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의 첫 단독콘서트는 따뜻했다.

벨벳 옷감의 부드럽고 따스한 감촉처럼 레드벨벳은 팬들과 2시간 넘도록 노래로, 말로 다정하게 소통했다. 마음과 마음이 오간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첫 콘서트 현장을 전하다.

첫 단독 콘서트에 눈물, 많은 것 느꼈다

레드벨벳 레드벨벳이 지난 18~20일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 < Red Room
 >을 개최했다.

레드벨벳이 지난 18~20일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콘서트를 개최했다. ⓒ SM


2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오후 4시 공연에 앞서 1시 30분에 이들의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콘서트를 준비하며 느꼈던 소회와 과정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슬기는 지금까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 말에 "아무래도 처음(데뷔)인 것 같고, 사실 하나를 꼽을 순 없는 것 같다"며 "지금은 콘서트 하는 게 제일 행복한 것 같다"고 답했다. 콘서트를 하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는 말에 다른 멤버들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콘서트를 하는 데 많은 분의 수고가 들어간다는 걸 진심으로 깨닫게 됐다. 새벽까지 연습도 하고 그러면서 여러 사람의 시너지 같은 걸 느꼈고 희열도 느꼈다. 그렇게 준비해서 무대에 섰을 때 팬분들이 없으면 내가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도 보여줄 기회가 없겠구나 싶었다. 이번 첫 콘서트는 저에게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사함을 느끼게 했다." (조이)

콘서트를 응원하러 찾아온 소속사 선배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예리는 "태연, 윤아, 효연, 민호 선배님이 어제 왔는데 저희는 오는 줄 몰랐다가 봬서 힘을 얻은 상태에서 콘서트에 들어갔다"며 "관객석에서 보다가 무대에서 선배님들을 보니까 기분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조이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연습생 때부터 선배님들 공연을 보러 많이 갔다"며 "그때 선배님들 콘서트를 보면서 무대에서 이렇게 저렇게 해봐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고 도움이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레드벨벳 레드벨벳이 지난 18~20일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 < Red Room
 >을 개최했다.

레드벨벳 기자간담회 ⓒ SM


오랫동안 꿈꿔온 단독 콘서트를 열게 된 감격에 이들은 많은 눈물을 흘렸다. 슬기는 "음악 방송할 때 팬분들을 만나다가 이렇게 많이 오신 걸 본 게 처음이었다"며 "우리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감동받았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조이도 "첫 공연 때 눈물이 흘렀다"며 "리허설 땐 관객석이 비어 있다가 공연 때 꽉 채워진 모습을 보는 순간 감격스러웠고, 연습생 때부터 지금까지 힘들었던 일들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슬기는 데뷔 후 달라진 점을 묻자 "저희에게 팬분들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팬분들을 위해서 뭔가 준비하려고 하고 욕심이 생기고 책임감이 많이 생기더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분들은 저희를 보러 오신 분들이고, 저희가 행복한 기운을 전해드리고 싶은데 그러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며 팬들을 향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번 콘서트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묻는 말도 이어졌다. 이에 조이가 마이크를 들었다.

"저는 어렸을 땐 '이런 사람이 돼야 해' 하는 목표를 짜서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멤버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즐겁게' 활동하는 게 목표가 됐다. 어떤 높은 목표를 설정해도 우리가 즐겁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서 요즘은 '즐겁게 하자'는 게 최고의 목표다." (조이)

한 편의 뮤지컬처럼

레드벨벳 레드벨벳이 지난 18~20일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 < Red Room
 >을 개최했다.

레드벨벳 웬디 ⓒ SM


레드벨벳 레드벨벳이 지난 18~20일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 < Red Room
 >을 개최했다.

레드벨벳 조이 ⓒ SM


콘서트는 정시에 시작됐다. 먼저 무대 위 화면에 특별한 영상이 펼쳐졌다. 화면에 멤버 한 명 한 명이 등장할 때마다 객석의 환호성이 터졌다. 영상의 스토리는 실제 무대로 이어졌다. 예리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는 것으로 끝난 화면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는 무대 위 실제 예리의 모습으로 이어졌고 멤버들이 쏙쏙 팬들 앞에 등장했다. 객석은 더 큰 환호성과 붉은 응원봉을 흔드는 것으로 이날의 주인공들을 맞이했다.

영상이 그리는 이야기는 알고 보니 콘서트가 끝날 때까지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쭉 이어졌다. 잠에서 깨어나 촬영장에 도착한 멤버들의 모습, 가운을 입고 헤어숍에서 무대를 준비하는 모습 등을 통통 튀는 연기로 선보였다. 마치 뮤지컬 한 편을 보는 듯했다. 무대 세트도 스토리에 따라, 장면에 맞게 바뀌어 다양한 볼거리를 줬다. 춤과 노래 연습뿐 아니라 연기를 맞추는 것까지, 다섯 멤버들의 공이 많이 들어간 무대 같았다.

