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격투기 단체 로드 FC의 41번째 넘버링 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한국 헤비급 파이터의 간판 명현만은 메인이벤트 무제한급 경기에서 미국의 크리스 바넷을 2라운드 1분43초 만에 KO로 제압했다. 하지만 2라운드 초반 명현만의 로블로(급소공격)가 나오며 경기가 5분 여간 중단됐고 명현만은 고통이 남은 바넷을 상대로 찜찜한 뒷맛을 남긴 승리를 챙겼다(명현만은 지난 6월 아오르꺼러와의 경기에서도 로블로로 경기가 허무하게 중단된 적이 있다).

이날 6경기의 메인 카드 중에는 총 4경기의 국제전이 벌어졌는데 명현만을 제외한 3명의 한국 파이터들은 모두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라이트급 100만불 토너먼트 리저브 매치에 출전한 기원빈은 브루노 미란다에게 1라운드 KO로 무너졌고 '부산 중전차' 최무배는 제이크 휸에게 판정으로 졌다. 그리고 큰 기대를 모았던 '여고생 파이터' 이예지는 일본의 마에사와 토모에게 판정으로 패하며 여성부 최초의 4연승 도전이 좌절됐다.

 마에사와전에서 많은 약점을 보였지만 이예지는 여전히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여성 파이터다.

마에사와전에서 많은 약점을 보였지만 이예지는 여전히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여성 파이터다. ⓒ 로드FC


2연패 후 3연승, 로드FC 여성부 간판으로 성장한 여고생 파이터

최홍만의 출전으로 화제가 됐던 2015년 7월 로드FC 24 일본 대회에서는 한국의 박지혜가 일본 여성 격투기의 아이콘 시나시 사토코를 상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지혜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대회 참가가 무산됐고 로드FC에서는 1999년생, 당시 고1 여학생을 대체 선수로 발표했다. 이예지가 프로 파이터로서 로드FC 데뷔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이예지는 종합격투기 18연승 기록을 보유한 일본의 격투 여제 시나시를 맞아 1라운드 4분53초 만에 KO로 패했다. 하지만 이예지는 시나시의 서브미션 시도를 여러 차례 방어해 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데뷔전에서 패한 이예지는 일본의 WSOF 대회에 출전해 와나타베 히사에게 패하며 2연패로 프로 파이터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5년10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이예지는 작년 3월 드디어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이예지는 작년 3월 원주에서 열린 로드FC 29대회에서 일본의 시모마키세 나츠키와의 46kg 계약체중 경기에서 1라운드 4분19초 만에 암바로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경기 직후 이예지는 패기 넘치고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과 귀여운 외모, 그리고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 덕분에 순식간에 격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예지는 4개월 후 중국에서 열린 로드FC 32 대회에서 일본의 신예 하나 다테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데뷔 첫 승을 거둘 때와 달리 격투팬들의 반응은 그리 우호적이지 못했다. 2라운드 10분 동안 이렇다 할 공방을 보여주지 못한 채 소극적인 경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이예지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기 내용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2연패 후 2연승을 기록한 이예지는 지난 3월 로드FC 최초로 여성 파이터들만 출전한 로드FC 37 XX대회에서 데뷔전 패배를 안긴 시나시와 재대결해 설욕에 성공했다. 특히 그 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그라운드에서 많은 발전을 보이며 미래를 더욱 기대케 했다. 시나시전 승리를 기점으로 이예지는 로드FC의 유망주를 넘어 아톰급 챔피언 함서희와 함께 로드FC 여성부를 대표하는 간판 파이터로 급부상했다.

마에사와에게 패하며 4연승 좌절, 경험 통해 성장하는 이예지

3연승 행진을 달린 이예지는 8월12일 로드FC 41대회에서 일본의 마에사와를 상대로 여성부 최초로 4연승에 도전했다. 마에사와는 2012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해 14전을 치른 중견 파이터로 종합격투기 랭킹 시스템 포털 '파이트 매트릭스'에서 아톰급 세계 8위에 올라 있다. 만만치 않은 경험을 가진 파이터지만 이예지의 발전 속도와 상승세라면 무난히 승리할 수 있을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역시 프로무대 14전의 전적은 그냥 만들어 진 것이 아니었다. 1라운드 중반까지 펀치 연타와 로우킥으로 경기를 주도하던 이예지는 1라운드 후반부터 시작된 마에사와의 그라운드 공격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결국 2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그라운드 싸움을 걸어온 마에사와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0-2 판정으로 패했다. 종합전적 3승3패가 된 이예지는 로드FC 여성부 최초의 4연승 도전 역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이예지는 마에사와전을 통해 많은 약점을 드러냈다. 마에사와가 타격을 거의 섞지 않고 노골적으로 그라운드 싸움을 걸어 왔음에도 속수무책으로 테이크다운을 허용했고 힘들게 포지션을 역전한 후에도 이렇다 할 반격을 하지 못했다. 그라운드 싸움에 자신이 없다면 방어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아직 그 부분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낸 것이다. 또한 1라운드에 크게 힘을 쏟아내지 않았음에도 2라운드 중반 이후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낸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많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예지의 행보는 대단히 반갑기 그지 없다. 이예지는 2015년7월 격투기 데뷔 후 25개월 동안 6번의 경기를 가졌다. 대략 4개월에 한 번 꼴로 케이지에 오른 셈이다. 물론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는 경기 출전 강행은 지양해야 겠지만 아직 만18세에 불과한, 젊다 못해 어린 파이터 이예지에게 풍부한 실전 경험은 그 어떤 훈련보다도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로드FC는 이예지가 등장하기 전, 송가연이라는 여성 파이터를 스타로 키우다가 실패로 돌아갔던 아픈 기억이 있다(결국 송가연은 1승1패의 전적만 남긴 채 2년 넘게 로드FC와 법정 싸움을 했다). 따라서 어렵게 발굴한 이예지만큼은 로드FC 여성부의 간판 스타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클 수 밖에 없다. 4연승 실패의 아픔을 겪은 이예지가 로드FC의 마스코트를 넘어 로드FC가 배출한 최고의 여성 파이터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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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이예지 여고생 파이터 마에사와 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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