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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기간제교사의 정교사전환'을 주장하는 전기련(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의 전신인 전기협(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을 2012년에 조직하고 활동한 공동대표였습니다. 몇 년 전 교단을 완전히 떠나고 전기협 활동도 중단했으나, 이후 조직된 전기련의 활동을 아낌없이 지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교사전환 주장을 반대하며, 그 이유와 대안적인 교직사회 청사진을 과거 기간제교사들이 겪는 차별문제를 연재했던 이곳 오마이뉴스를 통해 주장하려 합니다.

교육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니 현 갈등의 당사자들과 교육당국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이 글을 읽고 함께 답을 찾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글의 순서는, 글①,②로 기간제교사의 문제와 대안적 교직사회를 그린 뒤, 글③으로 전기련의 '기간제교사의 정교사전환' 주장 관련 정교사 선발에 관한 의견을 밝히겠습니다. 이상의 세 논의는 연결되므로 부디 함께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기자 말

때로 엉뚱해 보이는 상상이 세상을 바꾸기도 합니다. 2008년 즈음 책 한 권을 읽다 깜짝 놀랐습니다. 책에서 한 국어선생님은 질높은 수업, 학교정상화를 위해 '수업과 행정의 분리'를 제안하고 있었습니다.(이기정, <학교개조론>) 행정업무가 너무 많고 때론 수업보다 중시되는 학교 현실이 답답하던 저는 그 '분리'란 새로운 발상에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선생님들께 생각을 묻자 괜찮은 발상이라면서도 "그래도 그게 되겠어? 학교는 어쩔 수 없어"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됐습니다. 바로 몇 년 뒤 혁신학교에서 먼저 수업과 행정 분리의 실험이 시작됐고, 교단의 지인들에게 듣자하니 지금은 일반학교에서도 '분리'가 추진되고 있다고 합니다. 업무폭탄, 인원보충 등 보완할 부분이 많긴 합니다. 또 '분리' 정책이 전적으로 그 선생님 발상을 수용한 건 아닐지 모릅니다. 그래도 비현실적으로 보이던 발상과 비슷한 정책이 정말 실현된 거죠.

기간제교사의 정교사전환 찬반과 임용절벽 문제로 교육계가 뜨거운 지금, 그 선생님의 '분리' 발상을 접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저는, 지금의 문제를 단순히 현 기간제교사를 정교사로 전환할지 말지가 아니라, 우리사회에 지금껏 없던 새로운 발상으로 풀어가길 바라며 한 가지 대안을 제시하려 합니다. 비록 정책가도 학자도, 아니 교사조차 아니지만 전기협을 만든 책임으로 괴롭도록 고민하는 이가 제안해보는 이 대안을, 모쪼록 여러분께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한 방법으로 검토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그게 되겠어?"라는 생각이 든다 해도.

왜 '공공부분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에서 기간제교사만 제외됐을까

지난 9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정규직화 요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정규직화 요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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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일입니다. 공공부문의 다른 비정규직은 다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서 기간제교사만 쏙 빼다니 말이죠. 그래서 전기련은 차별이라며 항의하고 학교밖 사람들은 그런 듯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일부 사립학교의 예외적 경우를 빼면 '원칙적'인 기간제교사 일자리는 여느 공공부문의 그것과 결정적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일부 사립학교의 예외적 경우는 글②에서 다루겠습니다). 경찰관이 육아휴직을 하면 경찰 조직에선 업무조정과 부서간이동 등으로 휴직자의 업무를 분담합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교사가 육아휴직을 신고하면 곧바로 휴직대체 기간제교사를 채용합니다. 

교사들만 휴직대체 기간제교사의 도움을 받다니, 이 무슨 특권이냐고요? 특권이 아니라 교직의 특성 때문입니다. 교사의 일 중 행정업무야 쪼갤 수 있대도 '교육'은 쪼갤 수 없기 때문이죠. 예컨대 담임교사가 몇 달 간 휴직했다고 그 반 아이들을 다른 반들에 쪼개어 보낸다면 이는 곧장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이에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교사의 휴직, 해외파견, 징계 등이 있을 땐 학교가 그를 대체할 기간제교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른 공공조직엔 없는 '대체 기간제교사'가 탄생했습니다. 또 2002년엔, 없어질 교과목이나 없어질 학급에 대한 '임시 기간제교사'가 역시 '쪼갤 수 없는 교육'의 특성상 생겨났습니다. 관련 규정은 교육공무원법 32조, 사립학교법 54조의4으로, 법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되는 기간제교사를 이 글에선 편의상 '대체∙임시 기간제교사'로 부르겠습니다.

교사에 대해 학교밖 사람들은 흔히 '안 잘리고'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는 이라고 여길 겁니다. 그런데 사실 학교 안엔 '정해진 기간에만 근무'하고, '연금이 없'는 기간제교사란 계약직교사가 탄생해 지금까지 존재해온 겁니다. 관련법에 의해 너무도 합법적으로 말이죠.  

