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필트위터


최근 트위터에서 자신이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김사복 씨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트위터 이용자는 20일 "영화에서 묘사한 내용이 실제와 많이 다르다"며 아버지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5일 김승필이라는 이용자(트위터 계정 @franio1013)는 '저는 김사복 씨 큰아들입니다'라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그는 "지난 4일 이 영화를 보고 늘 제 안에 계셨던 영웅이 밖으로 나오는 느낌이었다"며 "아버님을 잊지 않으시고 찾아주신 위르겐 힌츠페터 씨에게 깊이 감사함을 드립니다"고 적었다.

그리고 김사복씨는 지난 1984년 12월 19일 투병 후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간 많은 언론에서 김사복 씨의 아들이라고 자처하는 그를 수소문했으나 그와 접촉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20일 오후 4시경, 그가 <택시운전사> 1천만 관중돌파를 축하하며 장문의 호소문을 함께 올렸다.

그는 4장의 호소문을 통해 "아들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여러 정황으로 아버님 김사복씨가 <택시운전사>의 장본인임을 알리며 공식적인 확인을 요청했으나 내한한 피터 씨 부인과의 만남 등 그 어느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에 대한 서운함부터 토로했다.

그는 이어 "영화의 내용이 아버님의 이미지와 사생활 부분에서 많이 다르다"며 특히 "(영화에) 첫 자막에 '실화를 배경으로 재구성했다'는 자막이 있으나, 실제 가족들도 모르는 딸이 있다는 부분은 사실이 다른 부분으로 아버님을 잘못 알리게 된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피터씨가 저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광주와 아버님 김사복씨를 통해 그간 잊고 있었던 슬픔과 고통을 기억하고 더 이상 역사적 오류를 범하지 말라는 교훈이자 숭고한 소명"이라고 적어 내려갔다.

이어 "아버님 김사복씨는 그 당시 외국 언론사와 문화공보부, 외무부, 국제문화교류협회 등에서 (실제로는 이미) 매우 잘 알려진 분"이라며 조만간 언론을 통해 김사복 씨의 사진은 물론 그간의 사정을 모두 공개할 것을 약속했다.

그동안 영화 제작진과 배급사는 최근 김사복씨와 가족들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전한 바 있다.

다음은 김씨의 호소문 전문.

<택시운전사> 1000만 관중이 함께했음을 축하합니다. 이제 여러분들에게 호소하고자 합니다. 끝까지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그간 여러 정황 등으로 우리 아버님 김사복 씨가 피터 씨와 광주를 다녀온 장본인임을 이 영화 제작사에 충분히 알리고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버님인 김사복 씨를 그토록 찾았다는 영화 제작사와 피터 씨 그리고 영화를 보신 모든 분에게 김사복 씨를 알리고자 기쁜 마음으로 제작사로 뛰어가 모든 정황과 사실을 알려 드리고 공식적으로 밝혀주실 것을 요구했으며 그 당시 한국에 계신 피터 씨의 부인과 만남을 주선해 줄 것 또한 간절히 요청했으나 그 어느 것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 아쉬운 마음으로 여러분들에게 호소하고자 합니다. 자식 된 입장에서 영화를 통해 아버님의 소신과 광주의 진실을 밝혀주신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에 감사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작성하며 고증할 당시 아버님을 찾을 수 없었기에 영화의 내용 가운데 아버님의 이미지와 사생활에 관한 많은 부분에서 사실과 다른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아직 살아계신 어머님이 돌아가신 것으로 되고 아버님이 우리 모르게 딸을 하나 두었다는 등 많은 사람이 영화의 첫 자막에 '실화를 배경으로 재구성했다'는 문장 하나만으로 아버님을 잘못 알리게 된 아쉬움이 있습니다.

'김사복 씨는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분의 사생활은 픽션으로 했다'는 내용을 추가했더라면 그분이 그 어떤 분이라 할지라도 예의를 취하는 자세가 아니었던가 하는 아쉬움이 큰 대목입니다. 물론 인터넷상으로 그 부분은 픽션이라는 부가적인 설명을 올렸다는 제작사의 얘기는 있었지만, 대부분 영화를 본 사람들은 첫 자막만으로 인식하는 경우이어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택시 운전사>는 광주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저희 아버님과 우리 가족의 영화이자 우리 모두의 영화가 되었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통해 피터 씨가 마지막에 아버님을 그토록 간절히 찾는 인터뷰를 보았을 때 저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돌아가신 아버님에 대한 이야기구나라는 놀라움만은 아니었습니다. 비로소 내 마음속 깊이 영웅으로 계신 아버님께서 세상 밖으로 나오셨다는 벅찬 감동이었습니다.

피터 씨가 저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광주를 통해,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를 다시 찾는 것을 통해 그간 잊었던 그 슬픔과 고통을 다시 기억하고 진실을 다시 드러냄으로써 더 이상 역사적 오류를 범하지 말자는 교훈이며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이 사실을 교감하여 미래를 활짝 열라는 숭고한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광주항쟁의 실상과 광주를 지키고자 했던 시민들의 염원 등 광주의 진실을 어떻게든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피터 씨와 아버님 김사복 씨는 여느 시민과 같은 그저 고단한 삶 속에서도 가족에 대한 사랑과 걱정으로 지내시면서 늘 진실과 양심을 외면하지 않고 착하게 살고자 했던 평범한 시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SNS에서는 그 어떤 근거도 없이 아직도 오월 광주항쟁을 간첩과 북한의 소행이라 주장하고 더 나아가 우리 아버님을 조총련 앞잡이 또는 간첩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무책임한 주장으로 저희 가족들에게는 이미 치명적인 상처가 되었습니다. 또한, 진실을 모르는 많은 사람이 피터 씨와 아버님을 그들의 황당한 주장에 오해하기도 합니다.

저를 잘 알고 있는 지인조차 그와 같은 소식을 전하고 문의를 할 때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낍니다. 자기 아버지의 삶이, 그리고 그 이름이 아무렇게나 회자되고 더럽혀지는 것을 어느 자식이 그냥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

이제부터 많은 분이 그토록 찾고 계셨던 김사복 씨로부터 들었던 광주항쟁의 실상을 알리고 저희 아버님의 진실을 날조하고, 왜곡하고, 폄훼하는 그 어떠한 행위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그 당시(제 나이 22살) 아버님을 따라 광화문 근처에 있는 외국 언론사에서 피터 씨가 찍은 VTR을 독일 기자들과 일본 기자들과 함께 봤던 광주항쟁의 실상 또한 생생합니다.

늦게나마 자식 된 도리를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명예 또한 잘 지키겠습니다. 모두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만간 언론을 통해 자세히 알려 드리고 그때 아버님 사진 또한 공개토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그 당시 외국 언론사와 문화공보부, 외무부, 국제문화교류협회 등 저희 아버님인 김사복 씨는 매우 잘 알려진 분이셨습니다. 아버님 사진이 공개되면 많은 분이 아버님에 관한 많은 얘기를 들려주실 겁니다.

다시 한번 아버님 김사복 씨를 잊지 않고 찾아주신 피터 씨와 영화 제작을 통해 아버님의 소신을 세상에 알려 주신 제작진 모든 분에게 깊이 감사함을 드리며 저희 아버님 김사복 씨를 가슴으로 찾고 계시고 불러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김사복 씨 큰아들 김승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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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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