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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배고프다.' 식욕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입니다. 지난 8월 11일부터 17일까지 6박 7일 동안 도쿄를 여행하며 보고 먹고 느낀 점을 연재합니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 상이 맛집을 찾아다닌 것처럼, '고독한 대식가'가 되어 먹고 싶은 음식을 즐기며 도쿄를 맛봤습니다. - 기자 말

성수기는 조금 지난 8월 11일. 막바지 휴가를 즐기기 위해 도쿄행 저가항공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항공사 발권창구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한국인 뿐 아니라 일본인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들도 8명 정도 눈에 띄었다. 도쿄행 제주항공 C1154 오후 2시 5분 비행기를 이용하려는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내 앞에 44명 정도 줄섰는데 그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이 8명이었고 일본인이 6명이었다.

특가라서 짐은 추가비용 4만 원을 내고 맡겼다. 싼게 비지떡이라더니 싼 이유가 있었다. 귀국할 때는 추가비용을 물지 않아도 된단다.

12시 47분께 1층에서 '와이파이 도시락'을 수령했다. 와이파이 도시락은 로밍없이도 외국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휴대용 와이파이다. 1층 세븐일레븐에서 물을 샀는데 30대 후반의 계산원은 "잘 다녀오라"며 여행객의 무운을 빌었다.

여행 초보는 출국마저 어려워

오후 1시 40분께 출국 수속을 밟으러 갔으나 기내 반입 금지 물품이 내 가방에 든 것을 공항 직원이 확인했다. 내 가방에는 헤어스프레이, 쉐이빙폼, 100ml 이상의 물, 맥가이버 칼, 커터칼이 있었다. 직원은 선택지 두 가지를 제시했다. 폐기하거나 항공사에서 추가 비용을 내고 수하물로 부치거나. 우체국에서 급히 짐을 부치고 다시 몸 수색을 받고 출국심사대에 섰다. 게이트10으로 곧장 뛰어갔는데, 제주항공 승무원이 "나리타 가는 비행기 타냐"며 "일행이 있냐"고 재촉하듯 말했다. 내가 마지막인줄 알았는데 세 명이 아직 안 왔단다. 게이트 10으로 가 지금 늦은거냐고 하니 직원은 "네, 15분 전 마감입니다"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는 엄청난 굉음을 내며 이륙했다. 2010년 울란바토르행 비행기를 탄 뒤 7년 만에 탄 비행기는 나에게 역시 고역이었다.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특유의 울렁거림을 오랜만에 느꼈다. 이륙 전 먹은 멀미약의 효능을 기대할 뿐이었다. 반면 내 옆에 나란히 앉은 20대 여성 둘은 창밖을 보며 연신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승무원석에 앉은 여승무원은 속이 울렁대 불편한 나와는 달리 자기 방에 앉은 마냥 편안해 보였다. 비행기 멀미를 하는 승무원이 있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항공사에서 나 같은 사람을 뽑을 리도 없겠지만.

비행기는 오후 3시 58분께 '쿵'하는 소리와 함께 착륙했다. '스이카'라 불리는 전철 교통카드를 사기 위해 매표소로 갔지만, 직원은 여기서는 살 수 없고 터미널 2로 가야한다고 알려줬다. 600여 미터를 걸어갔지만 스이카를 사려는 외국인 관광객 수십 명이 길게 줄 서 있었다. 빠르게 포기하고 우에노역으로 가는 게이세이 특급 전철 표를 끊었다. 17:05분께 게이세이 특급 전철을 탔다.

게이세이 특급 전철은 한국 지하철과 차이가 없다. 차이점이라면 승객과 전철 사이에 스크린 도어가 없다는 것이다.
 게이세이 특급 전철은 한국 지하철과 차이가 없다. 차이점이라면 승객과 전철 사이에 스크린 도어가 없다는 것이다.
ⓒ 임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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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세이'에서 본 한중일 문화

옆자리에 앉은 중국인 가족 가운데 어머니(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가 도쿄 지하철 노선도를 보여주며 중국어로 뭐라 하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나마 아는 중국어로 "뚜치뿌치"라며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주머니는 아랑곳 앉고 자기 할 말만 했다. 일본에 와서 한국인 관광객에게 중국어로 길을 묻다니. 공용어인 영어를 한 마디도 쓰지 않고 자기네 나라 말만 속사포로 쏘아 댔다. 이런 게 중화사상이라면 중화사상일 터다.

전철 안에서 폴더 폰을 쓰는 현지인이 눈에 띄었다. 일본 사람 중엔 아직 폴더를 쓰는 사람이 있다. 물론 스마트폰 기능을 탑재한 휴대폰이겠지만 한국과 다른 모습인건 분명하다. 한국과 차이 나는 건 외모다. 일본 사람은 '일본 사람처럼' 생겼다. 남자는 옷차림과 머리 모양새가 다르고, 여자는 화장법에서 한국인과 구분된다. 한류의 영향으로 수년 전부터 한국 여성의 화장법을 따라해 지금은 크게 다르진 않다.