너무나 합법적인 그러나 너무나 비인간적인 일자리

이렇게 탄생한 대체∙임시 기간제교사의 수는 해마다 늘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아픔 또한 늘어왔습니다. 여러분 중엔, 정교사와 보수 등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는다면 문제없지 않느냐는 이도 있을 겁니다. 사실 제가 그랬습니다. 전기협 활동 시에도 차별 문제나 뒤에 거론할 사립기간제교사의 희망고문 등엔 문제의식이 많았으나, 대체·임시 기간제교사의 일자리 자체의 문제엔 주목하지 못해 적법 고용, 최소 고용만을 주장했습니다. 또 저 자신도 휴직을 했었고, 제 자리에 오신 기간제선생님이 안타까우면서도 제가 없는 일자리를 만들어냈으니 오히려 도움 드린 것이라 여길 뿐 그 이상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저는, 누군가를 대체하는 소모품으로 살아가게 하는 일자리, 끊임없이 떠돌도록 임시로만 존재하는 일자리는 그 자체가 상처이고 그 자체가 비인간적임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중고등학교에선 정교사 자리 자체가 없어도 너무 없어 '정교사가 되고 싶음에도' 기간제교사로 일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들에게 기간제교사라는 일자리는 가짜 선생님의 자괴감과 개월 수로 쪼개진 단절된 삶, 늘 떠날 것을 준비해야 하는 불안을 동반하며, 이는 곁에서 차별하는 이 없다 해도 그 자체로 아픔이 되기 충분합니다.

물론 육아 등을 위한 정교사의 휴직권은 보장받아 마땅한 권리입니다. 정교사의 징계 등으로 인한 잠시의 공백이나 없어질 교과∙학급에 있어 임시직은 효율적일뿐 아니라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정교사의 권리나 교육현장의 효율성을 기간제교사를 통해 이루려는 구조가 만들어진 탓에, 그것이 기간제교사에게 상처를 주는 일자리로 돌아오게 된 겁니다. 저는 이것이 전기련이 정교사 전환을 주장하게 된 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기간의 정함이 있는 자리임을 알고 근무했더라도 그게 '전적으로 내 탓은 아니'고, '그릇된 구조 속에서 발생'한 일이란 생각에 그와 같은 주장을 하게 됐다고 말입니다. 주장의 이면엔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비인간적인 일자리에 대한 아픔과 눈물이 충분히 배어있는 거죠. 그래서 저로서는 전기련 선생님들의 주장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눈물이 정교사 전환만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른 공공부문에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만 하면 정말 비정규직은 제로가 됩니다. 하지만 교직사회에선 얘기가 다릅니다. 현 기간제교사들을 모두 정교사들로 전환해 일시적으로 교사들 대부분이 정교사가 된대도, 육아휴직 등이 발생하면 다시 기간제교사들이 학교에 들어옵니다. 사람만 바뀔 뿐 기간제교사가 여전히 존재하는 학교를 두고 '비정규직 제로'라고 할 수 있을까요?

또, 최근 기간제교사들을 무기계약직, 중규직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회자되는데, 이는 임용고사 정원(티오) 문제를 차지하고서라도 '새로운 비정규교사군 창출'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이 때에도 '비정규직 제로'가 이뤄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진정 평등한 교직사회란 '정교사백퍼학교'

초등교사 임용 예정 인원 감소에 교대생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OECD평균 수준 학급당 학생 수 감축’ ‘1수업 2교사제 졸속 도입 등 단기적 대책 철회’ 등을 요구하는 전국교육대학생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 '임용 인원 감소 항의' 전국교대생 총궐기대회 초등교사 임용 예정 인원 감소에 교대생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OECD평균 수준 학급당 학생 수 감축’ ‘1수업 2교사제 졸속 도입 등 단기적 대책 철회’ 등을 요구하는 전국교육대학생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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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저는 기간제교사, 시간강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 거의 백화점화된 모든 비정규교사 일자리 자체를 없애고 교직사회구조를 완전히 바꿀 것을 제안합니다. '정교사백퍼학교' 또는 '비정규교사제로학교', '평등교직사회'라 이름 붙여본, 모두가 정교사로 평등하게 일하는 새로운 학교를 만들자는 겁니다.

대체·임시 기간제교사가 존재해온 지 벌써 20여년이기에 우리는 또 다른 세상은 상상조차 못해왔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또 다른 세상도 분명 가능할 것이기에, 기존 사고에 갇혀 기간제교사들을 정교사로 전환할지 말지 또는 그 수를 얼마나 줄일지 등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게 아니라 '아예 기간제교사 일자리 자체가 없는 모두가 정교사인 학교'를 만드는 새로운 발상을 해보자는 겁니다.

아니, 교직의 특성을 운운해놓고 기간제교사를 없애면 육아휴직 등은 하지 말라는 거냐고요? 아닙니다. '정교사백퍼학교'에서도 휴직 등의 권리는 보장돼야 하며 교직의 특성상 그에 따른 대체·임시 일자리의 근무자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발상을 바꿔보면, 그 일자리를 꼭 기간제교사가 담당해야만 할까요? 정교사가 일정기간 기간제교사처럼 근무한다면, 대체·임시 일자리는 존재하되 그것은 더이상 '그 자체로 상처이고 비인간적인 일자리'는 아니지 않을까요?    

