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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게임 10일간의 기록
▲ 미니멀게임 미니멀게임 10일간의 기록
ⓒ 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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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minimalism), 미니멀리스트(minimalist), 미니멀라이프(minimalife) 그리고 미니멀게임(minimal game)까지. 최소한의 양이라는 뜻의 미니멀을 수식어로 하는 합성어들이 유행어처럼 우리들의 일상에 들어와 있다.

어느 날 둘러본 우리 집 거실은 아직 2세가 없는 2인 가족임에도 짐이 많아도 너무 많다. 짐들을 꽉 붙들고 있느라 집이 버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 전 혼자 살던 짐을 그대로 신혼살림에 넣었더니 결혼 후 3년이 지난 지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 있는지도 모르고 있던 물건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4계절이 지나도록 사용한 적 없는 물건들과 입은 적 없는 옷들, 불필요하게 2개 3개씩 있는 소소한 물건들을 정리에 나섰다. 정리 못 하기, 청소 못 하기로 (나 스스로) 소문이 자자한 내가 말이다.

무슨 일이든 재미가 있어야 하는 필자는 우연히 지인에게 소개받은 인터넷카페에서 '미니멀게임'이라는 게임을 알게 됐다.

미니멀게임이란? '두 남자의 미니멀라이프', '미니멀리스트'의 저자인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가 제안한 게임으로 현재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는 게임이다. 게임의 규칙은 해당월 1일에는 1개, 2일에는 2개... 30일에는 30개 31일에는 31개의 물건을 비우는 형식으로 8월 기준 총 496개의 물건을 비워내는 게임이다.

SNS에 인증을 해도 좋고, 개인적으로 기록해도 좋다. 자유로운 방법으로 각자의 미니멀게임을 시작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숫자 496개, 과연 우리 집에 그만큼 버릴 물건들이 있을까 싶지만... 이사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도록 열지 않은 상자는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가 궁금하지도 않을 정도로 불필요해 보이는 것들이 많다. 창고의 짐들은 질서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순간 매력적으로 다가오던 숫자들에 이끌려 미니멀게임을 시작해보았다.

1일차 1개, 2일에 2개... 31일에 31개 버리는 '미니멀 게임'

1일차 1개 버리기
▲ 미니멀게임 1일차 1개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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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1개만 버리면 될 것을 '옷'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벌을 버리며 시작했다.

2일차 2개 버리기
▲ 미니멀게임 2일차 2개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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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버릴 물건들을 SNS에 공유했더니 헤어 전기제품에 반응이 왔다. '멀쩡한 걸 왜 버리냐'고... 2개가 집에 있는데 사용하는 하나만 계속 사용하다 보니 사용빈도가 확실히 낮은 제품을 버리기로 했다.

'마침 집에 잘 사용하던 제품이 고장 났다'며 '버릴 거면 달라'고 하던 지인이 있어 택배로 보내주기로 했다. 그런데 반전은, 택배 보내기 전 작동되는지 확인하려고 전원을 연결했더니 켜지지 않는다.

그렇다. 쓰지도 않던 이 물건은 고장 난 상태로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던, 웃지 못할 사연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오른쪽 냄비 받침도 2인 가족에 냄비받침이 1개면 되지 싶어 과감히 2개는 버리기로 했다(신랑이 아쉬워하는 건... 잘 달래주었다).

3일차 3개 버리기
▲ 3일차 3개 버리기 3일차 3개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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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에는 쓸데없이 많이 찍었던 청첩장을 보내주기로 했다. 사실 이 청첩장이야말로 소중한 추억이지만 정말 다시 쓸 일 없는 물건이 아니었던가. 지난겨울 '적폐청산'을 외치던 전자양초도 새 나라를 꿈꾸며 보내주기로 했다.

4일차 4개 버리기
▲ 4일차 4개 버리기 4일차 4개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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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차 5개 버리기
▲ 5일차 5개 버리기 5일차 5개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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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차 6개 버리기
▲ 6일차 6개 버리기 6일차 6개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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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차 누적 64개를 버리고 나니 재미난 현상이 벌어졌다. 살림에 정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소란 - 시험기간 책상정리'의 가사를 떠올린 것이다.

"정리는 왜 시작해가지고
멈추지도 못하고 또


그대와 그대와
그리고 바보처럼 또 설레는 나


보다가 보다가
좋은 만큼 불안해져 시간은 (흘러)
시험기간 책상정리 끝"


추억들이 담긴 물건들을 정리하다 추억도 같이 정리하다, '이런 게 다 집에 있었나' 싶은 (예를 들어 자전거는 없는데 사용하지 않은 자전거 안장이 서랍에 곱게 자리하고 있었다) 물건들을 한참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리했다. 그러다가 어느새 서랍 전체, 신발장 전체를 정리하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는 경험을 했다. 살면서 몇 번 해보지 않은 경험을 일주일차에 했던 것 같다.

서랍 전체, 신발장 전체를 비우니 속이 후련했다

7일차 7개 버리기
▲ 7일차 7개 버리기 7일차 7개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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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에 야심 차게 시작했던 미니멀게임은 10일차를 넘기며 박차를 가하는 듯했으나 위기가 찾아왔다. 휴가를 떠나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집을 비울 때도 미리 미니멀게임을 하고 비웠었는데, 휴가 앞에서 놓아버린 미니멀게임은 하루만 미뤄져도 개수가 누적된다. 그러다 보니 돌아와서 진도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누가 시켜서 시작한 것도 아닌데 내가 스스로 정한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내 모습에 실망도 했다. 그래서인지 살림은 여기저기 들쑤셔놔서 더 어지러운 것만 같았다. 비워낸 개수만큼 넓어질 집을 기대했는데 티도 안 나는 것 같았다.

8일차 8개 버리기
▲ 8일차 8개 버리기 8일차 8개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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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제시한 저자는 혹시 중간에 포기하게 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다음 달부터 다시 시작하거나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도 된다고 격려했다. 하지만 가능한 한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나는 의지로 게으름을 이겨내보기로 다시 다짐했다.

미니멀게임을 시작한 이후 소비가 확실히 준 것도 사실이다. 물건의 필요성 기준이 게임을 시작하기 전과 후에 많이 달라졌다고 할까. 물건을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버리다 보니 꼭 필요한 물건,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한달치 미니멀게임이 진행되고 나면 또 며칠간은 휴식기를 가지는 것도 제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유난히도 뜨거웠던 여름을 보내며 8월 미니멀게임을 마저 완성하고, 조금은 차분한 9월을 맞이해보려고 한다.




태그:#미니멀리즘, #미니멀게임, #미니멀라이프, #미니멀, #미니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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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에 신이나서 부지런해지는 게으름쟁이 '미스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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