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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정석의 초코 크로와상
 빵의정석의 초코 크로와상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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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생긴 날, 훌쩍 나가고 싶은데 꾸미고 다니기는 싫고…. 그렇다고 어디에 쭉 있기보다는 잠깐의 기분 전환이 필요한, 딱 그런 날엔 빵을 사러 돌아다녀 보는 건 어떨까?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듯 베이커리도 개성 넘치는 곳이 많아져, 골라 다니는 재미가 있다. 심지어 식당처럼 혼자 들어가는 걱정도 필요 없고, 그 자리에서 뭘 꼭 먹을 필요도 없다. 그저 부담 없이 출발해 보자.

큰 간판도 없는 자그마한 빵집이었다.
 큰 간판도 없는 자그마한 빵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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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빗줄기가 부슬부슬 내리던 작년의 초여름에 우연치 않게 들렀던 서울숲 옆의 작은 빵집에서 차가운 상태로 먹었던 커스터드 크림이 듬뿍 들은 크루아상. 더위도, 습기도 한 번에 날려주었던 그 상쾌함이 또 기억의 어느 편에 둥지를 튼 걸까. 이 곳 빵의 정석을 다닌 지도 1년이 넘었다.

"엥 빵의 정석?"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는 내 특유의 반골기질이 또 발동해 "얼마나 자신 있기에 정석이라고 이름을 짓는 거야?"라는 말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론 '그래도 센스있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스타그램으로만 볼 땐 사진과 standard_of_bread라는 계정 이름의 엄숙한(?) 분위기가 묘하게 어우러져 규모가 제법 있는 가게인 줄 알았던 빵집. 첫 방문 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추측이 다 빗나갔다는 걸 알았을 땐 속으로 얼마나 헛웃음이 나오던지.

자그마한 소품들이 감성을 자극한다.
 자그마한 소품들이 감성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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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역에서 조금 걸어 자그마한 골목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조용한 길을 따라 몇몇 상점들이 띄엄띄엄 눈에 들어오는데, 그 중간쯤에 자칫하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아담한 빵집, 빵의 정석은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다. 목조로 이루어진 외관과 차분한 그린 톤의 색상, 귀여운 휘퍼가 달려있는 자그마한 간판은 주변의 거리와 어우러져 마치 한적한 일본 마을의 어딘가를 지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메뉴. 초코나 크림이 들어간 빵은 녹을까봐 냉동에 넣어두셨다.
 메뉴. 초코나 크림이 들어간 빵은 녹을까봐 냉동에 넣어두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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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선 어떤 빵을 팔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고소한 빵내음과 함께 분주하게 일하시는 두 분의 쉐프님과 직원 한분이 계신 카운터와 주방 쪽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 자리 잡은 빵들의 가지런한 모습이 이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크지 않은 크기의 빵들. 처음에 보이는 미니 바게트부터 간식이 될법한 시나몬, 커피가 들어간 빵들, 팥앙금과 버터가 들어간 프레즐을 지나 이집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크루아상과 페이스트리 류가 보인다. 감자 샐러드, 커스터드 크림, 사과, 얼그레이, 초콜릿, 올리브 등등 메뉴만 읽어도 군침 도는 다양한 재료들을 담아 크루아상과 페이스트리를 만들어내신다. 물론 식빵도 있고.

그 중 단연 인기가 있는 빵은 '빨미까레' 라는 이름의 초콜릿이 듬뿍 묻어있는 파이와 커스터드크림(흔히 슈크림이라 하는)이 듬뿍 든 크루아상. 내 경우에는 여기서 처음 먹어본 빵이 저 커스터드 크루아상이라 더욱 기억에 남아 있다.

이 작은 곳에 먹을 공간이라니!
 이 작은 곳에 먹을 공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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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과 성수동, 이 일대는 빵집과 베이커리를 겸하는 카페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소위 핫한 동네라고 해야 하나. 성수동으로 카페투어니 빵투어니 가는 분들도 무척이나 많고. 물론 카페에 비하면 빵집이야 조금 경쟁이 덜하지만 그래도 빵의 정석 근방으로만 빵집이 서너 군데도 넘게 있다.

음료하나들고 공원 한바퀴 좋지 않은가?
 음료하나들고 공원 한바퀴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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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가게들은 다 텔레비전에 나오는데, 우리만 안 나왔네요."

언젠가 쉐프님께서 웃으시며 한 말이다. 말은 저렇게 하셔도 딱히 매스컴을 타고 싶어 하지는 않으신 거 같았다. 활발하시고 귀여운 인상을 지니신 쉐프님과 차분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지닌 쉐프님 두 분께서 빵을 분주히 만드시는 모습과 카운터를 보시는 직원분의 분주한 손놀림을 멀리서 보다보면 한때 유행하던 일본 음식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소박하면서도 생기가 도는 느낌...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배어나오는 그런 정취들이 큰 간판 하나 없어도,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아도 사람들이 여기를 찾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항상 웃으면서 맞이해주시는 친절함도 물론 빼 놓을 수가 없다. 그 작은 빵집에 혹여나 먹고 가시는 분들을 위해 자그마한 자리를 만드신 것도 그런 마음 씀씀이의 일부일 것이다.

