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설 마이크 트라웃과 알버트 푸홀스.

▲ 두 전설 마이크 트라웃과 알버트 푸홀스. ⓒ LA 에인절스 공식 페이스북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베테랑 홈런 타자 알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가 홈런과 관련한 기록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8월 23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 경기에서 통산 610호 홈런을 날린 푸홀스는 비 미국인 중에서 메이저리그 홈런을 가장 많이 기록한 타자가 됐다.

이 부문 종전 기록은 609호 홈런을 기록한 새미 소사(전체 역대 9위)다. 메이저리그 역대 8위가 된 푸홀스보다 더 많은 홈런을 기록한 7명은 모두 미국 국적을 갖고 있었던 선수들이다. 알렉스 로드리게스(696홈런 역대 4위)의 경우 부모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고 한때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생활하긴 했지만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미국인 기록으로 인정한다.

푸홀스는 1980년 도미니카 공화국 산토 도밍고에서 태어나 1996년에 미국 미주리 주로 이민한 뒤 1999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했다. 이민 후 국적을 바꾼 미국 시민이지만, 로드리게스와는 달리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그의 홈런은 비 미국인 기록으로 인정하고 있다.

완벽했던 첫 10년, 신기록 기대가 컸던 홈런 타자

입단 후 마이너리그에서 1년 남짓 생활한 푸홀스는 2001년 스프링 캠프에서 당시 감독 토니 라 루사(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CBO)의 눈에 띄어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게 됐다. 원래 지명될 때도 3루수로 팀에 입단한 상황이었고, 처음에는 3루수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이후 외야수로 2년을 거친 뒤 1루수로 정착). 그리고 데뷔 첫 시즌인 2001년 타율 0.329에 37홈런 130타점이라는 괴물 같은 성적을 냈다.

이로 인하여 푸홀스는 데뷔 시즌인 2001년부터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선정됐다. 당시 메이저리그 신인 자격으로 올스타가 된 선수로는 푸홀스와 함께 유격수 지미 롤린스(당시 필라델피아 필리스), 일본인 타자 이치로 스즈키(당시 시애틀 매리너스)가 있었는데, 이 3명은 이후 각자 리그 MVP를 한 차례 이상 수상한 선수들이 됐다.

푸홀스는 2001년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했고, 리그 MVP 투표에서도 4위에 오르는 등 심상치 않은 커리어를 예고했다. 이후 푸홀스는 지속적인 활약을 통해 2000년대 메이저리그 최고의 슈퍼 스타가 됐다. 2005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 9회초 2아웃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브래드 릿지(당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역전 스리런 홈런을 날린 순간은 지금도 가끔 회자되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푸홀스는 2010년까지 10년 연속으로 3할 타율과 30홈런 그리고 100타점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2007년에 99득점만 아니었다면 10년 연속 100득점 기록까지 세울 뻔 했다. 카디널스에서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1년도 푸홀스는 37홈런 99타점 105득점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지만 타율이 안타깝게 0.299였다.

이 카디널스 시절의 11년이 푸홀스에게는 최고의 시절이었다. 11년 동안 타율 0.328에 2073안타 445홈런 1329타점 1291득점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5년 정도만 지나면 600홈런을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50홈런 시즌은 한 번도 없었지만, 가벼운 부상을 안고 뛰었던 시즌에도 꾸준했을 정도로 푸홀스는 완벽한 타자였다. 리그 MVP를 3번(2005, 2008, 2009)이나 수상했으며 월드 챔피언도 2번(2006, 2011) 경험했다.

너무 뚜렷했던 노쇠화, 뚝 떨어진 홈런 페이스

문제는 그토록 완벽했던 처음 10년에 비해 2011년 노쇠화의 조짐이 뚜렷하게 보였다는 사실이다. 푸홀스는 만 30세 시즌인 2011년 타율 0.299와 99타점으로 각각 안타깝게 의미있는 기록들을 놓쳤고, 그 이후로 타율 3할에 진입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푸홀스는 연봉 조정 협상 과정에서 8년 1억 1100만 달러 장기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2011년 겨울이 되어서야 첫 FA 자격을 얻었는데, 몸값에 따른 의견 차이로 재계약 협상은 결렬됐다.

그리고 푸홀스는 에인절스와 10년 2억 4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만료 시점이 만 40세 시즌이기 때문에 은퇴 이후 10년 동안 에인절스 구단 홍보대사로 연봉 100만 달러 씩을 받는다는 조항까지 들어갔다. 사실상 은퇴 이후 생활까지 준비가 끝난 푸홀스였다.

그렇게 캘리포니아 주에 입성한 푸홀스는 FA 계약 후 첫 시즌인 2012년 처음 한 달 동안 홈런이 하나도 없이 4타점에 그치는 충격적인 부진에 빠졌다. 2009년 부상으로 한 차례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여파로 떨어지던 타율의 하락 폭도 더 심해졌다. 2012년에 11번째 30홈런 100타점 시즌을 만들긴 했지만 OPS도 처음으로 0.900 미만으로 내려가면서 노쇠화를 피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카디널스 시절에는 첫 시즌을 제외하고 시즌별 볼넷이 삼진보다 많았던 선구안이 에인절스 시절 뚝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에인절스로 이적한 첫 시즌부터 볼넷보다 삼진이 많아지면서 그 동안 크게 티가 나지 않았던 노쇠화가 뚜렷해졌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결국 푸홀스는 2012년 겨울 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그 노쇠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후 2013년에는 족저근막염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하면서 99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 때문에 늦어도 2013년에는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던 통산 500홈런을 2014년 4월에 세우는 등 푸홀스의 홈런 페이스는 상당히 지체되기 시작했다. 2014년 시즌 푸홀스는 타율 0.272에 28홈런에 그쳤지만 그래도 105타점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의 성적은 간신히 기록했다.

