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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무 살 청년시민기자 류옥하다입니다.


열세 살부터 열 일곱 살까지 청소년 시민기자로 활동했던 제가 입시 생활을 끝내고 대학생이 되어 청년 시민기자로 돌아왔습니다. 옛 기사를 보며 제 자신이 많이 부끄럽더랍니다. 나중에 이 기사를 보면서도 스스로 한심함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하며 겸손히 펜대를 잡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저는 현 정권의 열렬한 지지자임을 밝힙니다. 비록 한 달 남짓한 차이로 투표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친구들과 촛불시위에 나갔고, 밤새 토론하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꿈꾸었습니다. 제가 오마이뉴스에 처음 송고 했던 글도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을 비판하는 기사였으니(13살 소년의 외침...'4대강 사업이 강을 살린다고요?'), 저는 누구보다도 어린 시절부터 민주 정권의 탄생을 꿈꿔온 청년이라 자부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지 않고, 산골마을에서 홈스쿨링하며 생태, 자연, 자유를 꿈꾸던 제가 열여섯 살 무렵부터 다소 늦게 공부에 관심을 가지며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결국 배움에 뜻을 두고 인류의 진보를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의 선을 위해 싸우겠다며 의학자의 길을 걷기로 했답니다. 지금은 대전에서 의과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의료체계는 어떤가?


저는 오늘 문재인케어와, 한국의 의료 정책에 대해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그 전에 한국의 의료 체계에 대해서 간략한 설명을 하고 가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언론을 통해 들어보고, 또 직접 경험 해보셨을 테지만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 보신 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최대한 상세히, 친절히 설명하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는 크게 두 가지 기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1977년 박정희 정권 시절 도입된 '행위별수가제'입니다. 행위별수가제는 의료 기반이 적던 시대에 만들어진 만큼 과소의료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각 의원, 병원에 따라 다른 진료비를 매기는 방식이라 같은 질병이라 하더라도 진료를 한 병원에 따라 의사에 따라 진료비가 천차만별입니다.


사실 우리가 병원에 갔을 때 진료 시간이 선진국에 비해 짧은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다. 환자를 많이 볼수록 병원에 이득이기 때문이죠. 역으로 말하면 환자를 일정 숫자 이상 봐야 병원에 수익이 남는 고통이 있는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한 가지는 1997년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 '포괄적수가제'입니다. 포괄적수가제는 의료의 질, 양에 상관 없이 몇몇 질병군별로 미리 책정된 정액 진료비를 의료제공자에게 지불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면 맹장염에 걸린 사람처럼 일반적으로 보편화된 질병군에 대해 입원일수, 주사 및 검사의 종류 및 회수 등과 같은 진료내용에 관계없이 일정액의 진료비만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이미 559개 질병군에 대해 49개 공공병원에서 '신포괄수과제'라는 이름으로 시행중에 있습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제도의 장점과 직결돼있습니다. 맹장염에 40만원이라는 금액을 고정하면 이 금액이 맹장염 수술의 표준이 되고, 관리가 쉬운 장점이 있지만, 과소진료를 만듭니다. 40만원 이상 쓰면 의사의 손해니까요. 행위별수가제와 반대로 과잉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7월 26일 서울 강남 성모병원에서 문재인케어 구상을 발표하는 문재인 대통령
 7월 26일 서울 강남 성모병원에서 문재인케어 구상을 발표하는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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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케어란 무엇인가?


'모든 질병은 건강보험 안에서'



7월 26일 강남 성모병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문재인케어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포괄적수가제의 장점과 행위별수가제의 장점을 모두 담아내겠다는 취지가 훌륭한 정책입니다.



미용, 성형 등 일부 진료를 제외한 모든 진료, MRI, 입원비 등을 정부에서 부담하겠다는 것이지요. 수많은 비급여 항목들, 희소 질환과 암, MRI등에서 가계를 휘청이게 할 많은 비용이 부과되는 현실을 볼 때 정부에서 내놓을 만한 합리적인 안이고, 칭찬할 만한 생각입니다. 



다만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우려가 많습니다. 집단 행동도 일부 예고한 상황입니다. 당장 의사들은 영국같은 나라처럼 공공성이 보장된 것도, 미국처럼 영리성이 보장된 것도 아닌 채 유일한 수입이었던 행위별수가제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은 밥줄을 끊겠다는 것이니까요.



돈만 밝히는 의사라고?



먼저 이에 대한 의대생들 일부의 입장에 대한 비판부터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일부 의대생 동지들이 이 문제를 단순히 돈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실제로 문재인케어가 시행될 경우 의사들 수입의 상당부분이 줄면 줄었지 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옛날처럼 의사=고소득 이라는 공식이 깨질지도 모릅니다. 저도 이 문제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수입의 문제는 의사들의 밥그릇의 문제고, 국익이나 국민 다수의 이익이라는 대의로 봤을 때 조금 우선순위를 미룰 문제입니다.


물론 다수의 학생들은 돈을 먼저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의사를 택한 동지들의 이야기를 경청해보면 다수가 의사가 큰 돈을 벌 수 있는 '의료 민영화'에 반대합니다. 저 역시도 우리 나라가 미국처럼 119를 택시 미터기 끊듯 요금을 내고, 손가락을 붙일 돈이 없어 집에서 연고를 바르는 그런 나라가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의사들의 최소 수익도 추구되어야 합니다.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고, 책임만큼 대우받고 존경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미국처럼 수십억을 챙기며 영리활동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당장에 먹고 살 걱정을 하게 해서도 안 되지요.


