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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실 밖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 0.26kW ‘에너지나눔햇빛발전소’ 1대가 1년 간 생산하는 전기는 대략 200kWh 정도다.
 아파트 경비실 밖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 0.26kW ‘에너지나눔햇빛발전소’ 1대가 1년 간 생산하는 전기는 대략 200kWh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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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여름이 갈수록 길어지고 폭염도 심해지고 있다. 밤에도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자주 반복되면서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가정마다 전기로 작동하는 제품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도, 한국전력 통계에 따르면 호당 주택용 전기의 월 평균 사용량은 약간 줄어 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10년 월 평균 사용량은 447kWh였는데, 2016년에는 421kWh로 6%가 감소했다. 이는 전력 소비 효율 등급이 높은 가전제품 보급률이 증가하고 절전 캠페인도 한몫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한 가족을 구성하는 평균 세대원 수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1년 12개월 중 유일하게 8월의 전기 사용량은 다른 11개월과 달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8월의 전기 사용량은 531kWh로 2010년 8월 502kWh보다 5.8% 증가했다. 8월을 제외한 모든 달의 전기 사용량이 6년 전에 비해 평균 7%나 감소한 반면, 8월 전기 사용량은 6년 전보다 약 13%나 증가한 것이다.

가정용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전기 사용량 증가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인버터 에어컨의 보급률이 높아졌음에도, 에어컨으로 인한 전기 사용량이 6년 전보다 증가한 것은, 에어컨 보급 대수와 한 달 평균 가동 시간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길어진 여름, 심해진 폭염으로 인해 에어컨은 더 이상 일부 가정의 사치품이 아니라 전 국민에게 필요한 가전제품이 되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경비실에 에어컨을 기증하는 주민 vs. 경비실 에어컨 코드를 뽑는 주민

한여름 더위에 가장 취약한 곳 중 하나가 아파트 경비실이다. 통풍도 잘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24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한여름 8월의 폭염은 불편을 넘어 고통으로 다가온다. 아파트 경비실의 에어컨 사용은 더는 사치가 아니라 복지의 문제가 되었다.

호당 주택용 전기 월 평균 사용량(자료: 한전전력통계)
 호당 주택용 전기 월 평균 사용량(자료: 한전전력통계)
ⓒ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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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를 안타깝게 여긴 몇몇 주민이 에어컨을 기증하고,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서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곳이 늘고 있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국 LH임대아파트 단지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기 위해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돼도 문제다. 공용 전기료 증가를 걱정하는 일부 주민이 경비실 에어컨 가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 아파트는 경비실 에어컨 가동을 못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을 공개적으로 게시하기도 했고, 주민이 직접 경비실의 에어컨 코드를 뽑았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경비실 에어컨, 세대당 공용 전기료 증가액은 100~200원 사이

그러면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가동으로 한 세대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공용 전기료는 얼마나 될까? 아파트 경비실은 2평도 안 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벽걸이 에어컨 중 가장 작은 것이 설치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에어컨은 순간 최대 전력 소비량이 450W밖에 되지 않는다.

경비실에서 하루에 15시간씩 20일 에어컨을 가동한다고 했을 때, 최대 135kWh의 전기를 사용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 에어컨이 항상 최대 소비전력으로 가동되지는 않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해 다시 계산해보면 아파트 경비실 한 곳에서 8월 한 달 동안 추가로 사용하게 되는 전력량은 평균 100kWh 정도일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경비실 공간이 좁아서 간신히 설치한 에어컨.
 경비실 공간이 좁아서 간신히 설치한 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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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실에 설치된 에어컨이 최대로 가동될 때의 순간 소비전력
 경비실에 설치된 에어컨이 최대로 가동될 때의 순간 소비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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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실에서 사용되는 공용 전기에는 누진제가 붙지 않기 때문에, 100kWh의 공용 전기 사용으로 인한 공용 전기 요금은 대략 1만3000원이다. 성북구 한 아파트의 경우, 경비실 한 곳에 경비원 2명이 교대로 근무하며 대략 130세대를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경비원 2명이 8월 에어컨을 사용하면 증가하는 공용 전기료 1만3000원을 130세대로 나누면, 한 세대가 부담하는 금액은 100원 정도다.