정교사가 대체·임시 일자리를 담당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지, 실제로는 충분한 유예기간이 필요하겠으나 당장 내년의 시행을 가정해 가상의 단계별 추진과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 [본래 임용해야 하는 정교사 일자리 수 + 예상가능한 대체·임시 일자리 수]의 신규정교사들을 선발(또는 약간명 추가 선발)하여 2018년에 발생할 모든 새로운 교사직을 대비

2단계 : 전국 모든 학교에서 기간제교사 등 비정규교사들과의 모든 계약을 최종 계약기간만료일인 2018년 2월까지 적법 해지

3단계 : 2018년 3월에, ①'대체·임시 교사 일자리'에 기존 및 신규 정교사들 중 일부를 '임시근무자로서의 정교사'로 발령(그 순서는, '기존 정교사들 중 신청자들' > '신규 정교사들 중 신청자들' > '신규 정교사들 중 임의로 선택된 이들'의 순) ②'본래 임용해야할 정교사 자리'에 신규 정교사들 중 ①의 인원을 뺀 나머지를 '상시근무자로서의 정교사'로 발령.

위에서 '예상가능한 대체·임시 일자리 수'는, 5년여의 교육청 통계를 기초로 교육청별로 비정규교사들이 근무한 기간들을 합해 이것이 몇 명의 정교사 일자리인지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산출됩니다. 예컨대 서울시교육청 소속 기간제교사들 중 4개월씩 3명이 근무한 일자리는 '임시근무자로서의 정교사' 1명의 일자리가 되죠.

또 근무 중의 휴직 요청에 대비해 충분한 '임시근무자로서의 정교사'들이 있어야 하며 이들은 담임이나 수업을 맡지 않고 교육행정, 연구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가 휴직자 발생 등의 경우 학교에 즉시 투입됩니다. '정교사백퍼학교'의 핵심동력은 '임시근무자로서의 정교사'에 있습니다. 그 다른 이름을 '퍼플교사'로 지어봤는데,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북유럽에 존재해온 '퍼플잡'에 착안한 것입니다.

신자유주의가 전세계적 추세가 될 때 영미는 노동의 유연성에만 매몰돼 비정규직을 대거 늘렸지만, 북유럽 국가들은 일하는 이의 안정된 삶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네덜란드에선 효율성과 고용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빨강(정규직)도 파랑(비정규직)도 아닌 퍼플잡(임시근무를 하는 정규직)을 만들어냈습니다(네덜란드의 퍼플잡 인구는 2009년 기준 59% :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 그런데 교직사회엔 이미 퍼플잡이 있습니다. 유연근무의 일종으로 현재 교직사회를 포함한 공무원 전 조직과 한국이케아, 신한은행 등의 일반기업에서 시행 중인 시간선택근무가 그것입니다.

교직사회에서의 현 시간선택근무는 정교사의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측면이 강합니다. 그런데 그와 함께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다시 정규직으로 돌아올 수 있음'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네덜란드에서 1980년대에 실업의 대안으로 퍼플잡을 확대했듯, 우리도 지금의 위기를 '정교사이나 기간제교사 등 비정규교사처럼 일하는 퍼플교사'를 통해 극복해보자는 겁니다. 교육의 '쪼갤 수 없다'는 특성상 대체∙임시 일자리는 존재해야 하나 그것이 퍼플교사의 일자리가 된다면 그곳엔 더이상 눈물도 상처도 없고 교직사회는 평등해질 수 있으니 말이죠.

또 그 계약 형태는, 현 시간선택근무제 뿐 아니라 재외국민교육기관(해외 한국학교)에서 '국내 정교사 지위를 보장받고 계약직 형태로 근무'하는 교사들의 경우를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위의 아픔 없고 평등한 교직사회 그림엔 한 가지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퍼플교사 신청 부족 시 신규발령자들 중 일정 수는 상시직을 희망해도 퍼플교사로 일할 수 있음에 대한 합의입니다. 임용절벽이란 현 위기상황에서 그 합의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참 비현실적인 그림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될까 싶던 '수업과 행정의 분리'가 정말 추진되고 있듯, 발상을 전환한다면 '정교사백퍼학교'와 '퍼플교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게다가 영미의 신자유주의만 따르느라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지구 저편의 나라들은 퍼플잡 인구가 60%에 이르기까지 한다니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공립학교에선 '퍼플교사'를 활용해 '정교사백퍼학교'를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대도 현 상황에서 이를 사립학교에서 실현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사립학교에선 기간제교사나 정교사 모두 사립학교 재단에게 임용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립학교의 경우엔 좀 더 많은 얘기를 해야 하는데, 이것은 다음 연재글 <"여긴 내 자리야, 넌 아무리해도 정교사 될 수 없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태그:#기간제교사의 정교사전환,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기간제교사, #퍼플교사, #정교사백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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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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