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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덕수 YTN 해직 기자
 현덕수 YTN 해직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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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8일은 23년 만에 또 다른 의미의 새로운 출발을 하잖아요. 그날은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자꾸 이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복받쳐 올라서 눈물이 나요. 예전 정장을 꺼내니 너무 스타일이 안 맞는 거예요. 그래서 새로 양복도 마련해서 8월 28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는 28일, 9년 만에 복직하는 현덕수 YTN 해직 기자의 말이다.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다 해고된 지 3249일 만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9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눈 한번 감고 귀 한번 막았다면 지금 즈음은 방송사 간부급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다가 9년 동안 해직이란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이제는 누구보다 당당히 YTN에 복직한다.

당사자들은 복직 소식을 어떻게 들었는지 궁금해 당사자 중 한 명인 현덕수 YTN 해직 기자를 지난 14일 그가 그동안 기자로 활동했던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현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9년 기다린 복직이 2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준비는 어떻게 하세요?
"특별하게 준비할 건 없어요. 제가 그동안 쉬었던 게 아니라 뉴스타파에서 계속 취재 활동했잖아요. 뉴스타파 정리하고 2주 후 YTN으로 출근할 예정입니다. 그 전에 2~3일 정도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까 해요."

- 복직 소식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복직 협상이 시작된 건 좀 시일이 됐어요. 저희가 직접 협상의 주체가 되지는 않았지만, 노조가 내용에 대해서는 중간중간 통보를 해줬어요. 그리고 저희가 당사자로서 최종적으로 동의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죠. 거의 쟁점이 마무리됐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는 것은 아침에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웃음)."

- 9년 만에 복직이라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은데 기분은 어땠나요?
"느닷없이 결정된 게 아니라서 마음의 준비는 했죠. 기사를 보신 많은 분이 저에게 문자, 전화, 카톡 등 여러 수단을 통해서 인사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이제 정말 복직하는구나'란 느낌이 들었어요. 9년 동안 한결같이 기다려온 것이라서 기뻤죠."

- 복직은 됐지만, MBC 해직자 문제가 남아 있어서 마냥 기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MBC 해직자 동료들은 1, 2심에서 해직이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어요. 1, 2심 판결 과정에 매우 중대한 내용이 들어있어요. '공정 방송은 언론 노동자의 근무환경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상당히 전향적인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대법원에서도 이 같은 판결 내용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저는 곧 대법원 판결이 나와 MBC 해직 동료들도 당당하게 해고 무효 판결을 받고 돌아가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 MBC 해직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어떤 말이에요?
"저희 9년 버텼는데 9년까진 안 가겠죠(웃음). 곧 좋은 날이 올 것으로 생각이 들고 그때 현장에서 빨리 만나자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용마씨는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까운 데 건강을 회복해서 현장에서 보면 좋겠어요. 건강을 최대한 회복하는 것이 MBC를 사랑하고 MBC 해직자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가장 하고 싶은 것, 방문증 말고 다시 'YTN 출입증' 받는 일'이다"

- '복직해서 하고 싶은 것 10가지' 쓰신 것을 봤어요. 10가지를 꼽게 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노조에서 특보를 내며 소감을 써내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뭘 쓸까 잠깐 고민하다가 복직해서 하고 싶은 열 가지를 꼽았는데 내용을 보면 우습기도 하고 허접하기도 해요. 제가 그런 걸 꼽은 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제 심정을 반영한 겁니다. 지난 9년간은 제가 뭘 하더라도 해직 기자로서의 굴레를 벗을 수는 없었어요. 저에게는 모순이자 어려움이자 압박이었죠. 그러나 이제 복직해서 회사로 돌아가게 되면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으로 돌아가서 일상적인 것을 누리고 YTN 기자로서 고민을 같이하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출입증' 받기라는 얘기도 있어요. 해직 후 매번 YTN 들어가려면 다른 일반인처럼 방문증으로 들어가야 했잖아요. 쓰면서도 왜 이걸 써야 하는지 마음이 불편했을 것 같아요
"제가 외부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었거든요. 물론 그 자체가 아주 복잡한 절차는 아닌데요. 늘 제 이름과 방문 목적을 쓰면서 '내가 이 회사를 이 만큼 만드는 데 적어도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기여도 하고 내 젊음을 바쳐 다녔던 회사인데 방문증을 끊어야 하나'는 것, '회사는 나를 해고했지만 나는 해고를 당할 이유가 없다. YTN을 바로 세우기 위한 활동이었는데….' 등 이런저런 생각들이 방문증을 발급받을 때마다 짧게 지나가는 거예요. 그러나 앞으로는 제 사진과 제 이름이 있는 사원증을 발급받게 될 테고, 그러면 지난 9년 동안 겪은 심적 동요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 열 가지 중 가장 하고 싶은 걸 꼽으면 무엇인가요?
"열 번째가 제가 YTN에 가서 하고 싶은 일이었어요. '새로운 분야에 적응하기'인데, 지난 9년 동안 언론 환경이 많이 바뀌었어요. 한마디로 얘기하면 '디지털화'죠. 디지털화라는 게 단순히 장비나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디지털 기기로 변한 것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존재 방식 자체가 엄청나게 변화됐다는 것이죠.

