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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한국전쟁 발발 당시 미군이 피란길에 오른 우리나라 피난민들을 무자비한 방법으로 학살한 '노근리 사건'을 아시나요?

1950년 7월 미군은 노근리의 경부선 철도 아래에 피신하고 있던 수백 명의 피란민에 무차별 사격을 가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300여 명이 목숨을 잃고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가족을 잃었습니다.

그 뒤 이 사건은 1994년부터 실록 소설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였지만 '노근리 사건'에 대해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늘날 역사교과서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노근리 사건'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노근리 사건'에 대해 생소하고 인터넷상에서도 정보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런 '노근리 사건'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청소년들이 직접 장수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청소년 장기프로젝트 멤버들이 어르신과 함께 사진을 찍고있다.
▲ '노근리 사건' 피해 어르신 장수사진 촬영봉사 청소년 장기프로젝트 멤버들이 어르신과 함께 사진을 찍고있다.
ⓒ 김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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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사건이 발생한 지 67년이 됐습니다. 필자도 부끄럽지만 '노근리 사건'을 최근에 알게 된 이후 더욱 더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보를 찾던 중 부산에 계시는 피해 어르신 한 분께서 고령으로 몸이 쇠약 해지셔서 현재 장수사진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에 필자가 기획해 진행 중인 '청소년 장기프로젝트'(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장수사진 촬영 봉사를 진행하는 단체)에서 직접 장수사진을 촬영해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노근리 사건'을 접한 후 '청소년 장기프로젝트'는 장수사진 촬영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금활동을 진행하였으며, 이번 촬영을 위해 서울·경기·대구·구미·김해에 거주 중인 청소년 6명이 모였습니다.

장비 대여업체 'SLR RENT'에서는 '청소년 장기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장수사진 촬영을 위해 장비를 후원해주셨으며, 사정을 듣고 한복을 대여해주신 분 등 전국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할머니께 메이크업을 해드리고 있는 청소년 장기프로젝트 팀원
 할머니께 메이크업을 해드리고 있는 청소년 장기프로젝트 팀원
ⓒ 김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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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토요일 1시. 부산에 위치한 어르신 댁에 도착 후 메이크업 팀은 자신이 준비해온 메이크업 장비로 어르신께 화장을 해드렸고, 촬영팀은 할머니 댁 근처에 위치한 어린이집에서 장수사진 촬영을 위한 조명과 배경지를 설치하며 촬영을 준비했습니다.

촬영에 앞서 할머니의 긴장을 풀어드리기 위해 손자 손녀 같은 학생들이 어르신께 애교도 부리며 같이 사진도 찍어드렸습니다. 덕분에 촬영하는 동안 어르신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 보였습니다.

촬영 대기를 하면서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다가 할머니 눈에 고인 눈물을 보았습니다. "이 좋은 세상에 태어나 그 고생을 했네...." 말끝을 흐리는 할머니를 보고 해드릴 수 있는 말은 단 한 가지 뿐이었습니다. 잘 이겨내셨다고 가장 아름다운 분이라고.

장수사진 촬영 준비중인 청소년 장기프로젝트 팀원들
 장수사진 촬영 준비중인 청소년 장기프로젝트 팀원들
ⓒ 김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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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셔터 소리와 정신없이 터지는 플래시 속에서 고운 한복을 차려입으신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짠한 마음과 뿌듯한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이런 아픈 일을 이제야 알게 돼 죄송한 마음도 있었고, 어르신께 아름다운 사진을 선물해 줄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장수사진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시며 저희의 손을 잡아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은 그동안 장수사진 촬영 봉사를 진행하며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장수사진 촬영봉사에 참여한 청소년 장기프로젝트 문지율 학생은 할머니께 한복을 입혀 드리고, 메이크업을 해드리면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느꼈고 할머니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아름다울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루 동안 뜻 깊은 시간이었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소감을 말하였습니다.

장수사진 촬영이 끝나고

촬영된 사진을 확인중인 (왼쪽부터) 필자와 할머니 그리고 며느리
 촬영된 사진을 확인중인 (왼쪽부터) 필자와 할머니 그리고 며느리
ⓒ 김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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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사진 촬영 후 피해자 할머니와 며느리분께 '노근리 사건'에 대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82세의 박희숙 할머니는 현재 치매 증상을 가지고 계시지만 '노근리' 이야기가 나오니 눈가에 눈물이 맺히셨습니다.

어르신의 증언에 따르면 미군의 무차별 총격으로 눈앞에서 아버지와 수백 명의 사람들이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그런 공포 속에서 벽에 기대어 앉은 자세로 쓰러지신 아버지의 모습을 본 박희숙 할머니는 오로지 살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피를 마시며 버티다 간신히 탈출에 성공하였다고 합니다.

짧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노근리 사건' 관련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장수사진 촬영 후 '노근리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듣는 청소년 장기프로젝트 팀원들
 장수사진 촬영 후 '노근리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듣는 청소년 장기프로젝트 팀원들
ⓒ 김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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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 '노근리 사건' 피해 어르신 중 생존자는 약 20명. 매년 '노근리 평화공원'에서 추모제가 열리지만, 참가자는 대부분 고령의 어르신 분들이고 젊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시고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건 어떨까요?

* 청소년 장기프로젝트에서는 '노근리 사건'피해 어르신 혹은 우리 사회의 소외된 어르신 분들께 무료로 장수사진을 촬영해드리고 있습니다)
* 장수사진 촬영문의: (청소년장기프로젝트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Youthproject2017/


태그:#노근리 사건, #청소년 장기프로젝트, #청소년 장수사진 촬영봉사, #영정사진, #청장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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