종이봉투에 담아주신 빵을 한 아름 들고 나오면 거리 너머로 넓게 펼쳐진 서울숲 공원이 탁 트인 시야와 맑은 공기를 자랑하며 한번 걷고 가는 게 어떠냐며 유혹 아닌 유혹을 걸어온다. 나에겐 맛있는 빵도 있고, 혹시나 마실게 필요하다면 미리 빵의 정석에서 비싸지 않은 가격에 사서 나올 수도 있다. 이걸로 준비는 완료. 좋은 풍경과 맛난 빵이 함께한다면 피서지에서 고생 아닌 고생하고 오는 것보다 더 좋은 휴가가 되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빵의 정석 빵으로 휴가의 정석을 만끽해보자.

그 유명한 빨미까레다.
 그 유명한 빨미까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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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미까레는 빵의 정석에서 가장 유명한 빵. 사진처럼 초콜릿이 가득 묻은 파이의 모양새가 너무나 먹음직해 sns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아주 바삭하게 씹히는 첫 식감부터 기분이 좋아지는데,  다크 초콜릿의 진한 쌉싸름함과 달콤함이 풍부하게 입안을 채워주고 파이 자체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 또한 잘 살아서 전해진다.

그리고 결정이 큰 설탕이 조금 묻어있어 까끌한 질감과 은은한 단맛도 느껴지는 편. 의외로 초콜릿이 묻지 않은 부분이 손잡이가 되어준다. 누군가가 말한 '고급진 엄마손파이' 라는 말이 묘하게 공감가는 파이. 차게 얼려먹어도 정말 매력적이다.

주말에만 나오지만 계란파동 때문에 지금은 평일에도 볼 수 있다.
 주말에만 나오지만 계란파동 때문에 지금은 평일에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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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크(오렌지 크랜베리 크로와상)은 주말에만 나오는 메뉴. 내 경우엔 우연히 겹쳐 평일에 살 수 있었다. 슈가파우더가 솔솔 뿌려진 크루아상 속으로 생크림과 오렌지청이 듬뿍 들어있고 크랜베리가 귀엽게 콕콕 박혀있다. 한입 베어 물면 크로와상의 고소한 버터의 풍미가 먼저 전해지고 그와 대비되는 생크림의 가볍고 촉촉한 맛이 이어서 난다. 거기에 오렌지청의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 더해져 기분을 한층 상쾌하게 만들어 주는 게 특징. 크랜베리도 잊을만하면 그 맛을 한 번씩 뽐내주고, 전체적인 맛이 무겁지 않으면서도 과일의 상큼함이 있어 이런 더운 계절에 잘 어우러진다.

엄마가 해주는 추억의 맛이 속에 들었다.
 엄마가 해주는 추억의 맛이 속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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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다 페스츄리는 버섯처럼 끝이 벌어진 페이스트리 속으로 샐러드가 묵직하게 채워진 빵. 겉 부분은 바삭하면서 고소하고 치즈와 시럽이 같이 발려있어 짭짤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있어 입맛을 돋궈준다.

속의 샐러드는 기본적으로 매시트포테이토의 부드러운 맛이 있는데, 양파, 베이컨 등이 씹는 식감과 짭조름함을 보태어 주고 후추 덕분인지 묘하게 친숙한 느낌도 들었다. 사라다 빵을 고급지게 먹는 듯한 재미난 빵이라 내 경우에는 그 익숙함에 자주 먹는 녀석이다.

프레즐 빵에 팥앙금과 버터면 무조건 맛있..
 프레즐 빵에 팥앙금과 버터면 무조건 맛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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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프레즐은 프레즐이라는 독일식의 묵직하고 향이 독특한 빵 속에 팥앙금과 버터를 도톰하게 넣은 메뉴이다. 기본적으로 프레즐 자체가 담백에서 약간 짭짤에 가까운 맛이 있어 버터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과 궁합이 좋은 편이다. 식감도 버터가 더해지면 촉촉해지고.

(버터 프레즐만 따로 팔기도 함)이거의 경우에는 팥앙금 덕에 팥알갱이 씹는 식감과 특유의 달콤한 맛이 보태어 지는데, 팥 속에 흑임자가 들어 검은깨의 꼬순맛도 있는 편이었다. 빵 자체가 워낙 맛이 강하기 때문에 팥앙금이 있어도 달게 느껴지진 않고 균형이 딱 잡힌다.

덧붙이는 글 | 7월 20일 ~ 8월 16일 사이의 사진입니다.

월요일, 화요일은 휴무이고 빵나오는 시간은 11시 ~ 1시 사이에 순서대로 나옵니다.

인기가 있는 빵들은 수량이나 예약 등을 알아보고 가시는 걸 추천드려요.



태그:#빵의정석, #빵투어, #빵, #빵집, #빵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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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찾아 떠나는 여행 인스타그램 : @breads_eater https://www.instagram.com/breads_eater/ https://www.youtube.com/channel/UCNjrvdcOsg3vyJr_BqJ7Lzw?view_as=subscriber 빵과 빵집을 소개하는 걸 업으로 삼고 싶은 무모한 꿈을 꾸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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