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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발생한 백인 우월주의 시위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발생한 백인 우월주의 시위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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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대규모 폭력 시위가 벌어져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극우 성향의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모여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과 충돌해 수백여 명이 다치거나 체포되는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샬러츠빌의 남부연합 기념물 철거 계획에 반대하기 위해 이날 모인 6천여 명은 헬멧과 방패로 무장하고 '우파 결집(Unite the Right)'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누구도 우리를 대체할 수 없다", "다양성은 사기"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샬러츠빌이 경찰 1천여 명을 투입해 진압에 나서자 시위대는 무기를 휘두르고 화염병을 던지며 반발했고, 경찰은 즉각 불법 폭력시위로 규정하고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동원하며 부상자가 속출했다.

또한 소수 인종 인권 운동을 벌이는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등의 시민단체 회원들도 시위 현장에 나와 이들과 맞서는 등 사태가 확산되자 샬러츠빌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테리 맥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경찰의 효율적인 집회 해산을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라며 "폭력 사태가 더 악화될 경우 주 방위권 투입도 검토하겠다"라고 경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를 체포했으며,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옮겼다"라고 밝혔다. 샬러츠빌의 버지니아대학은 폭력사태를 우려해 수업을 비롯한 모든 학내 일정을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

최근 샬러츠빌 시 의회는 과거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미국 남북전쟁에서 남부연합군 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고, 또 다른 남부연합군 장군들의 이름을 따서 지은 공원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미국 민주주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의 옛 사저와 동상이 있는 샬러츠빌은 진보 성향이 강해 지난 대선에서 주민 대다수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가장 혐오스러운 시위" 비난 쏟아져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횃불 시위를 전하는 소셜미디어 갈무리.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횃불 시위를 전하는 소셜미디어 갈무리.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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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 의회 결정에 반발해 몇 달 전부터 미국 전역의 백인 극우단체들이 샬러츠빌에 모여 크고 작은 시위를 벌였고, 이날 본격적인 대규모 시위를 벌이면서 결국 유혈사태까지 확산됐다.

앞서 시위대는 횃불을 들고 제퍼슨 전 대통령 동상 앞에 모여 철거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제이슨 케슬러는 "우리는 백인 우월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이크 싱어 샬러츠빌 시장은 "이날 시위는 증오, 편협, 인종차별을 주장하는 비겁한 행진"이라며 "헌법에 따라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지만, 이 시위는 혐오스럽고 비난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인권법률단체 '남부빈곤법센터(SPLC)'은 성명을 통해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시위 중 가장 규모가 크고 혐오스러운 시위(hate-gathering)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서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폭력으로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단결해야 하며 모든 증오를 비난한다"라고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시위대 대다수가 트럼프 지지자라는 비판이 나오며 역풍을 맞고 있다.



태그:#미국, #백인우월주의, #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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