한전과의 전기요금 계약방식이 단일계약이어서 공용 전기료 단가가 좀 더 비싼 아파트이고, 경비원의 수도 평균보다 많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경비실의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8월 공용 전기요금 세대당 추가 부담액은 200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0.26kW 에너지나눔햇빛발전소 1대면 눈치 보지 않고 경비실 에어컨 가동

각 가정에서는 에어컨을 장시간 사용하면 누진제로 인해 전기요금 폭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아파트 경비실에서 에어컨을 가동한다고 해서 전기 요금 폭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다. 심지어 경비실 에어컨을 하루 24시간 한 달 내내 틀어놓는다고 해도 세대당 공용전기료 증가액은 300원을 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폭염으로 고통 받는 경비원을 위한 에어컨 가동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주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주민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면서 경비실 에어컨 가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은 너무 힘들다. 복잡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이며 성북구 동행(同幸) 아파트로 잘 알려진 석관두산아파트는 에너지나눔연구소와 함께, 주민 눈치 보지 않고 경비실의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많은 시간 햇빛에 노출되어 8월 폭염에 가장 취약한 107동 경비실에 중고 에어컨을 설치하는 동시에 시간당 0.26kWh를 생산할 수 있는 소형 태양광 발전기를 경비실 외벽에 함께 설치했다. 이 태양광 발전기는 경비원의 복지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나눔햇빛발전소'라 이름 붙였다.

아파트 경비실 외벽에 설치된 '에너지나눔햇빛발전소'
 아파트 경비실 외벽에 설치된 '에너지나눔햇빛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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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동 경비실에서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에어컨을 가동하며 사용하는 전력량을 계산해 보면, 최대 140kWh 정도 된다. 0.26kW '에너지나눔햇빛발전소' 1대가 1년 간 생산하는 전기는 대략 200kWh 정도이니, 경비실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전력 소비량을 충당하고도 60kWh가 남는다. 남는 전기는 공용 전기로 사용된다.

경비실 외벽에 설치된 작은 태양광 발전기 한 대로 경비원은 주민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으니 행복하고, 주민은 공용전기료가 증가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에어컨 가동에 필요한 전기를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발전기가 만드니,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증가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다.

서울형 미니태양광발전기가 '에너지나눔햇빛발전소'로 확산되기를!

미니태양광발전기 보급 사업은 서울시가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올해부터는 국비 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어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의 사정에 따라 보조금의 액수가 조금씩 달라 설치비가 다를 수 있지만, 서울시의 경우, 시간당 0.26kW를 생산할 수 있는 베란다형 미니태양광 발전기를 10만 원에서 15만 원 정도면 설치할 수 있다.

당초 설치비는 61만5천 원이지만, 서울시에서 41만5천 원을 지원하고 구청에서 추가적으로 5만 원에서 10만 원을 지원하고 있어서 가정이 부담하는 비용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최근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을 중심으로 미니태양광발전기 설치가 급증하면서 가정의 전기 요금도 절약하고, 신재생에너지의 가능성에 대한 시민 의식을 끌어올리고 있다.

서울시 송파구 거여1단지 에너지자립마을. 1004세대 중 271세대가 베란다형 미니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다.
 서울시 송파구 거여1단지 에너지자립마을. 1004세대 중 271세대가 베란다형 미니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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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에어컨을 설치한 아파트 경비실 모두에 미니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될 수 있다면 좋겠다. '에너지나눔햇빛발전소' 덕분에 경비실의 에어컨 사용으로 증가하는 전력을 다 충당하고도 남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니 여름철 폭염이 그리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심재철 기자는 성북구가 지정한 제 1호 절전소이고, 서울시의 에너지자립마을인 석관동 두산아파트의 초대 절전소장을 지냈다.



태그:#에어컨, #태양광, #아파트 경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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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하우톤 연구소장으로 27년째 특수윤활유를 연구하지만, 별을 좋아해서 주말을 이용해 성북작은천문대에서 일반인을 위한 천문 교육을 진행합니다. 지구온난화를 막는데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 아파트형 에너지자립마을 활동과 경비원을 위한 " 에너지나눔햇빛발전소" 건설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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