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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익산시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예방적 살처분 중단을 촉구하다. 오른쪽 두 번째가 필자.
▲ 4월 6일 익산시청 기자회견 4월 6일 익산시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예방적 살처분 중단을 촉구하다. 오른쪽 두 번째가 필자.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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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를 잡아 닭을 살리고자 살충제를 뿌렸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양계장 달걀을 전량 폐기처분 하는 것도 모자라 닭마저 살 처분을 하니마니 하고 있다. 생산성향상과 효율극대화를 향해 질주하는 현대 물질문명의 폐해가 양계농장에 드러났다 할 것이다.

식물이건 동물이건 성장을 촉진하고자 성장호르몬제를 넣고 운동을 제약하는 시설 안에서 키운다. 과 성장으로 허약해지니 이번에는 항생제 살충제, 농약을 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치명적인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다량으로 사람 몸에 생긴다. 당뇨와 비만, 고혈압과 그로 인한 합병증이 생긴다. 식욕부진과 피로감과 우울증 등등 끝이 없다. 필자는 졸저 <아름다운 후퇴(내일을 여는책. 2012.)>에서 이를 '자해문명'이라 불렀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근본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살충제 검출 달걀 문제는 동물복지농장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하다. 2010년 겨울에서 이듬해 봄까지 진행된 지독한 구제역 사태를 겪고 나서 2013년에야 이른바 축산선진화법이라 불리는 동물복지법 29조의 개정으로 등장한 것이 동물복지농장이다. 그러나 동물복지농장이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

풀어놓고 키우는 방사형 양계와 함께 철저한 방역시스템, 엄격한 품질 인증제 등을 실시하더라도 우리의 육식 밥상이 바뀌지 않고서는 어떤 대책도 계속되는 산업형 축산의 재앙들을 막지 못할 것이다.

대량 살처분의 악순환을 벗어나는 근본대책

2014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는 1인당 51.3kg의 고기를 먹었다. 2016년 한 해에 닭을 7억 3천만 마리나 잡아먹었고 달걀은 1인당 평균 268개를 먹었다. 1년으로 따지면 135억 6천만 개다. 달걀은 김밥이나 계란찜, 계란말이에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과자와 빵에도 들어가고 분유와 이유식에도 들어간다.

육식 소비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4년 전에 동물복지농장제가 생겨서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장식 밀집축산이 창궐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평균수명이 20년이나 되는 닭들이 육계는 몸무게가 900g 내외가 되는 40일 정도 살고, 산란계는 겨우 20개월 남짓 산다. 평균수명의 180분의 1에서 12분의 1을 살다 죽는 꼴이다.

80살을 사람의 평균수명으로 했을 때 몇 살에 죽는지 빗대어 볼 수 있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조류독감이 오면 닭들은 이 정도의 수명마저도 보장받지 못한다. 작년 말, 1달여 만에 3천만 마리가 살 처분됐다. 이처럼 육식 밥상은 생명 경시와 대량 살 처분을 인간의 새로운 만성질환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무감해졌다. 감각마저 사라졌다는 것은 아주 중증이 되었다는 것이다. 육식 밥상은 이처럼 동물들의 원혼과 떼죽음 위에 차려진 것이다. 우리가 대량살생에 둔감하고서 어찌 세상 평화를 바랄 수 있으랴. 화해와 치유를 말할 수 있으랴.

육식이 늘면서 각종 건강문제도 생겨났다. 사람의 심성이 거칠어지고 의료비가 급증하는 것도 육식과 관계된다. 결론은 간단하다. 식물식 식단으로 우리의 밥상을 바꾸는 것이 살충제 달걀과 대량 살 처분의 악순환을 벗어나는 근본대책이라 할 것이다.

식물성식품으로만 구성된 식단은 비만과 아토피, 천식, 비염 등을 개선하고 임신, 수유기, 유아기, 유년기, 청소년기, 노년 성인, 운동선수들을 포함한 모든 단계의 삶에 적합하며 만성질환을 감소시켜 의료비까지 줄인다. 학습 집중도도 드높인다. 미국의 영양식이요법학회(Academy of Nutrition and Dietetics)에서 작년에 나온 보고서 내용이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요인도 육식이다

지난 3월에 포르투갈은 모든 공공시설의 급식에 한 가지 이상의 엄격한 식물식 메뉴를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도록 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학교와 병원은 물론 교도소까지 원하는 사람에게 완전한 식물식 식단을 제공하게 되었다. 이미 유럽 선진국은 완전 채식 슈퍼마켓이 등장했고 채식이 시민의 기본권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가까운 대만만 보더라도 채식요리가 발달되어 있고 채식 전문 시장이 즐비하다. 채식인구도 전체인구의 20%가 넘는다고 한다.

