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8월 경기를 보는 재미 요소 중 하나는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형성하고 있는 관계다. 이미 오래 전부터 "엘넥라시코"로 잘 알려져 있는 LG와 넥센의 관계는 숱한 스토리가 쌓인 명승부가 많이 생긴 것에서 비롯한 관계다.

LG는 두산 베어스와 함께 서울 송파구 잠실운동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넥센은 2015년 겨울에 개장한 고척 스카이돔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다. 고척 스카이돔을 사용하기 전에도 히어로즈는 목동운동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LG와 두산 이외의 새로운 서울 시리즈를 만들어낸 팀이다.

그런데 LG와 넥센은 최근 23일 동안 승패 행진이 똑같다. 이기는 날에는 똑같이 이기고, 지는 날에는 똑같이 지는 행진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평행 이론은 서로의 맞대결이 없어야만 가능한데, LG와 넥센의 올 시즌 맞대결은 7월 27일 잠실 경기 이후 8월 31일 잠실 경기가 열릴 때까지 한 달 동안 없다.

이기면 똑같이 이기고, 지면 똑같이 지는 나날의 반복

서로의 맞대결 이후 7월 28일 일정부터 LG는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를 만나며 3연전을 마쳤다. 그리고 2연전 일정이 시작되면서 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kt 위즈를 만난 뒤 다시 SK, 삼성을 만났다. 8월 13일 광주 원정 경기와 15일 홈 경기는 비로 순연됐다.

넥센은 LG와의 맞대결 이후 삼성, SK, 롯데를 만나고 3연전 일정을 마쳤다. 2연전 일정이 시작된 이후로는 KIA, 두산, 한화, 삼성, 다시 롯데를 만났으며 NC 다이노스와 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홈 구장에 지붕이 덮여있는 넥센은 8월 15일 대구 원정 경기 한 번만 순연됐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LG는 1패 후 5연승을 거둔 뒤 두산에게 3연패를 당하며 3연전을 마쳤다. 이후 삼성과 1승 1패, SK와 1승 1패, KIA를 상대로 1경기 패배(8월 12일), kt를 상대로 1경기 승리, SK를 상대로 2연패를 당한 뒤 삼성을 상대로 1승을 거뒀다.

넥센의 행보도 LG 경기가 없었던 13일을 빼면 승패가 똑같다. 역시 1패 뒤 5연승을 거뒀고, 롯데에게 3연패를 당하면서 3연전 일정을 마쳤다. 이후 KIA와 1승 1패, 두산과 1승 1패, 8월 12일에 한화에게 패배, 삼성에게 1경기 승리, 롯데를 상대로 2연패를 당한 뒤 NC를 상대로 1승을 거뒀다.

이 쯤 되면 LG와 넥센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명승부를 벌이는 "엘넥라시코"의 관계보다도 더 끈끈한 정을 이어가는 것 같이 보인다. 연인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동행하는 것처럼 같은 날 이기고 같은 날 진다. 올 시즌 KIA의 슬로건이 "동행"인데, LG와 넥센은 KIA의 "동행"과는 또 다른 형태의 "동행"을 하고 있다.

경기장 환경에 따른 우천 순연 차이, 승차 반 경기로 유지

그러나 LG와 넥센의 "동행"에서 한 가지 다른 요소가 있었으니, 바로 경기장의 환경에 따른 경기 일정 변동이었다. 8월에 LG는 광주 북구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원정 2연전을 치렀는데, 이 중 13일 경기가 비로 인하여 순연된 것이다.

반면 13일 경기가 홈 경기였던 넥센은 예정대로 한화와의 홈 경기를 치렀고 9-1로 승리했다. 경기장에 지붕이 덮여있는 고척 스카이돔의 특성상 넥센은 지난 시즌부터 홈 경기 우천순연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덕분에 잔여 경기를 100% 원정 경기로 치렀음에도 일정에 여유가 넘쳤다.

LG가 하루 쉰 날 경기를 치렀던 넥센이 승리하면서 13일 부로 LG와 넥센의 승차는 0이 되었다. 이후 8월 20일에 LG가 한 차례 우천 순연되고 넥센이 패하면서 승차는 다시 반 경기가 됐다.

다만 넥센도 원정 경기 우천 순연은 피하지 못했다. 8월 15일에는 LG와 넥센 둘 다 우천으로 경기가 순연되었다. LG는 서울에 내린 비로 인하여 잠실 홈 경기를 치르지 못했고, 넥센은 대구 원정 경기를 하루 치르지 못했다.

앞으로 서로 만날 때까지 9경기, "동행"은 언제까지?

LG와 넥센은 8월 31일 잠실에서 만날 때까지 서로의 맞대결이 없다. 그리고 이들이 만날 때까지 앞으로 9경기나 남아있다. 이 때문에 LG와 넥센의 묘한 "동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거리다.

변수는 날씨다. 올 시즌 지붕이 없는 경기장들 중에서 단 한 번도 우천 순연을 겪은 적이 없는 경기장은 인천 남구 SK 행복드림구장 뿐이다. 덕분에 SK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상태다. 이후에도 각 지역 날씨에 따라 서로의 승차가 바뀔 가능성은 있다.

가장 주목할 점은 날씨가 좋아서 LG와 넥센이 모두 경기를 하게 될 경우 계속해서 서로 같은 날 승패를 이어가느냐의 여부다. 만일 이들이 다시 만나는 8월 31일이 될 때까지 서로 같은 날 승리하고 같은 날 패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올 시즌을 관전하는 이색적인 요소로 두고두고 회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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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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