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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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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7일 10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은 간단하다. 미국의 한미FTA 개정협상 요구에 당당하게 임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미FTA 협정이 양국간 이익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재차 확인했다. 그럼에도 미국과 협상이 진행되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국민적 동의도 받아야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한미정상회담 때 밝힌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최근 북한과 미국 사이의 긴장 고조로 한미간 안보이슈가 크게 부각되면서, 일부에선 한미FTA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 역시 한미동맹 강화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면서도, 한미FTA 개정협상에 대해선 국익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진보시민사회·야당 반대에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임명한 까닭

미국의 한미FTA 개정협상 요구에 대해서도,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면서 통상교섭본부 설치 이야기를 꺼냈다. 정부조직법 개편을 통해서 산업자원통상부의 통상교섭본부장을 대내적으로는 차관급, 대외적으로는 장관급으로 올려서 협상에 대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지난달 김현종 한국외대 교수를 임명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참여정부시절에도 교섭본부장으로 한미FTA 협상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협상 당시 버시바우 주한미대사가 작성한 외교문서가 위키리스크를 통해 공개되면서, 김 본부장의 협상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진보진영의 시민사회와 정의당 등 정치권은 "김 본부장이 당시에 미국 제약회사의 입장에서 협상에 임했다"면서 강하게 반발했고, 문재인 정부 초대 통상교섭본부장 임명에 반대했다. 하지만 한미FTA 협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김 본부장에게 미국과의 개정 협상을 맡기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도 분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한미FTA를 통한 양국간의 무역 수지 등의 수치를 제시하면서 "우리가 상품 교역에선 이익을 보고 있지만 서비스 부문에선 적자를 보고 있다. 대미 투자액도 우리가 훨씬 많다"고 소개했다. 이어 "국익의 균형을 지켜내는 당당한 협상을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 본부장도 지난 4일 취임사에서 "수세적, 방어적으로 통상업무를 해나간다면 우리는 구한말 때처럼 미래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16일부터 나프타 재협상... 한미FTA는 미뤄질 수도

참여정부 시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을 이끌었다 10년만에 복귀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8월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을 이끌었다 10년만에 복귀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8월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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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협상은 문 대통령의 말대로 당장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우리 정부에 한미FTA 개정을 위한 한미FTA 특별공동위원회를 워싱턴 디씨(D.C)에서 열자고 제안해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정부조직개편 후 서울에서 열자고 수정 제안해 놓은 상태다.

이에 미국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오는 16일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에 들어가면서, 한미FTA 협상은 뒤로 미뤄질 가능성도 나온다. 또 한미FTA 개정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의 비준과 동의절차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문 대통령이 "지금 당장 무엇인가 큰 일이 날것처럼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기회를 통해 문재인표 FTA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는 "지금 상황은 과거 노무현정부 때와 상황이 다르다"면서 "우리 내부의 새로운 경제민주화 요구에 맞는, 우리식 가치에 맞는 한국형 FTA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문재인 대통령, #취임100일 , #기자회견, #한미FTA, #김현종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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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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