예전처럼 단순히 취재하고, 리포트로 만들어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SNS 등 더 확장된 공간이 열렸고 소통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어요. 디지털 미디어 환경 자체가 방송과 언론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하는 요인이 되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 과연 YTN이 제대로 부응해 왔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 고민을 YTN 내부에서 동료들이 먼저 고민하고 있다는 걸 느꼈고, 저 역시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먼저 고민해온 동료들과 함께 이 부분을 제대로 펼쳐보고 싶어요."

- 뉴스타파에서 계셨잖아요. 정이 드셨을 텐데 소회는 어떤가요?
"제가 뉴스타파에서 2년 반 넘게 있었는데, 그 기간은 9년의 해직 기간을 희석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계속 올바른 취재와 보도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시기였어요. 능력만 닿는다면 어떠한 것도 취재해서 보도할 수 있는 좋은 매체예요. 그런 면에서 과연 'YTN에서 그런 부분을 할 수 있을까'란 걱정은 들지만, 뉴스타파에서 보고 배웠던 것들이 저에게 좋은 경험과 교훈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 뉴스타파에서 취재를 꾸준히 해오셨지만, YTN은 또 다르잖아요. 무엇보다 사옥도 이전했고 방송환경도 달려져서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는데요.
"제가 해직되기 전에는 테이프로 모든 걸 취재했어요. 일종의 아날로그적인 취재와 제작방식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다 바뀌었더라고요. 다만, 뉴스타파에서도 최근의 제작 방식을 일부 경험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거란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YTN으로 돌아가면 후배들에게 여러 가지 볼멘소리를 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쩔 수 없죠. 그런 얘기 들으면서 달라진 제작 환경에 대해 적응해 나가야죠."

- 9년 동안 YTN이 신입사원을 많이 뽑아서 모르는 사람도 많을 거예요. 함께 생활하실 텐데 여기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아요.
"다행히 지난 9년 동안 노조가 행사할 때마다 저희 해직 기자들을 초청해서 새로 들어온 후배들과 서먹해 하지 않도록 기회를 많이 마련해 줬어요. 거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전혀 낯선 건 아니에요. 하지만 아직도 2008년 이후 들어온 후배들은 얼굴과 이름이 잘 연결되지 않아요. 당분간은 이름과 얼굴을 익히기 위해 밥도 같이 먹고 하면서 정서적인 친밀도를 높이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그 후배들 입장에서는 제가 24년 차 선배인데 어려워할 것 같아요. 그러지 말길, 이 인터뷰를 통해 말하고 싶어요(웃음)."

- 23년 전 첫 출근을 기다리던 때와 지금 복직을 기다리는 걸 비교해보면 어때요?
"YTN이 첫 직장이에요. 첫 입사한 날이 1994년 9월 9일이었거든요. 복직은 2017년 8월 28일이잖아요. 공교롭게 열흘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네요. 1994년엔 사회에 진출하는 첫 직장이라 모든 사람이 그랬을 것처럼 햇병아리 시절이었어요. 회사 가서 뭘 하게 될지 희망만 가지고 들어갔어요.

그런데 2017년 8월 28일은 23년 만에 또 다른 의미의 새로운 출발을 하잖아요. 그날은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자꾸 이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복받쳐 올라서 눈물이 나요. 그날도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옷도 새로 샀어요. 왜냐면 9년 동안 양복을 입을 일이 많지 않았거든요, 예전 정장을 꺼내니 너무 스타일이 안 맞는 거예요. 그래서 새로 양복도 마련해서 8월 28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YTN 복직은 지지했던 분들이 함께 '쟁취'한 것, 같이 누려야 할 기쁨"

