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부상에서 회복하여 포스트 시즌 선발 로테이션 재진입을 노리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올 시즌 꼭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8월 13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던 류현진이 아쉽게 지난 등판까지 이어오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이전까지 선발로 등판했던 16경기(마무리 1경기)에서 류현진이 1회에 득점 지원을 받았던 경기는 4경기에 불과했다. 물론 그 4경기에서 류현진은 모두 승리투수가 되었는데, 류현진이 올 시즌 4승 6패를 기록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 초반 득점 지원은 굉장히 중요했다. 올 시즌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득점 지원이 워낙에 열악한 투수로 알려진 상황이다.

류현진이 올 시즌 가장 위력적인 경기는 바로 지난 등판 뉴욕 메츠 원정 경기였다. 당시 다저스 타선은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르기도 전인 1회초 공격부터 3점을 지원하면서 류현진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고, 류현진은 편안하게 공을 던졌다.

1회 득점 지원 = 승리였던 류현진, 연속 기록 마감

13일 경기에서도 경기 초반 득점 지원을 받으면서 시작했다. 1회말 저스틴 터너의 희생 플라이로 선제 득점이 일어났고, 코디 벨린저의 안타까지 나와 지난 경기처럼 흐름이 이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여기서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전 경기와 같은 안정감은 덜했다.

3점 차와 1점 차일 때 득점 지원을 받은 투수가 느끼는 안정감은 큰 차이를 보인다. 류현진도 이 날 경기에서는 2회까지 무실점하긴 했으나 투구수는 38개나 됐다. 그런 상황에서 2회말 팀의 공격이 순식간에 삼자범퇴로 끝나면서 류현진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결국 류현진은 3회부터 흔들렸다. 2사 2루 상황에서 헌터 렌프로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동점이 됐고(1-1), 4회초에도 2사 2,3루 상황에서 1타점 적시타를 내줬다(1-2), 5회초 2사에서는 윌 마이어스에게 솔로 홈런을 내주면서(1-3) 류현진의 등판은 5회까지로 마무리됐다(108구).

팀 타선이 경기 후반 역전승을 거두면서(6-3) 류현진은 승패와는 무관한 경기를 남겼다. 그러나 올 시즌 이어지고 있었던 1회 득점 지원 = 승리 기록은 여기서 멈추게 됐다. 다만 개인 승리가 아닌 팀 승리 기록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2사, 2스트라이크에서 집중력 아쉬웠던 류현진

13일 경기에서 류현진의 실점 과정을 살펴보면, 모두 2사 상황에서 나왔다. 아웃 카운트 하나만 더 추가하면 이닝이 끝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투수들로서는 이닝 초반보다는 다소 여유가 있는 경기 운영을 가져갈 수도 있지만, 그 만큼 긴장도 풀리게 되는 순간이 2사 상황이다.

물론 이 날 류현진은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었다.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은 이전 경기보다 많이 떨어졌고, 가장 빨랐던 2회의 빠른 공 평균 속도도 시속 147.5km였다. 지난 경기에서 평균 시속 150km를 넘겼던 점을 비교하면 다른 패턴의 투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구종 배합이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빠른 공이 38개, 서클 체인지업이 21개, 커브 22개, 컷 패스트볼 22개 그리고 슬라이더 5개였다. 문제는 이 다양한 구종들이 각 상황에서 먹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가 컸다는 점이다.

21개의 체인지업 중 헛스윙 유도에 성공했던 공은 4개였다. 파드리스 타자들이 참아낸 볼 판정이 9개가 있었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빠지는 경우 너무 심하게 빠졌던 공이 많았다. 이 때문에 류현진은 2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승부에 애를 먹었다. 6구 이상 승부를 벌인 횟수만 봐도 8번이나 있었다.

특히 4회에서의 실점은 하위 타선을 상대로 허용한 실점이라 그 아쉬움이 컸다. 안헤르바스 솔라테에게 볼넷, 코리 스판젠버그에게 안타를 허용했느데, 모두 2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 끝내 아웃을 잡지 못했다. 게다가 상대 선발투수 죠리스 차신에게까지 안타를 허용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전반기에 고질적 문제였던 피홈런을 후반기에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던 류현진은 5회에 후반기 첫 피홈런을 허용했다. 마이어스에게 허용한 이 피홈런도 풀 카운트 승부에서 집중력이 다소 좋지 못해 나온 것이었다.

부상 전과 많이 달라진 파드리스, 앞으로의 해법은?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파드리스를 상대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2013년과 2014년 2시즌 동안 5경기에서 류현진은 4승 무패 0.84의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리고 류현진은 2015년 어깨 수술로 1년을 통째로 쉬게 됐다.

문제는 류현진이 어깨 수술을 받은 전후로 파드리스 팀이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한때 FA 시장에서 제임스 실즈를 영입하고 다저스로부터 트레이드를 통해 맷 켐프도 데려갔던 파드리스였다. 이로 인해 파드리스는 전력이 크게 강화되며 포스트 시즌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물론 파드리스는 한 시즌도 못 가서 다시 시즌을 포기했다. 파드리스는 2016년에 실즈를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팔았고, 켐프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팔았다. 파드리스는 다시 리빌딩에 들어갔지만, 그 동안 이뤄지고 있는 세대 교체로 인하여 과거 건강했던 류현진이 자주 만났던 선수들은 이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류현진은 2018년까지 다저스와 계약이 되어 있다. 이후 진로는 아직 모르겠지만, 최소 내년까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계속 던져야 한다면 파드리스를 자주 마주칠 수 밖에 없다. 파드리스는 다저스에게 있어서 같은 지구에 있는 팀들 중 연고지도 가장 가깝다(펫코 파크 201.2km).