게이세이 특급을 타고 시내로 가는 길에는 논이 있다. 군데군데 누렇게 익은 벼 이삭이 추수가 멀지 않음을 말해줬다. 밖에도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었는데, 입추가 지난 걸 느낄 수 있는 것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닛포리역과 더불어 도쿄 여행을 시작하는 곳. 친절하게 한글로도 이곳이 우에노역임을 알려준다.
 닛포리역과 더불어 도쿄 여행을 시작하는 곳. 친절하게 한글로도 이곳이 우에노역임을 알려준다.
ⓒ 임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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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25분께 닛뽀리역에서 대부분 내렸다. 나는 우에노역에서 하차했다. JR 우에노역에서 스이카를 사기위해 '클로즈업 도쿄'를 찾았는데 웬걸 책이 없다. 설마하고 5분여 간 찾고나서야, 나리타 공항 터미널 2에 있는 화장실 세면대 선반에 두고 온 걸 알았다. 찾으러 갈까했는데, 배가 몹시 고팠다. 닌교초에 있는 '텐푸라 나카야마'에서 검은 튀김덮밥인 '쿠로텐동'을 먹으며 고민하기로 했다.

'쿠로텐동'을 드디어 먹나 싶었지만

닌교초역으로 가기 위해 170엔 짜리 표를 끊어서 히비야 선 개찰구를 통과하는데 직원이 불러세워 이 표로는 여기를 이용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 탓에 다시 170엔을 주고 제대로 된 표를 샀다. 닌교초 역에서 내렸지만 몇 번 출구로 가야할지 몰라서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검은 바지정장을 입은 일본인 여성에게 길을 물었다. "와타시가 코레니 이끼마스케도, 난방 데구치…." 현지인은 구글 지도를 켜 길을 찾는 듯 하더니, 지하철 직원에게 길을 물어 A2로 나가면 된다고 알려줬다. "와까리마시따. 아리가또 고자이마시따." 정말 친절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일본어가 달리는 나로선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역 밖으로 나갔지만 '얏빠리(역시)' 모르겠다. 설상가상 부슬비마저 흩날린다. 일단 손에든 약도로 찾는데, 쉽지 않다. '분명 여기 같은데' 하는데도 나의 쿠로텐동은 보이지 않는다.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마저 없어 '여기가 도쿄맞나'싶을 정도였다. 큰 길로 나가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한 커플에게 길을 물었다. "스미마셍, 코레와 도코 데스까?" "쿄와 호리데이 데스." 이게 웬일. 오늘이 휴일이라 영업을 안 한단다. 알고보니 일본 정부가 지난해 8월 11일을 산의 날로 지정해 공휴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남자는 바로 앞에 있는 우동 가게를 가리키며 여기도 맛있다고 덧붙였다. 나는 알려줘서 고맙다며 그들을 보냈다. 꿉꿉한 날씨에 뜨거운 우동이 당기지 않아 역 근처의 체인점으로 보이는 밥집에 들어갔다. '규동 구루구루 세트' 오오모리(곱빼기)와 '나마 비루(생맥주)'로 첫날 저녁을 해결했다.

"여기가 '호텔'이라고?"

관에 누운 느낌마저 주는 캡슐. 호텔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누우면 벽에 발이 닿을 듯 하다.
 관에 누운 느낌마저 주는 캡슐. 호텔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누우면 벽에 발이 닿을 듯 하다.
ⓒ 임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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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가 있는 롯폰기까지 20여 분만에 도착했다. 밤이 더 화려한 도시답게 일본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은 '롯폰기의 불금'을 즐기고 있었다. 숙소는 롯폰기 역에서 3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도심 한복판에 온천을 갖춘 이 숙소는 캡슐호텔을 한국에서 온 여행객에게 제공했다. 캡슐호텔은 말 그대로 캡슐처럼 생긴 공간에 들어가 몸을 누이는 곳이다. 성인 남성 한 명이 들어가면 딱 맞는 공간이다. 한 평이 될까 싶은 이 작은 캡슐은 웃통을 벗어야 할 정도로 덥다. 철저하게 공용 공간인 캡슐 호텔에서는 금연은 물론이고 전화 통화를 하거나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도 없다. 싼 게 비지떡이라더니. 목욕탕 같은 온천에서 여독을 푼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덧붙이는 글 | '아, 배고프다.' 식욕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행복입니다. 임형준 기자는 8월 11일부터 17일까지 6박 7일 동안 도쿄를 여행하며 보고 먹고 느낀 점을 씁니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처럼 맛집을 찾아다닙니다. '고독한 대식가'가 되어 먹고 싶은 음식을 즐기며 도쿄를 맛봅니다.



태그:#도쿄, #게이세이, #스이카, #캡슐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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