"얘들아 나 네일했어", "내가 더 예뻐" 등의 발랄한 대사들이 오갔고, 가운을 입은 채로 자연스럽게 노래를 몇 곡 불렀다. 무대 세트부터 의상과 대사까지 통일성을 갖추니 더욱 특별한 무대가 만들어졌다.

'덤덤'까지 9곡을 연달아 부른 멤버들은 관객에 정식으로 인사를 건넸다. 웬디는 "오늘 공연 3일째인데도 이렇게 콘서트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18일부터 이어진 이들의 콘서트는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신나게 달려온 레드벨벳은 멘트 후 의자에 앉아 '바다가 들려'를 불렀고 순식간에 분위기 있는 무대로 바뀌었다. 다음 곡 '캠프파이어'를 부를 땐 자리에서 일어난 멤버들이 객석 사이를 걸어서 공연장 중앙의 간이무대로 이동했다. 간이무대에 도착할 때까지 이들은 손 내민 팬들의 손을 잡아주고 눈을 맞추는 등 가까이 인사하고 소통했다.

간이무대에서 2층 객석을 향해 'ZOO'까지 부른 이들은 다시 팬들과 가까이서 이야기를 나눴다. 예리는 "연습 때만 해도 여기 무대로 옮겨서 노래하는 게,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보고 하려니 어렵고 어색했는데 실제 공연에서 많은 분이 와주셔서 감동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ZOO' 이 곡은 세트 리스트 중에 가장 마지막에 들어간 노래인데 저희가 꼭 하고 싶다고 해서 하게 됐다"고 설명도 덧붙였다.

본무대로 돌아간 멤버들은 더욱 색다른 무대를 이어갔다. 웬디는 '마지막 사랑'을 솔로 무대로 꾸몄고, 슬기, 조이, 아이린, 예리는 'Be Natural'을 각각 개성에 맞는 단독 안무로 선보였다. 팬들은 멤버 한 명 한 명이 등장할 때마다 이들의 본명을 외치며 응원했다. 정장을 입고 나타난 레드벨벳은 지금까지와 다른 분위기로 변신해 카리스마를 보였다. 발랄하고 상큼한 '레드' 콘셉트에서 분위기 있고 우아한 '벨벳' 콘셉트로의 전환이었다.

솔직한 소통, 이심전심

레드벨벳 레드벨벳이 지난 18~20일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 < Red Room
 >을 개최했다.

레드벨벳 슬기 ⓒ SM


레드벨벳 레드벨벳이 지난 18~20일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 < Red Room
 >을 개최했다.

레드벨벳 아이린 ⓒ SM


레드벨벳 레드벨벳이 지난 18~20일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 < Red Room
 >을 개최했다.

레드벨벳 예리 ⓒ SM


특별무대가 끝난 후 웬디는 "멤버들 없이 혼자 하니까 5배는 떨렸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솔로 무대 후기를 들려줬고, 예리는 "팬분들이 본명을 부르며 응원해줘서 일부러 그걸 들으려고 인이어 한쪽을 빼고 노래했다"고 말했다. 레드벨벳은 팬들에 자신들이 느끼는 것들, 생각하는 것들을 솔직하게 그때그때 말했다. 이 덕분인지 이날 객석과 무대가 서로 따뜻한 '소통'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까 침대에서 자는 연기 하는데, 제가 눈을 감아야했는데 슬 떴어요. 그랬더니 웬디가 보고 놀라서 어쩔 줄 모르며 다시 자는 연기를 하더라고요. 너무 귀여웠어요 하하." (아이린)

아이린은 팬들에게 방금 전 무대의 에피소드를 알려주며 친구와 수다 떨듯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웬디는 아이린의 말에 "(아이린과) 눈이 마주치고 깜짝 놀라서 이 타이밍이 아닌가 싶어서 다시 자는 척했다가 또 아닌가 싶어 일어났다"며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공연이 끝나기 전 마지막 4곡은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곡들로 배치됐다. 이들은 '아이스크림 케이크', '러시안 룰렛', 'You Better Know', '빨간 맛'을 연달아 부르며 관객석의 팬들을 일으켜 세웠다. 덕분에 공연장의 열기는 마지막을 불태우려는 듯 달아올랐다.

무대가 끝나고 멤버들이 퇴장하자 팬들은 앙코르를 요청했다. 1층 앞쪽 좌석에서 누군가가 호루라기로 신호를 줬고, 이에 맞춰 팬들은 레드벨벳의 'MY Dear'를 합창했다. 다시 무대에 오른 레드벨벳은 'Cool World', '행복', '사탕'을 부르며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3일간의 단독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레드벨벳 레드벨벳이 지난 18~20일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 < Red Room
 >을 개최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막내 걸그룹으로 출발한 레드벨벳. 팬들과 함께 아이돌도 성장했고,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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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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