그 만큼 자주 상대하기 때문에 개인 통산 기록을 위해서라도 파드리스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생소한 타자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류현진에게 있어서는 은근히 골치 아픈 도깨비 팀이 된 것이다. 게다가 파드리스 타자들은 최근 다저스의 왼손 투수들(리치 힐, 알렉스 우드 등)을 상대로 끈질긴 승부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한 해법을 빨리 찾는 것이 류현진에게도 성적 관리를 위한 길이다.

복귀 준비하고 있는 커쇼, 앞으로의 선발 경쟁은?

현재 다저스는 류현진(좌) 외에 다르빗슈(우), 알렉스 우드(좌), 리치 힐(좌), 마에다 겐타(우) 등 5명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고 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좌)가 허리 통증으로 잠시 로테이션에서 빠져 있고, 브랜든 맥카시(우)도 손가락 물집으로 인해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져 있다.

그런데 맥카시는 손가락 물집 후유증이 의외로 길어지면서 쉽게 복귀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맥카시가 풀 타임 시즌을 제대로 치른 적이 몇 차례 없는 유리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된 일이지만 의외로 복귀가 늦어질 경우 맥카시는 다저스와 계약한 4년 중 대략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부상자 명단으로 보내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와 반대로 허리 부상이라 공백이 더 길 것 같았던 커쇼는 맥카시보다 더 빠르게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훌리오 유리아스(좌)는 어깨 수술 재활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전했지만 일단 내년까지는 전력 외 선수이며, 스캇 카즈미어(좌)는 올해 안에 복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커쇼가 복귀하게 되면 다저스 선발투수는 다시 6명이 된다. 누군가 한 명은 다시 불펜으로 빠져야 하는 상황인데, 다저스의 향후 일정을 살펴보면 누군가를 당장 불펜으로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저스는 14일까지 파드리스와의 3연전을 끝내고 하루 휴식한 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인터리그 홈 경기 2연전을 치른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의 일정이다. 다저스는 19일부터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인터리그 원정 3연전에 이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 4연전,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 3연전으로 이어지는 10연전이 이어진다.

하루 휴식 후 다저스는 다시 살인적인 9월 일정에 돌입한다. 애리도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 3연전, 파드리스와의 원정 4연전(더블 헤더 포함 3일), 디백스와 홈 3연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 4연전, 샌프란시스코와의 원정 3연전으로 이어지는 17연전이다.

다시 하루를 쉬고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 3연전, 필라델피아 필리스 원정 4연전, 자이언츠 홈 3연전, 파드리스 홈 3연전까지 13연전까지 있다. 다저스는 9월에 휴식일이 이틀 밖에 없으며 이동 거리도 상당한 살인적인 일정이 되었다. 아시아 출신 투수가 3명(류현진, 마에다, 다르빗슈)이나 있는 다저스 로테이션으로서는 상당히 버거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더블 헤더 경기까지 있기 때문에 다저스는 확장 로스터가 시행되는 9월에 한하여 6명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할 가능성도 있다. 포스트 시즌을 위해 허리 부상을 딛고 돌아오는 커쇼를 무리시킬 뜻이 없는 다저스가 타이트한 일정을 견디기 위해서는 그나마 많은 선발 자원들을 골고루 활용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특히 류현진(5년차)과 마에다(2년차) 그리고 다르빗슈(6년차)는 오랫동안 자국 프로 리그에서 뛰다 온 선수들이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의 등판 후 4일 휴식이 다소 버거울 수도 있다. KBO리그에서는 월요일이 고정 휴식이기 때문에 4일 휴식보다는 5일 휴식이 더 많으며, NPB는 아예 6인 로테이션 운영이라 한 선수가 특정 요일에만 등판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시아 출신 선발투수가 로테이션 비중의 절반을 차지하는 다저스가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가 6인 로테이션 운영이다. 물론 6명을 완전히 돌리는 것이 아니라 컨디션이 좋지 않은 1명은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 뛰고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살인적인 스케줄이 있는 9월은 그러한 방식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문제는 포스트 시즌이다. 다저스에서 포스트 시즌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는 커쇼(2013~2016)이며, 류현진(2013~2014)은 포스트 시즌에서 첫 등판을 제외하고는 임팩트가 커쇼보다도 강했다. 다르빗슈와 마에다, 힐은 포스트 시즌에서 그다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투수들이고, 우드는 포스트 시즌에서 선발로 등판한 적이 없다. 맥카시는 아예 포스트 시즌 경험도 없는 투수다.

이들 7명 중 포스트 시즌에서 선발로 등판할 선수는 4명이며, 1명이나 많게는 2명까지 2번째 투수로 활용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1명은 이들 중 부상 선수가 생기지 않는 한 아예 포스트 시즌 로스터에 들지 못할 수도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포스트 시즌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러한 점에서 류현진의 13일 경기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이전까지 17이닝 연속 무실점을 이어오면서 지역 언론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던 시점에서 애매모호한 경기가 나오면서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의 경쟁 상황에서 그렇게 크게 앞서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다시 연출됐다.

일단 류현진의 다음 등판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14일 마에다의 경기 결과도 지켜봐야 하고, 커쇼와 맥카시의 정확한 복귀 일정도 지켜봐야 한다. 다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의 구위를 믿고 5회에 중심 타선과의 승부를 맡겼다는 점에서 등판 기회는 계속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시 미궁속으로 빠진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의 상황을 계속해서 지켜보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메이저리그야구 LA다저스 류현진선발경기 다저스선발로테이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