지난 4월 13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지부와 YTN지부, OBS지부 조합원 100여 명이 모여 '펜을 빼앗긴 기자들, 우리는 돌아가야 합니다', '언론적폐 부역자 청산', '해직 3112일째', '공정 언론 정상화' 등 손팻말을 들고 대선 후보들을 향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4월 13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지부와 YTN지부, OBS지부 조합원 100여 명이 모여 '펜을 빼앗긴 기자들, 우리는 돌아가야 합니다', '언론적폐 부역자 청산', '해직 3112일째', '공정 언론 정상화' 등 손팻말을 들고 대선 후보들을 향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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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이란 세월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닌 것 같아요, 되돌아 보면 어떠세요?
"어떻게 지나갔나 싶어요. 해직되기 직전 2년은 노조 위원장을 했기 때문에 저로서는 10년 가까이 YTN의 현업에서 떨어져 있었던 셈이죠. 저희가 해직돼 현장에서 인위적으로 배제된 거지만, 그런 상태로 9년여를 버틴 것도 언론인으로서 꼭 해야 할 일이었다고 봐요. 저희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역으로 저희의 존재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에서의 언론 환경을 역설적으로 얘기해주는 상징이었다는 거죠. 다시 말해 그런 기간을 버티는 것 자체가 언론 현실을 고발하는 상징이 아니었냐는 거죠.

그리고 저 혼자만이 아니라 좁게는 해직 동료들이 있었고, 범위를 넓혀보면 저희를 지지해준 회사 안의 동료들이 있었고, 더 넓게는 저희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고 성원을 보내고 연대해주신 시민과 함께했기 때문에 9년이란 세월을 버틸 수 있었어요."

- 가장 힘들었던 땐 언제였나요?
"2008년 해직 사태가 벌어지고 처음 2~3년 동안은 많은 관심을 받았고 해직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느라 바쁘게 살았어요. 그런데 한 3년 정도 지나니까 관심이 많이 줄고, 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동력도 크게 떨어졌어요. 개인적으로도 제 삶의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었죠. 그리고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으로 넘어가는 때도 힘들었죠. 그때 해직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를 좀 가졌지만, 그런 기대가 무산되면서 '다시 5년을 더 기다려야 하나'라고 생각했던 때가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지 않나 싶어요."

-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저희만 힘든 게 아니었잖아요.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에 언론인들만 힘든 건 아니었어요. 사실 언론인들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았죠. 그런데 쌍용자동차 조합원들, 그리고 광고탑과 철탑에 올라가 투쟁하시는 노동자들도 많았고, 심지어 그런 시기를 버텨내기 어려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시 잡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힘들고 소외된 분들도 있는데 저희가 힘을 잃어선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고비를 넘겨 왔던 것 같아요."

- 그럼 9년 전 기자활동 할 때와 지금 시각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그렇죠. 9년 전에는 취재를 하는 사람이었고, 지난 9년간은 취재를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 많이 서 봤거든요. 예전에는 절박한 사람들의 심정, 소외된 사람과 사회 모순 때문에 억압받는 계층에 대한 고민이 피상적이었다면, 지난 9년 동안 제가 직접 겪었기 때문에 시각도 많이 달라졌죠. 우리 언론도 소외된 사람, 사회 모순 때문에 힘들어하는 계층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취재하고 보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죠."

- 지난주 몇몇 언론인이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에 보낸 문자가 공개되었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어이없고 안타까운 일이죠.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 언론이 스스로 순화되고 순치된 결과라고 봐요. 그렇게 순치된 언론사에게 떡고물 주듯이 보상을 주는 관행이 지속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죠. 때문에 정치권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한 것입니다. 사실상 정치권에 종속되고 부역해 많은 해직기자와 징계가 횡행했듯이, 이번 사건은 자본에 부역한 일단이 드러난 것이죠.

결국 깨어있는 시민이 그릇된 관행을 깨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용자 입장에서 관련 언론사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더불어 삼성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지를 더욱 확고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이 쌓아놓은 막대한 부는 결국 삼성의 종사자들과 제품을 사주는 소비자들이 만들어 놓은 것 아니겠어요. 삼성도 오너 일가만을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방식으로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명성에 스스로 먹칠을 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9년 동안 복직을 응원하고 지지해준 시민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9년 만에 복직하게 됐는데, 이건 저희만의 노력도 아니고 저희만의 기쁨도 아닌 것 같아요. 자신의 문제는 아니지만, 같이 걱정해 주시고 지지해 주시고 성원해 주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복직은 누군가가 주는 '시혜'가 아니라, 지지하고 성원했던 분들이 함께 '쟁취'한 것이고, 그러기에 함께 누려야 할 기쁨이라고 생각해요.

YTN의 이후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을 가져주시고, MBC 김장겸 사장 등 경영진의 비상식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언론 개혁이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해야만 해결됩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모든 게 저절로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현덕수 YTN 해직 기자
 현덕수 YTN 해직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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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현덕수, #YTM, #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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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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