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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가 세 아이를 키우던 시절은 '내 아이만 잘 봐줬으면' 하는 인식이 강했다. 학교는 그런 학부모들을 선호했다. 그런 학교에 협조하던 일부 학부모의 행태가 못마땅해 나름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꿋꿋하게 아이들을 키웠다.

당시 나의 기도 내용은 딱 하나였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사고 치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히 잘 커 주는 것'이었다. 그 이후는 자기 자신을 책임질 나이이므로 부모의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했다. 막내까지 대학교에 들어가자 '이제 내 할 일은 다 했다'는 안도감과 감사함이 들었다.

'난 부모 의무를 다했으니 다른 이들의 삶은 모른다'는 이기심으로 살아왔던 나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만 내 할 일을 다 하면 되는 나라가 아닌, 내 자식들이 그들의 자식을 낳아 키워내야 하는 나라였던 것이다. 그런 곳에서 전 국민이 아이들의 비극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어야만 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하는 척만 하는) 무능한 정부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의 무력함은 고통스러웠다.

그런 가운데 우연히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등을 통해 달라져 가는 교육 현장을 지켜보면서 조금씩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나는 학부모로서 이렇게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지만, 내 자식들이 이 땅에서 자식을 낳고 학부모가 돼 살아가야 할 내 나라 내 땅이기 때문이다.

도서관간판
▲ 꿈틀작은도서관 도서관간판
ⓒ 신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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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내부
▲ 꿈틀작은도서관 내부 도서관 내부
ⓒ 신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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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취재 의뢰를 받은 곳은 성북구 종암동 '꿈틀작은도서관'이다. 꿈틀작은도서관은 전국적으로 6000여 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성북구에서는 42곳이 분포됐다.

꿈틀작은도서관에서는 초등 돌봄 교실이나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지 않거나 맞춤형 돌봄이 필요한 아동들을 돌봐준다. 도서관의 다양한 교육자원과 인력을 활용해 방과 후 안전한 보호, 생활 및 숙제지도, 책 읽어주기, 책 놀이 활동 등 다양한 교육, 돌봄, 문화서비스 등 다양한 욕구와 필요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돌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한다. 효과적인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자 계획된 '틈새돌봄' 서비스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미아사거리 큰길에서 조금 벗어난 골목에 위치한 꿈틀작은도서관은 성공회가 운영을 지원하고 성북구청에서 도서구입비와 프로그램 진행비를 지원한다. 도서관의 2층은 지역아동돌봄센터, 1층은 작은 도서관, 지하는 아이들이 연극놀이를 하는 곳이되, 일요일에는 미사를 하는 성당이 된다.

꿈틀도서관 지하 연습실에서 연극놀이를 하는 아이들
▲ 연극놀이 꿈틀도서관 지하 연습실에서 연극놀이를 하는 아이들
ⓒ 신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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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작은도서관에 방문한 날. 12명의 아이가 건물 지하에서 마임배우 이현수 선생님의 지도하에 마음껏 웃고 떠들면서 '플레이백 씨어터' 공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동네 아이들은 엄마 손을 잡고 들어와 지하 연습실로 가고, 엄마들은 삼삼오오 모여 책도 보고 이야기도 나눴다. 조금 큰 아이들은 혼자 들어와 보고 싶은 책들을 마음껏

김정숙 도서관장
 김정숙 도서관장
ⓒ 신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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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작은도서관의 운영을 맡고 있는 김정숙 관장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 꿈틀작은도서관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싶어요. 빈틈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빈틈을 메워주는 곳."

- 희망 사항이 있나요?
"비록 작지만 이 작은 도서관의 존재를 많은 사람이 알고 찾아오면 좋겠어요. 아이들뿐 아니라 가족놀이와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더욱 많은 사람이 그 혜택을 받고, 서로를 보듬고, 상처를 치유하고,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집 아이들에게까지 시선을 보낼 수 있는 그런 터전이 되고 싶습니다.

작지만 커다란 꿈이 자라나고 있는 꿈틀작은도서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고, 도움의 손길을 주고 싶으면 언제든 제공할 수 있으니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태그:#꿈틀작은도서관, #틈새돌봄, #성공회, #성북구청, #꿈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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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페라앙상블 기획위원/ 무대의상 디자이너/ 조각보작가/ 웰다잉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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