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학교` 첫 회 방송 화면.  군대 내무반을 능가하는 핑크색 숙소와 통제 교관이 등장했다.

`아이돌학교` 첫 회 방송 화면. 군대 내무반을 능가하는 핑크색 숙소와 통제 교관이 등장했다. ⓒ CJ E&M


"춤과 노래 실력은 필요 없다. 얼굴이 예쁘고, 마음이 예쁘고, 열정과 끼가 예쁘면 누구나 환영한다" 

Mnet의 서바이벌 오디션프로 <아이돌학교> 측은 아이돌 전문 교육기관이라는 학교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아이돌학교>는 방송 포맷과의 괴리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학교의 이미지를 끌어왔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지적받았듯 <아이돌학교>는 제대로 된 학교가 아니다. 일본 서브컬처의 대표 코드인 짧은 세라 복을 참가자들에게 입히기 위한 구실일 뿐이다. 거기에 더해 하얀 파자마를 입혀 침상 형 내무반으로 몰아넣은 뒤 몸에 달라붙는 부르마를 입혀 단체구보를 시키는 모습을 보노라면, <아이돌학교>는 그라비아적 표현에 군사주의 망상까지 뒤섞인 종잡을 수 없는 페티시의 집합일 것이다.

<아이돌학교>의 출발점이 단순히 교복에 대한 페티시로만 이루어졌다는 혐의를 피하기 위해 프로그램은 학교를 연상시키는 몇 가지 코드로 이를 가리는 시도를 한다. 이를테면, 아이돌과 상관이 없는 이순재를 교장선생님으로 섭외하고, 김희철을 담임선생님으로 명명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게 전부다. <아이돌학교>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재능과 끼가 있는 학생들을 키워내려는 노력을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다만 학생들 사이에서 서열이 생길 때 즈음에야 심각함을 인지하는 정도에 그친다.

불공평한 경쟁

"어쨌든 너희 모두 똑같은 학생이다"라며 안무 교사인 스테파니와 박준희는 하위권 학생들을 지도하려는 상위권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말한다. 그런 훈계가 무색하게 <아이돌학교>는 기회의 불평등을 그대로 드러낸다. 꿈과 열정, 끼만 있으면 된다고 했지만 11주라는 기간은 학생들의 잠재력은커녕, 기초적인 능력도 키워줄 수는 없는 시간이다. 더군다나 입학고사라는 명분으로 1화부터 학생들의 춤과 노래 실력이 평가받고 순위가 매겨지는 시점에서 <아이돌 학교> 내부 경쟁은 결코 공평한 경쟁이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41명의 학생들에게 순위가 매 주 매겨진다. 개개인들의 잠재력이 어찌 됐든 상위권 참가자 9명은 인기투표를 통해 결정되고, 외면당하는 하위권 참가자들은 룰에 의해 자아비판을 강요당하며 학교에서 퇴출당한다. 즉, 서열은 애초에 어른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아이돌학교>의 어른들은 책임을 순전히 예쁘고 아름다운 소녀들 중에서 인성 문제가 있는 몇몇의 것으로 돌린다. 그 와중에 벌어지는 웃음과 슬픔, 갈등은 철저히 소녀의 아름다움이라는 관음으로 소비된다. <아이돌학교>는 아이돌에 대한 서사도, 학교에 대한 서사도 없다. 그저 <프로듀스101>이 추구하던 "건전한 야동"의 연장이자 아류이며, 변종일 뿐이다.

잃어버린 정체성

<아이돌학교>는 콘셉트와 본분 사이에서 정체성을 잃는다. 어린 여성에 대한 성적 욕망을 투영하는 데만 급급할 뿐, 그 여성들이 어떻게 성장을 이루어 내는지에 대한 서사는 설명하지 못한다. 그나마 41명의 어설픈 모습이 점차 일사불란한 군무를 이루는 부분은 나름대로 멋진 성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습이 (제작진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일본의 한 광고 영상을 표절했다는 강한 의혹을 받았다는 점을 기억하면 결국 <아이돌학교>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아이돌학교>는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외면당하고 있다. 닐슨 코리아에 의하면, 첫 화에 2.3%에 달하던 시청률이 4주 만에 0.8%까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여러 화제의 프로를 선보인 방송사 위상을 생각하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수치다.

이게 순전히 성적 대상화 등의 논란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재미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논란을 낳았던 <프로듀스101>이 시청률에 힘입어 시즌 2까지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아이돌학교>에 얽힌 논쟁은 (제작진 입장에선) 소수의 투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낮은 시청률이 <아이돌 학교>의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에서부터 <아는 형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능들은 어린 여성을 어떻게든 관음하려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제는 대놓고 '학교'라는 이름에 노골적으로 착취하려는 단계까지 왔다. 어떻게 망하든 간에 이런 프로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아이돌학교 그라비아 이순재 김희철 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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