저희가 가장 비판하는 것은 정부에서 국민 의료비 부담을 건강보험이나 세금, 병원법인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의 희생으로 채우고자 하는 것입니다. 개인으로 파편화 되어있는 의사들, '옛날에'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유로 적폐 세력으로 치부하기 쉬운 의사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재정을 메우려는 행동은 예비 의사로서 분노를 가지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케어가 가지는 맹점은 무엇인가?


자, 이제는 개인적인 분노가 아닌 정책으로서 문재인 케어가 가지는 맹점들을 한 번 살펴봅시다. 제가 의대로 오지 않고 그저 다른 분야에 있는 학생이었다면 정책을 대충 훑어보고 '서민 부담을 줄이는 현명한 정책이군'이라고 결론지었을 것입니다.



제가 지금 의대에 있기에 전문적으로 이 정책을 선배님들과, 교수님들과 검토하고 바라보았을 때의 시각은 달랐습니다. 제가, 저희가 방점을 찍고자 하는 문제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국민 건강의 저하입니다. 과소진료, 진료의 질 저하, 연구 투자 의욕 상실, 1차의료 붕괴 같은 문제들이 단지 의사의 수입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재정과 보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입니다.


먼저 가장 피부로 느낄 문제는 과소진료 및 의료 질 저하입니다. 맹장염에 40만원이라는 비용이 정해져 있다면 의사가 굳이 환자를 위해 진료를 더 할 필요가 있을까요? 어떻게 해도 40만원인데 의사가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할까요? 더 질 낮은 거즈, 바늘, 실, 소독제, 약을 써서 수익률을 높이려고 하고,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치료하기보다는 다른 병원에 떠넘기려고 할겁니다.


국가 경쟁력에서 심각한 문제는 의학에 대한 연구, 투자의욕 상실입니다. 맹장염이 40만원짜리 수술이라면 의학자들은 새롭고 효과 좋은, 초기에는 조금 비쌀 수 있는 수술이나 약품을 개발할 필요성을 못 느낄 수 있습니다. 미국같은 경우는 국가에서 집행하는 R&D예산의 50%이상을 생명공학, 의공학에 투자할 만큼 의학은 미래 먹거리 산업입니다. 자칫하다가는 IT에서 뒤쳐진 과거 사례처럼 생명과학에서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1차 의료 붕괴입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처럼 주치의가 있거나, 1-2-3차병원이 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운영되는 나라가 아닙니다. 오히려 2차 병원이 무너지고 1-3차가 대립하는 독특한 구조가 '행위별수가제' 때문에 만들어졌습니다.



문재인케어는 장기적으로 의료비 경쟁에서 1인 의원이 생존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 앞에서 구멍가게처럼 작지만, 서민들의 품에 더 가까이 있는 진료가 아닌 규모의 경제에서 유리한 큰 병원 중심의 의료 체계만 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떻게 해야 이런 문재인케어의 맹점을 극복하면서 국민 건강을 위하는 정책을 세울 수 있을까요?


애초에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는 특이한 점이 많습니다. 완전한 민영화도 아니고, 정부 주도도 아니면서, 주치의제도가 있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료 수가는 OECD 평균의 1/3보다도 낮고, 이때문에 의료 이용률이 다른 나라들보다 2배나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의료비는 OECD 2/3에 불과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의료비로 인해 재정파탄에 빠지는 가구발생비율은 34개 OECD국가 중 독보적인 1위입니다. 우리나라의 문화 자체가 개인의 의료비를 공동체가 적게 부담하고 개인의 책임으로 미루는 몇몇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의료비 가계직접부담은 14년기준으로 OECD 2위이다. 이런 부담은 행위수가제와, 1-3차의료기관의 경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의료비 가계직접부담은 14년기준으로 OECD 2위이다. 이런 부담은 행위수가제와, 1-3차의료기관의 경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산된다.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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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어떤 제도 하에서 의사들과 환자들, 의료 보험과 국가가 모두 윈-윈 할수 있을까요? 우리는 비록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선진 보건사례로 남은 영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1-2-3차가 완벽하게 분리되고, 모든 의사, 병원이 공영화된 사회 말이지요. 이 사회에서 의사는 더 적게 일합니다. 과잉진료도, 과소 진료도 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더 적은 급여를 받고, 환자도 더 적은 비용을 지불합니다.



상상해보세요. 당신을 포함한 1000명의 환자들은 '류옥하다'라는 주치의사에게 소속되어 있습니다. 저는 당신들의 건강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합니다. 작은 문제(극복 가능한 감기, 몸살 등)은 자가 치유를 권합니다. 아주 큰 규모의 수술이나 전문적인 진단이 필요한 문제는 2차 병원, 3차 병원으로 후송됩니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무차별적인 입원도 없고, 과잉진료도 없습니다. 의사가 환자 한 명에게 1시간 이상의 시간을 집중하는 것도 가능하죠. 개인의 건강은 오히려 올라가고, OECD최대인 의료 이용률과 비급여도 줄어들겠죠.



너무 거창한 상상이라고요? 전 스무살입니다. 아직 허황되더라도 진보한 사회를 꿈꿀 권리가 제 나이에겐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무살의 패기라고 귀엽게, 그러나 너무 가볍지만은 않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태그:#문재인케어, #신포괄수가제, #의료보험, #류옥하다,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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