시내 음식점에서 고기 안 들어간 메뉴를 고르고 고르다가 겨우 된장찌개를 시켜 보지만 국물은 육수인 우리 현실이 참으로 아득하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요인도 육식이다. 그래서 비틀즈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가 제안한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이 한국에서도 2010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으로 국내 시민사회단체, 공공기관 70여 곳에서 고기 없는 월요일이 진행된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시청 구내식당에 금요일마다 채식 식단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북교육청도 동참해 100여개 학교에서 주1회 채식급식을 하고 있다.

탄산음료와 튀김류 음식이 학교에서 퇴출 됐듯이 동물성 식단이 학교에서 먼저 추방되어야 한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유해 음식 명부에 육류를 포함해야 한다. 최소한 소와 돼지, 닭들도 '생명'이라는 인식은 가지게 해야 한다.

이제는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거나 슬레이트판 위에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라고 예상한다. 오래지않아 채식이 문명인의 기준이 되고 지구인의 교양이 될 것이다. 만 악의 근원이 육식문화이기 때문이다.

경유 자동차에 환경 부담금을 물리듯이 축산을 비롯한 육식문화산업 전반에 환경 부담금을 물리고, 건물에너지 효율 등급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듯이 식물식 식단에는 각종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육식문화를 그대로 둔 채 추진하는 동물복지농장 정책은 실패한다.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의 제한된 농지에서는 동물복지농장은 한계가 있고 밀집축산은 숙명이다. 더구나 1년 중 목초생육 가능기간이 짧게는 220일 뿐이고 제주도에 가야만 300일 정도 되는 현실을 봐야한다.

돈벌이 양계의 한계

잘 운영된다는 동물복지농장을 최근에 방문 한 적이 있다. 이 농장은 동물복지법과 그 시행령뿐 아니라 100여개나 되는 시행세칙을 잘 지키고 그 이상의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농장주도 동물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분이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관리의 대상이었다. 그곳에는 '생명'이 아니고 '축산물'이 있을 뿐이었다.

1990년대 초에 야마기시공동체에서 야마기시 수련을 하면서 '야마기시 양계'를 본 적이 있다. 칼릴지브란의 '예언자'에 나오는 '먹고 마심에 대하여'를 떠오르게 하는 곳이었다.

그대가 대지의 향기로 살아갈 수 있으며. 공기 식물처럼 빛에 의지해 유지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러나 그대는 살기위해서 죽이지 않을 수 없고, 그대의 목마름을 달래기위해서 새로 태어난 새끼에게서 어미의 젖을 훔쳐야만하기 때문에, 그때 그 행위가 당신의 예배행위가 되게 하시오.
..(중략)...
어떤 짐승의 고기를 먹을 때 그대들은 그에게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십시오.

너를 죽이는 바로 그 힘으로 나도 죽임을 당하고
나 역시 너처럼 먹힐 것이다
너를 내손에 넘겨준 그 법칙이 나를 더 힘 있는 손에
넘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후략)

야마기시 양계에서는 닭장에 모이를 줄 때 노크를 먼저하고 닭장을 연다. 그리고는 "아침 밥 가져 왔습니다"라고 말한다. 달걀을 꺼내 올 때도 알리고 양해를 구한다. 닭을 잡을 때도 마찬가지다. 고통을 최소화한다. 인공조명을 쓰지 않고 채광과 통풍을 사람 살림집답게 한다.

야마기시 양계법을 최대한 따르는 나주의 농부 김경호가 프레시안에 쓴 글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우리의 과도한 육식문화에서는 친환경인증 기관들과 축산산업,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유착도 근절될 수가 없다고 본다. 인증기관의 부정행위와 (동물복지)축산농가의 위법행위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돈벌이 양계의 한계라고 봐야한다.

핵발전소에 기대어 먹고사는 핵피아가 있다. 밥상을 뜯어먹고 사는 식피아들이 있다. 수입농산물과 육식관련 업종이다. ㈜하림을 축으로 하림그룹은 우리나라 3200여 양계농가의 87%를 수직계열화했다. 이들 간의 살벌한 생산성 경쟁을 부추긴다. 대표적인 식피아다. 이들의 발호를 막고, 식물식 식단에 대한 시민의 선택권을 보장함으로써 밥상을 근본에서 바꿔가는 것이야 말로 되풀이되는 축산재앙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늘 8월 21일자 경향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지면 제약으로 다 싣지 못한 내용을 보강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살충제달걀, #공장식축산, #동물복지농장, #조류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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