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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결혼. '행복, 낭만, 기쁨' 등 축복 담은 말들로 서로를 축하해주는 결혼식 날, 누군가에겐 무시와 부당한 대우 속에서 힘겹게 돈을 벌어야하는 시간이다. 바로 웨딩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말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목적으로 만든 특성화고 학생 절반 이상이 아르바이트 경험을 갖고 있으며 그 이유는 주로 생활비 또는 용돈을 벌기 위한 경제적 목적이다. 하지만 청소년이 아르바이트 할 수 있는 업종은 그리 많지 않다. 청소년 노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 나이제한 등 다양한 이유로 몇 가지 업종만 노동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그 중에서도 3위로 가장 많이 하는 업종은 웨딩홀 등의 연회장 서빙 아르바이트이다.

(자료출처=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논문「2015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
▲ ▲가장 최근에 경험한 아르바이트 종류 (자료출처=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논문「2015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
ⓒ 안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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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노동권찾기는 노동권 보장 및 증진을 위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이다. 지난 3년간 서울소재의 다양한 고등학교에 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해왔다. 특히 동대문구에 있는 11개 고등학교 중 9개 고등학교에 노동인권교육을 나가면서 청소년 노동 실태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그 중 위에서 밝힌 것처럼 청소년들이 웨딩홀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고 있지만 근로조건이나 대우가 부당함을 알게 되어 당사자들과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내용을 1부 법적 부당대우, 2부 비인권적 실태, 3부 당사자들이 바라는 청소년 노동의 순서로 연재하고자 한다.

1부) 웨딩홀 청소년 노동자, 근로기준법이라곤 1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

웨딩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소년 4명과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상근자와 노무사가 인터뷰를 함께 했다.
▲ ▲청소년 웨딩홀 아르바이트 심층 인터뷰 웨딩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소년 4명과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상근자와 노무사가 인터뷰를 함께 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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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웨딩홀 아르바이트를 하시나요?
"호텔알바가 청소년들에게 문턱이 낮아서 시작하게 됐다."
"돈이 많이 필요한데 오랜 시간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 하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청소년 노동의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청소년이 일할 수 있는 곳(사업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구직 사이트를 통해 지원을 해도 한 번에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렵고, 이것, 저것 따지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사실은 학교 밖 청소년이 아닌 고등학생의 경우 수업이 없는 주말 정도에나 아르바이트가 가능하기에 주말에 일이 몰리는 웨딩홀로 찾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찾아간 일터에서 청소년들은 굉장히 가혹한 노동환경을 마주하게 된다.

제대로 지켜지는 게 없는 웨딩홀 노동

Q. 근로계약서는 작성하고 일을 시작하셨나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시작하게 한다."

근로계약서를 사용자와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고 쓰는 방식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온라인에서 근로계약서를 확인하는 형식이다. 한 업체를 통해 매번 다른 사업장으로 나가는 청소년은 웨딩홀마다 다른 환경인데도 불구하고 자세한 내용은 반영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근로기준법 제17조에서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과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휴가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작성하고 근로자에게 교부하도록 정해져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용자의 의무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겐 마치 해당사항이 없는 것마냥 당연한 권리조차 간단히 무시당하고 있었다.

Q. 출퇴근 시간은 언제인가요?
"파트별로 달라요. 거의 10시에서 6시"
"결혼하는 사람들 시간에 맞춰서 진행. 무조건 10시에 끝난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데 9시 20분까지 오게 하고, 시급은 안 나온다. 사인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사인은 도착할 때 하는 데 10시로 사인하게 하고, 그 이후에 옷 갈아입는 시간이 10시를 넘으면 10시 반 시작으로 해서 30분 시급을 깐다."

