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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사립고등학교 법인 감사가 근무하는 대구의 한 사무실. A감사는 기간제 교사에게 정교사 자리를 약속하며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의 한 사립고등학교 법인 감사가 근무하는 대구의 한 사무실. A감사는 기간제 교사에게 정교사 자리를 약속하며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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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사립 고등학교 재단의 감사를 맡고 있는 인사가 기간제 교사를 강제로 성추행하고 정교사로 채용해 주겠다며 성상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일고 있다.

대구시 동구의 사립고등학교 감사인 A씨는 지난 2015년 8월, 기간제 교사로 채용된 B씨에게 '학교 업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접근해 팔공산 근처의 한 식당으로 데려가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B씨는 당시 A씨가 식사 도중 맥주를 시켜 마시게 한 후 차량에서 갑자기 가슴을 만지고 입술을 갖다 대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B씨가 저항하자, A씨가 "가만히 있으라"며 위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게 B씨 주장이다.

B씨는 "차 안이 비좁기도 했지만 제 몸에 올라와서 팔뚝과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있어서 위압감을 느낀 저는 크게 저항을 하지 못했다. 얼굴이 다가와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면서 "입술이 포개지는 순간 너무 더럽고 불쾌하고 수치스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B씨가 차문을 열고 도망치려 하자 A씨는 다시 운전석에 앉아 "B가 예뻐서 그랬는데 왜 그렇게 까칠하냐"면서 "내 말만 잘 들으면 학교생활이 편해질 것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상하게 나한테 보고하면, 이른바 '입 속의 혀'처럼 굴면 기간제가 아니라 정교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B씨는 밝혔다.

A씨는 같은 해 10월 또 B씨를 불러냈다. B씨를 차량에 태운 A씨는 그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경북 청도 등지를 2시간가량 운전하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 B씨는 "A씨가 '학교 일의 중요한 결정이나 결재는 재단이사장이 하지만 그 밑에서 일이 되게끔 만드는 것은 내 몫이니 정교사 자리를 줄 수 있다'고 현혹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씨는 이 학교에서 '감사' 대신 '이사'로 불리며 이사장 대신 학생들에게 상장을 수여하거나 기념비 제막식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교사들은 A씨가 이사장 대신 재단의 일을 수행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B씨는 "A씨가 '나는 기본적으로 여자를 좋아하고 XX를 좋아하지만 여자가 너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네가 크게 이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너를 도와주려고 하는 건데 이제 봤더니 영 머리가 안 돌아가는구나'라거나 '교감 선출과 맞물려 일을 진행시키려면 지금이 기회이니 같이 한 번 자자. 처녀도 아닌데 뭘 아끼려고 그러느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B씨는 수치심이 일었지만 어렵사리 구한 자리였고 그만둘 용기가 나지 않아 자신이 꿈꿔온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A씨가 맡고 있는 과목의 기간제 교사 모집공고를 보고 크게 실망했다.

B씨는 "당시 다른 선생님으로부터 A씨가 교장에게 (나를) 해고하라고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성상납 강요를 거부했다고 부당해고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사립고등학교 재단 감사가 기간제교사에게 정교사 자리를 약속하며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기간제 교사와 감사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
 대구의 한 사립고등학교 재단 감사가 기간제교사에게 정교사 자리를 약속하며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기간제 교사와 감사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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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학교를 그만두기 전인 올해 2월 A씨에게 수차례 문자를 보내 사과를 요구했으나 A씨는 아무런 사과를 하지 않았다. B씨는 시간이 많이 지나고 증거도 충분하지 않아 망설이다가 결국 3월에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B씨는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더 이상 교사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조사에서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B씨가 먼저 맥주를 시키고 승용차 안에서는 블라우스의 단추가 열려 있어 단추를 잠그라고 말하며 손을 뻗다가 가슴에 닿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또 "손이 가슴 부분에 닿았던 것을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면서 "당시 B씨가 크게 반응을 하지 않았고 입맞춤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정교사 채용에 도움을 주겠다고 한 말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A씨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나머지 내용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진술하겠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이미 여러 차례 밝혔고 이 문제도 법정에서 말을 하겠다"면서 입을 닫았다.

검찰은 A씨를 강제추행과 성폭력범죄특별법,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A씨에 대한 선고는 오는 9월 12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전교조 대구지부는 "대구지역 사립학교가 뽑은 교원 중 85%가 기간제 교사"라며 "외부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는 비리 사립학교 재단이 교원 결원 발생 시 정규직을 뽑지 않고 기간제를 뽑아 빈 자리를 채우고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에게 금품과 성추행을 요구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이어 "비리 당사자가 재단이사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사회적 약자인 기간제 교사에게 성추행을 하고 성상납을 요구했다"면서 "더 이상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정부와 대구교육청은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된 비리 사립학교에 대해 공립학교로 전환하는 정책과 더불어 문제투성이 사립학교법 개정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그:#기간제 교사,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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