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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박물관
▲ 고판화박물관 판화박물관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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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본하는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습탁과 건탁이 있다. 보통 많이 접하는 습탁은 탁본하고자 하는 대상 물체에 물로 종이를 밀착시킨 다음 묵즙(墨汁, 먹물)을 솜방망이에 묻혀서 그 위를 가볍게 두드리면 패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먹이 묻어서 패인 부분의 문자나 문양이 드러나게 하는 방법이다. 건탁은 대상 물체에 물을 쓰지 않고 고형묵(固形墨)을 종이 위에 문질러서 파이지 않은 부분에 먹이 묻게 하는 방법이다.

주로 문자나 문양 등을 남기기 위해 탁본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림을 표현하고 남기는 방법으로 탁본을 잘 활용한다. 우리나라에서 탁본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미술에서 탁본 작품은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물안 길 62에는 국내 최초로 설립되었다는 고판화 박물관이 있다. 문화재청이 시행하는 생생문화재 사업에 선정되기도 한 이곳에서는 '목판본 삽화를 통한 전통판화학교'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데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6월 25일부터 10월 15일까지 '흑과 백, 두드림의 예술-세계불교미술 탁본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탁본특별전
▲ 특별전 탁본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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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한 작품
▲ 탁본의 유려함 유려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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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판화 박물관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티베트,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다양한 국가의 불교미술품 탁본 50여 점이 출품되어 감상할 수 있으며 그중 국보 제29호인 성덕대왕신종 비천상 탁본과 팔부중(불법을 지키는 여덟 신), 허난성 뤄양 룽먼석굴 대영 마애불을 본뜬 작품은 한선학 관장이 추천했다. 보안과 관리 문제로 문화재를 탁본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데다 온전하게 남아 있는 유물이 많지 않아 이 작품전은 의미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달마도
▲ 달마도 달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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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에서 만난 탁본 작품들은 고고하면서도 디테일한 부분이 엿보이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습탁 중에서도 디테일하게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금탁(烏金拓)·선익탁(蟬翼拓)·격마탁(隔麻拓) 등을 사용해야 하는데 섬세하고 아름다운 묵색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급 먹과 종이를 사용하는 오금탁을 해야 한다.

중국 명 가정 22년 (1543)년 중국 소립사 입석 현존인 달마 도강도 주사 탁본이다. 달마도의 선이 미려하게 끝까지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앙코르와트
▲ 앙코르와트 앙코르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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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한 선이 돋보이는 일본 국보이며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8세기 일본 나라 약사사 현존 수연 비천상 탁본부터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 출입문에 조성된 보살상을 탁본한 작품, 역시 앙코르와트 회랑 벽면 탁본 등 희소성 있는 작품들이 이 공간에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세계 문화유산을 간접적으로 많이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알베르 앙리 무오(Albert Henry Mouhot)는 진기한 나비를 채집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어떤 유적보다도 위대하며 세계에서 가장 외진 곳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앙코르와트는 '도시의 사원'이라는 뜻으로, 그 일대 수많은 앙코르 건축물 중에서 가장 잘 보존된 유적지인데 때로는 일대 유적군 전체를 '앙코르와트'라 부른다. 사원은 1층은 미물계, 2층은 인간계, 3층은 천상계를 상징하는 공간을 거쳐야 한다.

탁본
▲ 글씨탁본 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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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에서도 탁본은 매우 중요한 일로 낭선군(朗善君)이우(李俁)가 <대동금석서 大東金石書>를 인행(印行), 김정희(金正喜) 형제와 조인영(趙寅永) 등이 탁본을 수집하기도 했다. 비(碑) 등에 새겨진 명문이나 서체를 전파하는 데 쓰였는데 이들 글 새김과 거기서 만든 탁본은 둘 다 그 정보와 필적에서 가치가 있다고 한다.

판화
▲ 판화 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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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한선학 관장은 현란하고 정겨운 무늬들이 넘쳐나는 판화의 매력에 빠져 이곳에 삽화 책과 중국의 보물 중의 보물이라는 목판을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목판 2,000점, 서책 700점, 판화 800점 등이 보관 및 전시되고 있으며 국가도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 몽골까지 그 나라의 인쇄문화와 함께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명주사
▲ 너른공간 명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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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문화 그리고 쉼을 함께 만날 수 있다는 템플 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어서 그런지 공간이 여유가 있어 보이고 녹색이 넘쳐흐르는 느낌이다.

불교가 대중적으로 퍼져나가는데 있어서 판화는 큰 역할을 했다. 어려운 불교 경전보다는 그림으로 표현된 판화에 대중들은 매료되었고 민간에서는 나쁜 기운을 막고 복을 가져다주는 부적을 판화에 활용하였다.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수성도에는 인간의 소망을 담아내는 의미도 있다.

한선학 관장
▲ 한선학 관장 한선학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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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차를 많이 좋아하는 터라 한선학 관장님과의 티타임이 즐겁기도 했다. 한선학 관장은 군승으로 15년 동안 근무하면서 판화의 매력에 빠져 지금도 좋은 작품들만 있다면 어디든 찾아간다고 한다.

한선한 관장이 말하는 '판화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유려함과 현란하면서 아름다운 무늬에도 있지만 창의력'이라고 말했다. 서양보다 훨씬 먼저 발달하기 시작한 판화에는 수백 년을 넘어선 인류의 유산이자 창의력이 원천이 담겨 있다며 판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한잔의 차
▲ 차한잔 한잔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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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안다는 의미의 온고지신 (溫故知新)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변할 수 없는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4차 산업이 지금 이 순간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의 지식에서 모방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태그:#고판화박물관, #흑과 백, 두드림의 예술-세계불교미술 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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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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