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트라이커 부재는 최근 몇 년간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고민거리다. 황선홍-최순호-차범근-최용수 등 아시아 무대를 대표하는 대형 공격수들을 보유했던 한국축구는 2010년대 이후 스트라이커 부재라는 난제에 시달려왔다.

역대 대표팀 감독들은 이런 현상을 대부분 한국축구의 구조적인 문제로 돌렸지만 정작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한국축구에서 뽑을수 있는 공격수는 이동국-박주영-김신욱 세 명뿐이다."(최강희 감독)-"박주영을 대체할 공격수가 없다. K리거는 B급이다."(홍명보 감독), "한국에는 카타르의 소리아같은 공격수가 없어서 졌다."(슈틸리케 감독) 등등 대부분은 공격수 부재와 골결정력 부족이라는 숙제를 교묘하게 '선수 탓'으로만 떠넘기고 자신의 전술운영이나 선수발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좋은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는 속담의 완벽한 반례였다.

신태용 감독은 어떨까. 신태용 감독은 국내 지도자중에서도 대표적인 공격축구의 신봉자다. 공격수에게도 폭넓은 활동량과 전방압박을 주문하고, 수비수에게도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유도하는 등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강조하는 것이 신태용 축구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팀들은 대부분 공격력 하나는 믿고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신태용호는 이란(8월31일), 우즈베키스탄(9월 5일)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에 나설 멤버를 발표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에는 이동국·김신욱(이상 전북)-황희찬(잘츠부르크)이 부름을 받았다. 최종예선 2연전 결과에 따라 한국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이 좌우될 수 있는 중요한 고비인 만큼 최전방에서 득점을 해결해줘야 할 공격수들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은 연계능력을 갖춘 공격수들을 선호했다. 이정협(부산)·지동원(아우크스) 등이 가장 중용받았으나 큰 경기에서의 존재감과 골결정력 측면에서 번번이 한계를 드러냈다.

대표팀은 아시아 최종예선 들어 8경기 11골을 기록했으나 이중 최전방 공격수가 기록한 득점은 카타르와의 지난 8차전에서야 터진 황희찬이 기록한 1골이 전부였다. 공격수들의 개인 역량 부족도 문제지만, 단순하고 실속없는 점유율 축구와 '원톱'에만 의존하는 감독의 무능한 전술에 더 큰 원인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번에 발탁된 공격수 3인방도 그리 새로운 얼굴은 아니다. 지동원-석현준-이정협 등 그간 대표팀에서 부진했던 공격수들이 대거 제외되었지만 이동국-김신욱-황희찬 역시 대표팀에서 저마다 장단점을 뚜렷하게 드러냈던 선수들이다. 결국 똑같은 자원이라도 연장을 어떻게 활용할까 하는 '목수' 신태용에 더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세 공격수는 스타일이 각자 다르다. 황희찬은 역동적인 스피드와 돌파력을 바탕으로 한 역습과 공간 침투에 강점이 있다면, 김신욱은 묵직한 제공권을 바탕으로 롱볼싸움에 특화되어있고, 이동국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위치선정과 골결정력에 강점이 있다.

유럽파중 가장 먼저 시즌을 시작한 황희찬은 벌써 8경기 5골을 넣으며 최근 대표팀 공격수들을 통틀어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어린 만큼 대표팀과 큰 경기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는 게 변수다. 물론 나이에 비하여 웬만해서는 주눅들지 않는 배짱은 선수로서 강점이지만 종종 감정조절이 서툴러서 불필요하게 거친 플레이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은 다음 상대인 이란을 상대로 최근 4연패를 당하는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그동안 이란전에서 기용되었던 원톱들의 움직임 대부분 정적이거나 거친 이란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장은 크지 않아도 몸싸움에 강하고 끈질기게 수비를 괴롭힐 수 있는 황희찬 카드가 더 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신욱을 활용한 공중전은 '양날의 검'이다. 김신욱을 활용했던 역대 대표팀에서도 꾸준히 거론되었던 문제다. 김신욱의 머리만을 노린 단순하고 직선적인 공격루트는 단시간에 최대한 빨리 득점을 노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가장 효율적일 때도 있다.

반대로 상대에게 일단 간파당할 경우에는 팀플레이 자체가 단조로워지는 부작용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김신욱이 A매치를 35경기가 나서고도 득점이 고작 3골밖에 되지 않는 것도 주로 경기 후반에 투입되어 짧은 시간만을 소화하거나 그나마도 공중볼 처리에 특화된 '헤딩 셔틀'로만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우즈베크나 카타르처럼 신장이 작은 팀을 상대로 할때는 통했지만 다음 상대인 이란같은 경우, 수비 조직력이 뛰어나고 몸싸움에 강한 수비수들이 많아 '김신욱 카드'가 통한 경우가 아직까지 한번도 없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할 부분이다. 김신욱이 신장에 비하여 발재간도 나쁘지 않은 선수이기는 하지만 손발을 맞출 시간이 짧은 대표팀에서는 김신욱을 중심으로 조직력을 극대화하는데는 항상 한계가 있었다. 조기소집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신태용호에서 김신욱의 활용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동국은 대표팀 내에서 가장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현역 선수중 이동국보다 더 많은 A매치 득점(103경기 33골)을 기록한 선수는 없다. 다만 이동국은 지난 2012년 우즈베크와의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 동점골을 끝으로 최근 5년간 중요한 국제대회(월드컵-아시안컵 등)에서 기록한 득점이 없다. 최강희호의 주전으로 활약했던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지금보다 더 젊었고 주전 공격수로 중용되었음에도 7경기 1골에 그치며 우즈베크전이 유일한 득점이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비하여 대표팀에서 실력발휘가 안되는 선수를 거론할 때마다 단골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선수가 바로 이동국이다.

이동국은 이번 대표팀에서는 후반 조커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황희찬의 폭넓은 동선과 김신욱의 제공권으로 수비를 흔든다면 이동국은 뛰어난 위치선정 능력과 슈팅 능력으로 결정적 힌방을 터뜨려줄 수 있는 선수다. 신태용 감독은 이동국을 발탁하며 최근 원숙해진 연계플레이 능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소속팀 전북에서 종종 활용했던 김신욱과의 투톱 전술 역시 시도해볼만한 카드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대표팀 명단에 기존의 기성용-손흥민 외에도 크로스 능력이 좋은 염기훈, 공간침투에 능한 이근호 등 다양한 카드를 선발하며 공격수들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했다. 최종예선 내내 고개를 들지못했던 국가대표 공격수들이 운명의 이란-우즈베크전에서는 지긋지긋한 '골결정력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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