다. 예능 프로그램은 통상 방송 1~2주 전 제작되기 때문에 파업 돌입 1~2주 정도가 지나면 재방 등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드라마는 사정이 좀 어렵다. 예능과 달리 연속성이 중요하고, 배우와의 계약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어 파업과 뜻을 같이하더라도 방영을 멈추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170일 파업 당시에도 드라마는 파업 돌입 2개월여가 지난 뒤, <해를 품은 달>과 <무신>이 1주일 결방됐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부원들의 파업 참여 의지가 남다르다. 지난 18일 열린 드라마PD 총회에서도 이번에는 드라마를 멈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멈출 수 있는 드라마가 많지 않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는 총 7편으로, <돌아온 복단지> 권성창 PD, <별별 며느리> 이재진 PD, <왕은 사랑한다> 김상협 PD는 언론노조 소속으로 파업 동참을 결의했다. 하지만 <왕은 사랑한다>의 경우 사전 제작이기 때문에 불방까지는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죽어야 사는 남자> 고동선 PD, <도둑놈, 도둑님> 오경훈 PD는 CP급이라 노조에서 탈퇴한 상태고, <당신은 너무합니다> 백호민 PD와 <훈장 오순남> 최은경 PD는 자회사인 MBC C&I 소속이다.  

기로에 선 것은 <죽어야 사는 남자> 후속으로 방송되는 하지원 주연의 <병원선>이다. 총파업 돌입 시점이 9월 1일로 점쳐지고 있어, 박재범 PD가 파업에 참가하게 되면 <병원선>은 2회까지 방송된 뒤 중단해야 한다.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MBC는 오는 30일로 <병원선>의 첫 방송 날짜를 알린 상태다.

직격탄 맞을 라디오

가장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이는 부문은 라디오다. 타 부서의 경우, 일선 PD들이 파업에 참여하더라도 담당 CP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면 당장 결방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라디오는 24시간 방송되고, CP는 6명뿐이다. 6명의 CP가 24시간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 상황. 파행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2012년 파업 당시만 해도 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80사번들(1980년대에 입사한 기수)이 많았지만, 지금은 80사번들이 대부분 은퇴한 상태라고 한다.

2012년 파업 당시 사측은 '시용 기자'로 대표되는 대체 인력을 대거 뽑아 배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김재철 사장이 노조와의 단체 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이후, 단체 협상을 맺지 않은 상태. 이것 하나만으로도 합법 파업이다. 따라서 파업 참가를 위해 자리를 비운 노조원들을 대신하기 위한 대체 인력 채용은 불법이다.

2012년 파업 이후 입사해 언론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경력직 직원들은 물론, 여러 이유로 노조를 이탈했던 전 조합원들의 가입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3일 서울지부 조합원 수가 최근 1000명을 돌파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이 같은 수치는 2012년 총파업 이후 5년 만이다. 노조에서 탈퇴한 보직자들과 고참급 PD들의 상당수도 노조에 파업 참가 의사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장겸 "퇴진 없다"... 장기화 예상

 MBC 김장겸 사장

MBC 김장겸 사장 ⓒ MBC


하지만 MBC 김장겸 사장은 23일 오전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투표를 "낭만적 파업"으로 규정하며, "퇴진은 절대로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조 측은 "짧고 굵게 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이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김장겸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이 참담하게 무너졌다'는 발언에 이어, 여당 인사가 '언론노조가 방송사 사장의 사퇴를 당연히 주장할 수 있다'며 언론노조의 직접 행동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는 '홍위병'을 연상케 하듯 언론노조가 총파업으로 직접 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면서 "대통령과 여당이 압박하고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행동한다고 해서 합법적으로 선임된 공영방송의 경영진이 물러난다면, 이것이야말로 헌법과 방송법에서 규정한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이라는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주장했다.

"MBC를 다시 국민 품으로!" 기자 81명 제작거부 선언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보도국 기자 81명이 공정보도 보장과 김장겸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 "MBC를 다시 국민 품으로!" 기자 81명 제작거부 선언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보도국 기자 81명이 공정보도 보장과 김장겸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 권우성



MBC 파업 제작중단 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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