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20순위에 지명될 정도로 두산이 나름대로 큰 기대를 걸고 선택한 선수, 김명신이었다. 그래서인지 김태형 감독은 개막전부터 '신인' 김명신을 불펜 자원으로 활용했고, 조금이라도 경험을 더 쌓게 하고자 많은 기회를 부여했다.

그러던 중 4월 25일, 고척 넥센전에서 1회 말 김민성의 타구에 얼굴을 맞고 마운드에서 쓰러진 김명신은 안면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공을 잡을 수 없었다. 안면부가 함몰되는 큰 부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명신의 복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하면서 복귀에 시동을 걸었고, 부상을 입은 지 세 달만에 1군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게 김명신은 다시 공을 던지기 시작했고, 그의 등장과 함께 후반기 두산 불펜에도 숨통이 트였다.

 김승회, 김성배, 이현승 등 불펜 투수들이 숨을 고른 것, 김명신의 몫이 컸다.

김승회, 김성배, 이현승 등 불펜 투수들이 숨을 고른 것, 김명신의 몫이 컸다. ⓒ 두산 베어스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 요리하는 김명신, 두산은 그의 복귀가 반갑다

김명신이 돌아오기 전까지의 두산 불펜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부상과 입대 등 전력에서 이탈한 투수가 많고 김성배, 김승회, 이현승 등 기존에 필승조 역할을 담당하던 불펜 투수들도 지쳐가고 있었다. 불펜에 활력을 불어넣을 투수가 한두 명 정도는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후반기 두산 불펜에서 가장 돋보이는 투수는 역시 김강률이다. 후반기 14경기에 등판해 17이닝 동안 1승 5홀드 2세이브 ERA 1.59를 기록했다. 묵직한 패스트볼의 제구가 한결 좋아지면서 최근에는 필승조로 투입된다.

그러나 김강률의 호투 못지않게 반가웠던 것은 김명신의 복귀다. 부상 전까지 4월 한 달간 8경기에 등판해 16.2이닝 동안 1승 ERA 7.02로 만족스러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김명신의 제구는 더욱 정교해졌다. 7월 26일 수원 kt전에서 복귀전을 치른 김명신은 후반기 12경기에 등판하며 9.2이닝을 소화했고, 1승 2홀드 ERA 2.79를 기록했다.

공 자체가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김명신의 올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37.2km로 김강률이나 이용찬 등 팀 내 불펜 투수들에 비해 비교적 느린 편이다.

그 대신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을 골고루 구사하며 상대 타자들을 승부한다. 올시즌 김명신의 패스트볼 구사 비율은 47.2%로 50%를 넘기지 않는다. 포크볼은 21.1%, 커브는 14.5%, 슬라이더는 12%, 체인지업은 4.3%로 변화구 구사 비율이 꽤 높다. 공이 빠르지 않더라도 다양한 변화구가 김명신의 원동력이다.

 두산으로선 김명신의 호투가 반갑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올 때마다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두산으로선 김명신의 호투가 반갑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올 때마다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 두산 베어스


부상을 딛고 일어선 김명신, 그의 2017시즌은 이제 시작일 뿐

부상이 아니었다면 김명신은 올시즌 더 많은 경기를 소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불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젊은 투수들의 활약은 두산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달 초 이현승이 휴식 차원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후 지난 12일에 콜업되는 등 주축 불펜 투수들의 체력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시기이다.

한때 중하위권까지 처진 두산은 2위까지 껑충 상승했다. 지난해 막강한 화력을 뽐낸 타선이 다시 한 번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7월 이후 리그에서 가장 평균자책점이 낮은 마운드도 안정감을 찾았다. 특히 김명신의 가세로 탄력을 받은 불펜의 상태가 상당히 좋아졌다.

사실상 지금 김명신의 역할은 필승조나 다름이 없다. 그만큼 팀에서 거는 기대가 크고, 김명신을 믿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의 활약은 개인적인 측면 이외에도 필승조로 투입되는 투수들의 체력 안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정규시즌 후반기, 뒤이어 펼쳐질 포스트시즌까지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두산, 그리고 이제 막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히든카드' 김명신의 2017시즌은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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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KBO 기록실,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KBO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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