대부분의 웨딩홀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청소년 법정근로시간인 7시간을 훌쩍 넘긴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 본래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업무준비나 정리를 위한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것이 당연한데도 그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찍 일을 시작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임금을 주지 않지만 10분만 늦어도 30분의 시급을 깎는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

(자료출처=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논문「2015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
▲ ▲업종별 조기 출근 경험 (자료출처=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논문「2015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
ⓒ 안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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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랜 시간 일을 하시네요. 법정근로시간이 7시간인데 그럼 7시간 이후부터는 초과수당을 받아야 하는데 초과수당은 잘 챙겨 받고 있나요?
"못 받아요."
"몇 시간을 일해도 딱 시급만 쳐줘요."
"시작할 때 핸드폰을 놓고 오라고 해서 시간을 몰라요. 딴 짓 한다고 핸드폰을 못 갖고 가게 해요. 9시라고 퇴근을 정해도 일 없으면 일찍 가라 하고 시급 안 주고, 늦어지면 그때까지 일을 시켜요. 추가수당은 없고 정해진 시급을 주는 정도? 9시까진 줄 알고, 와도 그거보다 늦어지면 동의 없이 시켜요. 문제제기 하는 애들은 거의 없어요."

노동자는 원칙적으로 법정근로시간의 범위(청소년노동 1일 7시간, 1주 35시간) 내에서 사용자와 미리 노동을 제공하기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대해서만 노동제공의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려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일을 할 때 핸드폰을 들고 나가지 못해서 몇 시인지 알지도 못하고,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은 물론 그에 해당하는 초과수당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사업장들이 대부분이다. 인터뷰를 했던 대상 중에 만 15세인 청소년이 있었는데 만18세 이하면 연소근로자이기 때문에 법정근로시간은 7시간이다. 또한 연장근로는 1시간 밖에 할 수 없게 되어있지만 법적인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엘리베이터 버튼 눌러놓고 그 사이에 화장실 다녀오래요"

Q. 장시간 노동을 하면 다리도 아프고 힘들 텐데 휴식시간은 주어지나요?
"밥 먹는 시간 말고는 쉬는 시간이 없고, 거의 유일하게 앉는 시간이에요. 한 시간도 안 되고, 오라 그러면 바로 와야 해요. 한 시간이 보장된 적이 거의 없고, 탈의실 바닥에서 쉬어요. 밥 늦게 먹으면 눈치 보여요. 팀원들 다 같이 먹는데 혼자 먹으면 눈치 보여요."
"탈의실 옆에 방이 있고, 소파가 있다. 호텔과 분리 된 곳이다. 주차장 들어가는 곳 옆에, 거기를 갈 시간은 옷을 갈아입을 때 즉 일 시작할 때뿐이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노동자의 건강과 피로 누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동력을 유지, 회복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제54조에 휴게시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휴게시간이란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시, 감독으로부터 온전히 벗어나 노동을 제공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다.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 30분 이상을 쉬어야 한다. 4시간을 초과하여 8시간까지인 때에는 60분 이상이 법정휴게시간이다.

그런데 웨딩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는 이러한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오랜 시간 바쁘게 서서 일을 해야 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밥 먹는 시간에도 눈치를 보면서 빨리 먹고 바로 일터로 달려가고 있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1부를 마치며

어느 누구든 노동을 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 권리가 지켜지도록 노동법을 통해 보호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법이 지켜지지 않아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청소년들은 모든 경우의 부당함을 다 겪는 상황이다. 정말이지 멀쩡한 노동환경에서 당연한 권리를 누리며 일하는 청소년은 거의 없다. 특히 이번 웨딩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제대로 쉬는 시간도 주지 않고, 심지어 밥을 먹을 때에도 눈치를 보면서 빨리 먹고 이동을 해야 하는 환경에서 청소년들을 착취하면서 임금마저 제대로 주지 않는 사업장의 이야기를 하는 청소년의 속상하고 억울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으니 웨딩홀 아르바이트 노동환경의 심각성이 확 와 닿았다.

법적인 근로조건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또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폭언, 무시 등의 인권 침해 문제도 심각했다. 다음 기사에서는 그들이 겪은 웨딩홀 아르바이트 속 인권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동대문구의 청년 비정규직, 청소년(예비)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을 위한 비영리단체.
▲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동대문구의 청년 비정규직, 청소년(예비)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을 위한 비영리단체.
ⓒ 우리동네노동권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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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웨딩홀아르바이트, #청소년아르바이트, #청소년노동문제, #연회장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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