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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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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비정상은 무엇일까?

아내와 함께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보고자, 그저 무작정 걸으면서 여러 가지 고민을 잊고 싶어서, 마음 한 편에는 영적인 깨달음을 구하고자 다녀왔던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질문이다.

어느 알베르게(순례자 전용 숙소) 앞에서 체크인하기 위해서 기다리던 중에 들려온 한국인 청년들의 대화.

"우리 오늘 얼마나 왔지?"
"원래 오늘 20km 이상 가야 하는데, 20km도 못 왔어."
"우리 비정상이야, 다른 사람들은 다 간 것 같은데."


"비정상"이라는 한 단어는 내 마음에 물결을 일으켰다. 그리고 가이드북들이 제시하는 코스에 맞춰 20km 이상을 걷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청년의 말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성 야고보의 교회가 있는 스페인 북서부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들을 지칭하며, 프랑스길, 은의길, 포르투갈길 등 다양한 길들이 존재한다. 내가 선택했던 길은 프랑스길로, 프랑스의 생장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하는데, 약 780km의 구간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가장 긴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나도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한국어로 된 여행기와 가이드북을 보면서 780km의 프랑스길을 4주 안에 아내와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체력과 마음은 다른 이들이 추천하는 코스와 거리가 아닌 우리만의 순례를 하는 것에 더욱 이끌렸고, 우리는 매우 천천히, 하루에 3km, 어떤 날은 10km를 걸었다.

그래서인지 주로 몇 번 마주쳤던 나이가 지긋하신 순례자들과 자주 다시 만났고, 그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기도 했다. 외국인 순례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이랬다.

'왜 이렇게 한국 사람들은 빠르게 걷는가?'
'이렇게 빠르게 걸을 것이면 왜 순례길에 왔는가?'


그리고 운 좋게도 기차로 구간을 점프하려고 갔던 기차역에서 여러 이유로 기차를 타러 온 몇몇 순례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거기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의 산티아고 순례자들은 프랑스길을 순례하는 경우에 5주 또는 6주 정도로 넉넉하게 잡고 걷고, 일종의 가이드북들도 그렇게 제시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 등이 상대적으로 꽤 높은 국가이기에, 경쟁사회이기도 하기에, 모든 것이 빠른 것은 아닐까?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영적 깨달음을 얻고자, 여유로운 휴가를 즐겨보고자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순례자들로 가득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내가 느꼈던 대한민국은 내가 대한민국에서 느꼈던 그 속도 그대로였다.

위에서 언급한 청년들의 대화를 듣고 나서 나는 마음속으로 '정상과 비정상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물었다. 그 당시에는 그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차마 이야기를 건네지 못했다.

부끄럽지만 이렇게 다시 깊은 기억 속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나 스스로 나의 삶을, 나의 시간을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로 나누고 싶지 않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에서 시작되었고, 이 질문을 함께 생각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산티아고순례길 #정상과비정상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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