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이번 경기에서도 득점 지원이 따르지 못하면서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승리보다도 더 중요한 가치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장의 승리보다는 앞으로 던지게 될 더 많은 시간을 위해서 긍정적인 신호다.

8월 20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렸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인터리그 원정 경기에 등판했던 류현진은 5이닝 3피안타 4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89구). 그러나 6회말 수비에서 투수가 교체될 때까지 류현진은 단 한 점도 지원받지 못했다.

류현진이 지난 경기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고전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게다가 타이거즈는 올 시즌 왼손 투수들을 상대로 타율 1위, 장타율 1위, OPS 1위였던 좌투 킬러 타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볼넷 4개를 내줬음에도 무실점 피칭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무실점인데도 노 디시전, 승패 없는 경기만 9번째

올 시즌 류현진은 4번째 무실점 경기를 기록했다. 선발로 등판한 경기만 기준으로 할 때에는 3경기다. 그런데 류현진은 그 무실점을 기록했던 4경기에서 1승 무패 1세이브를 얻는 데 그쳤다. 강력한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이 버티고 있는 다저스 불펜을 감안하면 역전패를 당할 일은 거의 없는데, 류현진이 내려간 이후에 뒤늦게 타선이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때문에 류현진의 올 시즌 기록은 4승 6패 평균 자책점 3.45라는 다승과 평균 자책점만으로 봐서는 안 된다. 올 시즌 류현진은 가벼운 부상으로 10일 부상자 명단만 몇 차례 다녀왔는데, 사실 다저스는 선발투수를 비롯하여 주전급 선수 자원이 남았기 때문에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만 거르는 시간 동안 로스터 조정 차원에서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것이다.

올 시즌 다저스는 류현진을 포함하여 총 9명의 선발투수가 등판했다(트레이드로 영입된 다르빗슈 포함). 브록 스튜어트는 임시 선발로 2경기 7.2이닝만 던졌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로테이션으로 고정 운영했던 선발투수만 8명이다.

이 때문에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제외하면 다른 투수들은 그리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았다. 경기 후반 강한 불펜이 대기하고 있었기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선발투수들에게 짧고 강한 투구를 주문했고, 이에 다저스 선발투수들은 상대적으로 투구수가 적었다. 올 시즌 다저스 선발투수들의 완투는 고작 1경기(커쇼) 뿐이다.

그렇다보니 류현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날 경기에서도 투구수가 90개를 넘기지도 않았는데 로버츠 감독은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보통 선발투수들이 100구에서 110구 사이를 던지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교체였다. 올 시즌 류현진은 100구 이상 경기가 4번 밖에 없다.

결국 류현진은 선발로 등판한 18경기(97.2이닝)에서 평균적으로 5이닝을 조금 넘겼다. 시즌 초반에 조기 강판된 경우들을 제외하고 점차 이닝을 늘려갔지만, 유독 류현진 경기에서만 다저스 타선은 그가 마운드에 있을 때 침묵하는 경기가 많았다.

후반기만 보면 류현진이 에이스, ERA 1.55

다저스 선발투수들의 후반기 성적을 놓고 보면 류현진이 가장 좋다. 리치 힐과 알렉스 우드는 유난히 득점 지원을 많이 받아서 그리 위력적인 투구가 아니었음에도 후반기에 4승 씩을 추가했다.

전반기에 임팩트가 강했던 우드는 후반기 6경기에서 평균 자책점 3.68로 다소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힐의 후반기 평균 자책점은 3.27이며 브랜든 맥카시의 후반기 평균 자책점은 2경기 10.38에 달한다. 마에다 겐타는 후반기 1.98로 각성한 가운데 득점 지원까지 받아가면서 4승을 챙겼다.

물론 후반기에 에이스 커쇼는 평균 자책점 0을 기록했다. 그러나 커쇼는 2경기만 등판한 뒤 허리 통증으로 인하여 부상자 명단에서 쉬고 있다. 곧 복귀할 예정이지만 지난 해에도 그렇고 올해에도 그렇고 커쇼는 허리 문제로 인하여 후반기 기여도가 다소 낮다.

류현진은 후반기 5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1승 무패 평균 자책점 1.55를 기록했다. 평균 자책점 1.55임에도 1승에 그쳤다는 것은 다저스 타선이 류현진에게 힘이 되지 못했다는 신호다. 그나마 류현진의 1승도 7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던 뉴욕 메츠 원정 경기였다.

20일 경기에서 류현진은 비록 5이닝으로 선발투수의 기본적인 역할만 소화했지만, 볼넷을 4개나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면서 후반기의 위력적인 모습을 이어갔다. 전반기에 임팩트가 강했던 우드가 지친 반면 류현진은 후반기를 보낼수록 더욱 강해지고 있다.

시즌 100이닝 돌파한 류현진, 어깨에 달린 의문부호 지웠다

20일 경기로 류현진은 시즌 101.2이닝을 소화했다. 류현진이 100이닝을 넘긴 것은 어깨 수술 이전인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좀 더 목표를 크게 보면 규정 이닝(풀 타임 기준 162이닝) 진입도 기대할 만 하겠지만,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규정 이닝을 넘긴 시즌은 첫 해인 2013년(192이닝) 뿐이다.

류현진이 192이닝을 던졌던 2013년의 경우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휴식이 다소 길었던 적이 몇 번 있었을 뿐, 부상자 명단에 들어간 적은 없었다. 2014년의 경우 부상자 명단에 두 차례 올랐으며, 시즌 막판에는 부상자 명단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포스트 시즌 준비를 위해 정규 시즌 등판을 마감하며 152이닝에서 멈췄다.

다저스는 올 시즌 121경기를 치렀고 41경기가 남았다. 보통 선발 로테이션이라면 선발투수들이 8번 정도 더 등판할 수 있겠지만, 다저스의 선발투수 자원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류현진에게 앞으로 남은 등판은 최대 7경기 정도로 예상된다.

류현진이 이 남은 7경기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정도의 투구를 한다고 해도 규정 이닝 진입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올 시즌 완투가 1경기 밖에 없는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 운영을 생각한다면 완투를 통해 이닝을 크게 늘리는 경우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류현진은 올 시즌 규정 이닝 진입보다 더 큰 목표를 두고 있다. 부상에서 복귀한 첫 시즌에 초반부터 강력한 임팩트를 보이려다 부상이 재발하는 것보다는 다소 천천히 몸을 풀면서 후반기에 들어 점차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는 오히려 넘쳐나는 다저스의 선발투수 자원이 고마울 수도 있다. 과거 류현진이 한화 이글스 시절이었다면 류현진 이외에 확실하게 믿을 선발투수가 없어서 류현진이 이닝을 최대한 많이 소화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다저스는 커쇼가 없어도 리그 정상급 투수진을 꾸릴 정도로 부상 선수들의 대체 자원이 많다.

이 때문에 부상자 명단에 선수들이 있어도 다른 선수들이 짊어지는 부담이 적다. 가벼운 부상을 입은 선수들도 푹 쉬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복귀하여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팀이 현재 다저스인 것이다. 당장 무리하면 안 되는 류현진에게 다저스는 복귀 첫 시즌 편하게 던질 수 있는 환경이 된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류현진이 100이닝을 넘겼다는 점은 팀 동료들도 덩달아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서 류현진의 어깨에 부담을 줄이고 류현진도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당장의 승리보다 더 멀리 바라보고 시즌을 보내는 류현진의 다음 투구를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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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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