2015년에는 오랜만에 40홈런을 날렸다. 그러나 타율은 0.244로 더 떨어지면서 타점도 95타점에 그쳤고 홈런을 제외하면 그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성적이 더 많았다. 사실 다른 선수 같았으면 큰 칭찬을 받았을 시즌이겠지만, 푸홀스의 전성기에 비하면 너무 차이가 큰 성적이었다. 결국 푸홀스는 2015년 겨울 스포팅뉴스 최악의 메이저리그 먹튀 FA 계약 부문 1위로 선정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ESPN이 매년 2월 선정한 10대 먹튀 명단에서도 3년 연속 1위(2015~2017)에 선정되는 굴욕을 맛본 푸홀스의 노쇠화 원인은 족저근막염을 비롯한 발 부상 때문이었다. 타격 폼과 주루의 기본이 되는 하체를 지탱해야 할 발이 아프니 선구안도 무너졌고 타격 폼도 무너졌고 타구의 질도 좋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푸홀스는 2016년 31홈런 119타점으로 체면은 살렸다.

도전은 계속하는 푸홀스, 앞으로 어디까지?

2013년과 2014년을 제외하고는 그래도 30홈런 이상은 꾸준히 넘겼던 푸홀스는 결국 2017년 통산 600홈런 고지에 올랐다. 특히 만루 홈런으로 600홈런을 달성한 것은 역사상 최초였다. 푸홀스는 역대 최연소 600홈런 부문 4위(최연소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기록했다. 600홈런 달성과 MVP 3회, 그리고 600홈런 달성과 600개의 2루타를 각각 동시 달성한 선수는 푸홀스를 포함하여 각각 3명 씩이다.

비 미국인 최다 홈런 고지에 오른 푸홀스가 앞으로 넘어설 수 있는 기록이 어디까지 될지는 불투명하다. FA 자격을 얻기 직전부터 드러난 노쇠화로 인하여 더 높은 기록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았던 푸홀스의 홈런 페이스는 점차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 미국인 최다 홈런 기록을 달성한 2017년 시즌만 봐도 시즌 홈런은 19개에 79타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타율이 0.231에 불과할 정도로 페이스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같은 성적을 기록했더라도 선수 이름에 따른 가치 차이가 커서 푸홀스는 3년 연속 ESPN이 선정한 FA 먹튀 1위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타율도 심하게 떨어진 상황에서 팀의 중심 타선에 계속 배치되고 있어서 에인절스 팬들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79타점이라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푸홀스는 어느 정도 팀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점에서 중심 타선에서 뺄 수는 없는 존재다. 게다가 에인절스에는 승리 기여도 차원에서 리그 하위권 선수들이 상위 3명이나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푸홀스가 팀내 타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푸홀스는 프린스 필더(텍사스 레인저스, 남은 연봉 수령 차원에서 60일 DL)처럼 심각한 부상으로 조기 은퇴를 한 것도 아니다. 또한 팀 사정으로 인해 올해까지 잔여 계약이 남았음에도 작년에 구단 프런트로 이동한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올해까지 남은 연봉 모두 수령)처럼 떠밀리는 은퇴를 할 상황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푸홀스가 지금처럼 출전 기회라도 꾸준히 나온다면 2021년까지 계약이 남아있는 푸홀스가 앞으로 남은 약 4년 동안 어느 정도 기록은 넘어설 수 있다는 예측은 나온다. 일단 612홈런의 짐 토미는 올 시즌 안에 넘을 수 있으며, 2018년에는 건강하다면 켄 그리피 주니어(630홈런)의 기록과 개인 3000안타 2000타점까지는 넘을 수 있다.

노쇠하는 나이 때문에 예전 모습으로 부활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10년 장기 계약을 맺은 덕분에 이 정도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윌리 메이스(660홈런)와 로드리게스(696홈런)의 기록을 넘어서 은퇴 전에 700홈런까지 넘길 시간은 보장 받은 셈이다. 다만 베이브 루스의 714홈런 기록을 넘어서는 것은 4년의 시간이 전부 보장된다고 해도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에인절스 이적 후 성적이 워낙 뚜렷하게 하락하는 탓에 최다 득표까지는 힘들 수도 있지만 약물 복용 이력이 없고 카디널스 시절 성적이 워낙 화려한 덕분에 은퇴 후 명예의 전당 입성도 언젠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홈런 1위에도 불구하고 배리 본즈(762홈런)는 약물 의혹으로 인해 아직까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다만 본즈는 3000안타 달성 실패).

다만 지금보다도 타격에서 안 좋은 징후가 노출될 경우, 계약이 끝나기 전에 명예 은퇴 형식으로 조기 은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야구에서 현역 600홈런 타자는 푸홀스와 이승엽(삼성 라이온즈) 뿐인데, 이승엽도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 만료 및 은퇴할 예정이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푸홀스가 유일한 600홈런 현역이 된다.

푸홀스가 최대한 많은 기록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의 여부는 앞으로의 활약 여부가 더 중요하게 된 셈이다. 비 미국인과 관련되어 타격 부문에서 아직 세울 기록이 많은 푸홀스의 도전이 언제까지 이어지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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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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