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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정상화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수능시험 변별력 확보일까. 3년 뒤부터 실시하게 될 수능시험을 전 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학생선발이 어렵다는 논리로 교육과정과 입시제도 개혁안이 무너져도 괜찮다는 것인가. 올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앞으로 3년 후인 2020년 11월에 치르게 될 2021학년도 수능시험의 변별력 때문에 교육계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방향보단 속도가 중요했던 산업화 시대에는 삶의 질보다 양이 중시됐다. 당시엔 교육환경도 학습자 개개인의 특성과 사정을 배려할 수 없었다. 한 교실에 60명 이상을 구겨 넣고 정해진 교육과정을 공장 기계 돌리듯했다.

그래도 나름 통하던 세대가 이젠 기성세대가 됐다. 필자를 포함한 그들이 부모세대가 되었다. 학력고사와 수능시험을 거친 부모세대는 점수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평가 방식이 가장 객관적이라 믿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21세기 첨단지식정보화 시대에 살면서 융합과 통섭을 넘나드는 시대에서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는 그렇게 길러질 수 없다. 그래서 교육과정이 거듭 개편되며 현재에 이르렀다. 학생중심의 발표와 토론 위주의 수업이 강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또한 학생평가의 관점도 많이 달라졌다. 성적만 우수한 학생이 과연 뛰어난 인재라고 평가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인식이 보편적으로 확산되었다. 수능점수는 대인관계역량, 인성역량, 창의역량 등등 무수히 많은 역량 가운데 하나의 지표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점을 도외시하고 오로지 수능점수로 선발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는 인식은 다시 70년대, 80년대 산업화 시대로 회귀하자는 논리로 귀결된다.

수능개편안, 왜 나오게 됐나

1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주최로 열린 수능절대평가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주최로 열린 수능절대평가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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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이 갖는 폐단을 해결하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두 가지 안이 제시된 상황이다. 1안은 국어와 수학 교과 등을 비롯해 일부 교과는 상대평가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나머지 교과에 한해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다. 반면 2안은 현재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영어와 한국사 외에 나머지 모든 교과도 3년 후부터는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런 개편안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주장은 공허하고 빈약한 결론에 이른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의 내용이 새로운 수업과 평가 방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성취도를 중심으로 정해진 목표에 도달한다면 모두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래야 친구가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을 위한 동반자이고 협동과 배려의 대상이 된다.

'경쟁'과 '배제'와 '특권'이 아닌 '협력'과 '배려'와 '정의'가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창의적 역량을 길러내는 데 핵심 가치가 되고 있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개편했고, 대학입시 제도를 혁신하는 것이다.

문제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가며 문제점이나 부작용이 없는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단히 형식적인 논리에만 매몰된 채, 정작 교육과정과 입시제도 개편의 취지와 철학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3년 후부터 수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개편안은 대단히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공론화 과정과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도출된 안이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내년부터 2015 개정교육과정이 새롭게 적용된다.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추어 설계된 것이 내신절대평가이고 수능시험 전 과목 절대평가로의 전환이다.

올해와 내년 그리고 내후년까지는 현재와 같이 상대평가 시스템이 적용된다. 내후년까지는 영어와 한국사 과목만 절대평가로 진행된다. 3년이 경과한 후부터 영어와 한국사에 국한된 절대평가 과목을 전 과목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취지와 철학을 망각한 채 국어, 수학 교과를 상대평가로 남겨둔다면, 과연 내년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을까. 더 큰 혼란만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16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2차 공청회'에서 토론에 나선 교육관계자들이 팽팽한 찬반 의견을 밝히고 있다.
 16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2차 공청회'에서 토론에 나선 교육관계자들이 팽팽한 찬반 의견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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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교육과정과 입시 제도를 결정하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능 변별력 때문에 학생 선발이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 교육과정과 입시제도의 개혁안이 후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변별력에 대한 고민은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대학 입학처가 고민할 일이다. 차제에 대학 측도 생각을 바꿔야한다. 학생 선발의 기준도 점수로 줄 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적(점수)'은 학생의 다양한 역량 가운데 지극히 일부를 보여주는 지표에 지나지 않는다. 인성역량과 대인관계역량 그리고 창의성과 배려심 등의 역량은 수능점수로 산출되지 않는다.

이제는 대학도 '선발경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선발한 학생들을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 하는 '교육경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울러 학령인구 감소 절벽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와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하게 될 대학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과연 어떤 인재가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인지에 대해 정밀한 연구와 성찰을 바탕으로 학생선발에 임해야한다.

오직 수능점수 높은 학생만 선발하겠다는 안이한 생각으로는 희망이 없다. 폐교 여부를 고민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자각하지 않는 대학은 자연스럽게 도태 될 것이다.

교육부도 교육계 안팎의 다양한 여론을 경청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교육과정과 입시제도의 불일치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해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회복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과 혼란이 소요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부디 현명한 판단하기를 간곡하게 요청한다.


태그:#절대평가, #상대평가, #수능시험 변별력, #2015교육과정, #입시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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