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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국기
 스페인 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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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며 느끼게 되는 것은 진정 무엇일까? 생각한다. 그것은 단순히 여행지에서 느끼게 되는 낯섦이나 새로움만은 아닐 것이다. 자칫하면 방종을 의미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자유, 그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 스페인에서 특이하게 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 스페인 국기이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가는 곳'보다 의식적으로 '스페인 국기'를 주시해봤다. 어디를 가든 곳곳마다 자랑스레 국기가 걸려 있다. 관공서는 말 할 것도 없고 상점, 거리, 아파트, 호텔 심지어 개인 사택에도 국기가 걸려있다. 그들이 그렇게 '국기를 평소에 일상으로 걸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스페인 국기를 보며 갖게 된 새로운 인식이 나라를 생각하게 만든다.

갑자기 깨달은 인식이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관해 사고하게 한다. 2017년 8월 15일은 우리나라, 대한민국 72주년 광복절이다. 광복 72년을 입에 올리는데 뭔가 가슴이 뭉클하다. 유일한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는 피할 수 현실, 상황이 아픔이 되어 마음에 들어온다. 대단히 애국적이라서가 아니다. 뉴스에 매일 등장하는 단어 '북핵위기'를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하다.

스페인 어디를 가는 눈에 띄는 국기

어머니는 조국을 대변하는 말이다. 어머니를 가장 중의적으로 사용한 작가가 있다. 러시아의 작가 막심 고리키는 <어머니>에서 어머니란 의미를 '조국과 어머니'로 중의적으로 표현한다. 그는 어머니에서 평생을 맹목으로 살아 온 자신의 어머니를 조국으로 대유한다.

국민의 앞날은 체제와 이념 앞에 자유를 박탈당하는 풍전등화 앞에 놓여있다. 문맹의 어머니는 전적으로 신뢰하는 아들의 일, 신념을 지키는 일에 자신의 전 생애를 건다. 어머니는 투쟁이나 민주, 폭력, 자유, 투쟁을 모른다. 다만 어머니가 알고 느끼는 것은 아들 빠벨과 그의 동지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다. 진심으로. 인간의 고귀함을 지키며 사랑함에 어머니는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 맹목적이다. 어머니가 무너지는 것은 결국 조국이 사라지는 것이고, 잃게 되는 것이다. 어머니는 결코 어머니로서 자식을 잃을 수도 놓을 수도 없다.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조국을 잃은, 나라를 잃은 아픔을 아들에게 자녀에게 결코 남길 수 없다. 어머니는 나라이고, 조국이고,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궁금했다. 스페인 어디를 가는 눈에 띄는 국기. 그들에게 국기는 고리키의 <어머니>처럼 그들의 어머니이며 사랑이라고 여겨졌다. 스페인의 국기에는 'NON PLUS ULTRA'(이것 넘어 아무것도 없다)에서 신대륙 발견 후에 'PLUS ULTRA'(보다 먼 세계로)라고 바뀐 글이 새겨져 있다. 이 한 문장으로 강하게 전해지는 그들의 긍지를 본다. 이는 식민지화된 나라에 돈키호테 동상을 세웠던 위용과 다르지 않다.

그 위용을 보며 그것보다 더 강한 우리의 긍지를 스페인 몬주익 언덕에서 본다. 국가'에 대한 정의를 가장 일반적으로 정의한 베버(Weber)는 국가란 '정당한 폭력 상용의 독점을 지배함으로써 영토에 대한 규칙을 제정하는 주장을 당연히 가지는 조직'이라 말한다. 대한민국은 국가라는 정의에 부합하는 당연한 조직을 갖춘 나라이다. 조직을 갖춘 나라로서 대한민국을 전 세계적으로 대표해 나타내는 것이 있다. '태극기'이다. 올림픽에서 김연아, 박태환이 메달을 땄을 때, 각종 스포츠에 참가한 선수들이 메달을 땄을 때 가장 먼저 나라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국기, 태극기다.

우리 손으로 만들어진 황영조 부조상

계속 달리는 황영조
 계속 달리는 황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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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랑과 긍지를 만나러 몬주익 언덕에 오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거의 찾지 않는다는 곳이다. 언덕 오르막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열린 주경기장이 있고, 그곳에서 우리나라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땄다.

몬주익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태극기를 만나게 된다. 한참을 보았다. 금메달을 딴 대한민국의 황영조를 기념하기 위해서 스페인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현지인들이 모금을 했다. 우리 힘으로 만들어진 황영조 부조상, 부조상 속에 그는 아직도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 먼 나라 이국땅에서 그가 이 언덕을 오르며 느꼈을 희망과 고통을 회환의 눈으로 본다. 부조상 앞에 어느 나라도 그 위용을 담아낼 수 없을 태극기가 새겨진 대리석이 있다.

태극기를 보는데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을 쿵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표현할 수 없다. 태극기를 보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공연히 눈물이 핑 돌았다.

한참을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었다. 그저 태극기를 바라보며... 그러다 그때서야 텅 빈 머릿속이 서늘했던 가슴이 조금씩 채워져 왔다. 그것은 깊은 그리움이었다. 너무나 당연해서 잊고 살았던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서울시의 시민이란 절대로 바뀔 수 없는 존재적 정체성이었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대리석에 새겨진 태극기! 순간에 마음으로 와 닿은 깨우침이 가슴에서 꺼이꺼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잊지 말라고, 잊어서는 안 된다고 소리도 없이 울리고 또 울렸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상징 태극기가 흰색 바탕의 중앙에 태극 문양으로, 네 모서리에 건곤감리 4괘로 이루어진 멋진 자태를 뽐내며 그 자리에 나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밝고 순수하게 평화를 사랑하라고 수없이 되뇌이고 있었다. 푸른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서...

몬주익의 자랑
▲ 몬주익 언덕의 상징 몬주익의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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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스페인 국기를 보며 나라 사랑, 애국을 가, #2017 스페인 여행 이야기,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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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kespeare 전공. 문학은 세계로 향하는 창이며, 성찰로 자신을 알게 한다. 치유로서 인문학을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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