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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나라' 홈페이지 공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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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끗한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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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하고 생리양 감소, 생리 불순 등 부작용이 생겼다'는 주장이 번지고 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21일, 식약처는 릴리안을 검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관련 기사 : 식약처, 부작용 논란 생리대 '릴리안' 제품검사 착수). 릴리안을 생산하는 깨끗한 나라 또한 자사 홈페이지에 '릴리안은 식약처의 관리 기준을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 부처와 관련 업체까지 나섰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생활환경연구실(김만구 교수)이 공동으로 진행한 일회용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시험 결과를 언급합니다. 국내에서 많이 판매되는 총 11종의 생리대 등(일회용 중형 생리대 5종, 팬티라이너 5종, 다회용 면 생리대 1종)에서 200가지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Total Volatile Organic Compounds)이 검출됐다는 게 그 내용인데요. 이 TVOC엔 벤젠·톨루엔·스티렌 등의 독성 화학물질도 포함됩니다.

실제 19일, 해당 연구를 진행한 김만구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총휘발성유기화합물질(TVOC)이 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이 릴리안 생리대(최저 검출의 2.7배)와 팬티라이너(최저 검출의 9.7배)였다"고 밝혔습니다. 여성들은 이 부분에 주목하며 '릴리안 생리대에서 검출된 TVOC가 생리양 감소 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경험한 각종 생리 부작용은 정말 릴리안 생리대 때문이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단정할 수 없습니다'. 실제 TVOC가 생리 부작용과 연관이 있는지, 해당 생리대에서 검출된 TVOC의 양이 인체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선 명확히 밝혀진 바 없습니다.

고금숙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SNS에서 퍼지고 있는 증언처럼, 섣불리 생리대의 위험성에 대해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과학적인 역학 조사를 통해 생리대로 피해를 봤다는 여성들을 조사해서 더 큰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애초 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생리대를 비롯한 여성 용품에 대한 규제와 연구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란 건데요. 실제 식약처의 생리대 품질관리기준 항목에는 폼알데하이드, 형광물질, 산·알칼리 등만 들어갈 뿐, TVOC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고금숙 팀장의 설명과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3월 22일 내놓은 '생리대(월경용품) 검출시험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기반으로 '독성 생리대 논란'에 대한 궁금증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생리대 유해물질 관련 규제가 너무 느슨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성 건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생리대 유해물질 관련 규제가 너무 느슨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성 건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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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릴리안 생리대는 정말 위험한가?
"릴리안 생리대가 유해할 순 있다. 검출 실험 결과를 보면 유해물질이 나온 건 맞다.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모두 가장 높게 나온 것도 맞다. 하지만 과연 여성들이 릴리안을 쓸 때 경험한 건강상 부작용이 TVOC 때문이냐, 이건 밝혀진 바 없다. 지금의 문제는 검출 실험 결과와 이 부작용을 인과관계로 연결시킨다는 거다. 현재 상황에서 릴리안의 TVOC 때문에 생리 부작용이 생겼을 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 아직 모른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실제 TVOC가 생리 부작용의 원인인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양이었는지 등을 알기 위해 역학 조사가 필요하다. 중요한 건, 위험하든 위험하지 않든 생리대로 피해를 봤다고 증언하는 여성들이 나타났다는 거다. 초기에 이런 증언이 등장할 때 간과하면 안 된다. 빠르게 역학 조사를 실시해서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우려하는 부분을 풀어주고, 더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대처해야 한다.

이런 일들이 일어난 건 생리대 유해물질 관련 규제가 너무 느슨하기 때문이다. 연구도 없고 이미 늦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성 건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② 식약처 관계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TVOC가 외음부에 닿는 부분이 아닌, 날개면 접착제에서 검출된 것 같다고 했는데.
"실제 생리대를 따로따로 분리해 검사를 진행한 건 아니다. 여성들이 생리대를 사용할 때 부위별로 따로 사용하는 건 아니지 않나. 단면을 잘라서 통으로 검사를 진행한 건 맞다."

③ 한국의 생리대 규제에 구멍이 있는 거 아닌가.
"TVOC가 식약처의 생리대 품질관리기준 항목에 들어가지 않는 건 사실이다. 실제 생리대에서 검출된 TVOC가 위험한지 아닌지, 그동안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TVOC는 새집증후군에서나 논해졌다. 생리대의 경우 TVOC가 과연 외음부 피부를 통해서 흡수가 되느냐,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겠느냐가 중요한데 이 부분이 아직 규명 안 된 거다. 그러니 아직 규제도 없다. 

사실 그동안 여성 건강 이슈는 무시돼왔다. 생리대의 경우에도 유해성이 아니라, 흡수성 등 제품의 질, 물리적인 부분에만 관심이 많았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여성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아 터진 일이다.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비로소 공론화 된 거다. 제도가 사람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건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생리대 규제 기준이 해외에 비하면 뒤처지는 편은 아니다.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도 TVOC 규제 등이 없다. 미국 시민단체인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에서도 첫 번째로 말하는 게 '생리대 전성분 표시제 도입'이고 두 번째가 '규제를 만들 때 기준과 근거가 되는 연구가 너무 적으니 여성 건강 연구를 하라'는 거다. 출산과 임신이라는 주제를 벗어난 여성의 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관련 연구진들도 토론회를 열면 피부 유해성 평가 노출 계수 등을 계산해야 하는데 근거할 자료가 없다고 말한다."

④ 독성 생리대 논란, 정부는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일단 식약처는 전성분 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 화장품엔 이미 전성분 표시제를 하고 있다. 생리대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알고 볼 수 있도록 성분표시제를 강화해야 한다. 릴리안 역학 조사도 제대로 들어가야 한다. 건강상의 문제가 정말 생리대 때문인지 확인해서 더 큰 사고를 막아야 한다. 이런 조사를 기반으로 유해물질 규제를 신설하고 관리해야 한다.

다른 정부 부처에서는 생리 용품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최근 다양한 생리컵 등 생리용품이 나오고 있다. 공교육에서 이런 것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고 본다. 단순히 임신, 출산 등이나 해부학적 지식을 알리기보다 어느 정도 생리양이 적당한 것인지, 포궁 길이는 어떻게 재야하는지 등 내 몸에 대해 알 수 있어야 한다."

⑤ 그래도 불안한데. 여성들은 대체 어떤 제품을 사용해야 하나?
"첫 번째, 향료가 들어있는 제품을 피한다. 향료가 첨가된 생리대에서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 인공 향에는 알레르기 유발성분, 생식독성 성분, 발암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두 번째, 방수층(필름)이 들어있는 면 생리대의 경우 삶아서 사용한다. 면 생리대에서 일회용 생리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 그러나 빨아서 재사용하는 면 생리대의 특성에 따라 한번 삶아서 빨았을 경우 이 유해물질이 99% 제거됐다."

세 번째, 팬티라이너 사용을 줄이거나 면 생리대를 사용한다. 팬티라이너에서도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생리대를 꼭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팬티라이너 사용을 줄이거나 면 생리대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네 번째,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고 생각되는 브랜드의 제품은 즉시 교체한다."(관련 링크 : http://ecofem.or.kr/18300)


태그:#생리, #생리대, #독성물질, #릴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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