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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나섰습니다. 근데 이 '불공정'이란 게 하루아침에 뚝딱 드러난 게 아닙니다. 고질적으로 축적된 불공정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지금까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어떤 부조리를 당해왔을까요. <오마이뉴스>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는 기획 '프랜차이즈의 눈물'을 통해 그 실태를 조명합니다. [편집자말]
[기사 수정 : 2018년 11월 15일 오후 2시 50분]

"오죽하면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고 했겠어요. 이건 가정파괴범입니다."

지난 8일에 만난 김미연(45, 여, 가명)씨는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에는 6년간의 회한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매달 대출 이자만 100만 원을 내는 빚더미에 올랐다. 돈만 잃은 게 아니다. 빨간 줄도 하나둘 늘어나 전과 4범 신세가 됐다. 김미연씨는 이 모든 것이 프랜차이즈 업체의 기형적인 행태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사건의 발단은 김씨가 2011년 발마사지에 중점을 둔 마사지숍 '더풋샵'을 개업하면서다. 점포수만 전국에 126곳(2016년 6월 본사 추산)에 이르는 유명 프랜차이즈다. 김씨는 서울에서도 요지로 손꼽히는 곳에 40평 규모로 둥지를 텄지만 웬일인지 영업이 잘 안 됐다. 손님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문을 연 지 2주도 안 돼 본사에서 보낸 마사지사 넷이 다 나갔어요. 손님 16명을 받을 수 있는 가게를 열어놨더니 정작 마사지 할 사람이 없는 거예요."

마사지 경험이 전혀 없던 김씨에게 당초 본사는 '마사지사가 마사지를 할 테니 가게 운영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단다. 그러나 본사가 보낸 마사지사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가게를 등졌다. 마사지사가 신생 가게보다는 단골손님이 많고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가게를 선호한 탓이다. 수익 배분 구조를 보면 그 이유가 명확해진다.

마사지사 빈자리에 적자는 누적되고...

가게를 바라보는 김미연(가명)씨.
 가게를 바라보는 김미연(가명)씨.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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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랜차이즈는 마사지를 할 때마다 생기는 매출의 절반가량을 마사지사가, 나머지 절반은 김씨가 명목상으로 가져가도록 했다. 김씨가 2011년과 2013년 재계약 당시 더풋샵 본사와 맺은 계약서에 따르면 가맹점주는 관리사에게 5:5 관리수익 이외의 수익도 보장해줘야 한다고 명시해뒀다.

그런데 마사지사는 본사가 알선해서 가맹점에 보내지긴 하지만 본사 소속이 아니라 여타 숍으로의 이동을 막을 수 없다. 본사가 내놓은 해결책은 "가맹점주가 마사지사 월급을 챙겨주라"였다고 한다.

"(본사 말로는) 나가는 마사지사를 붙잡으려면 250만 원 정도는 월급으로 줘야 한다는 거예요. 당시 마사지사 1인이 올리는 매출이 많아야 160만 원 남짓인데 매출 수익에다 그만한 월급을 또 주는 건 수지가 안 맞죠. 그런데 마사지숍은 많고 공급은 적으니 이렇게 안 하면 마사지사를 못 구하겠더라고요. 문을 연 지 1년이 다 됐지만 가게에 마사지사는 1명밖에 없었죠."

그러는 동안 가게 재정은 만신창이가 됐다. 매달 들어가는 임대료에 수도세 등 관리비까지 합하면 500만 원. 여기에다 마사지사에 배분되는 수익 등 각종 제반 비용을 고려할 때 가게가 적자를 면하려면 한 달에 2300만 원의 매출은 올려야 한다는 게 김씨의 계산이다.

이것도 김씨가 가져가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를 가정한 수치다. 기록된 장부에는 월 매출이 1900만~2000만 원을 오가는 실정이고, 지난해 월 평균 매출은 2200만 원에 불과했다. 한 해 평균 1200여만 원을 적자내는 셈이다.

가맹점 인테리어, 점주에겐 '하자 덩어리' 본사엔 '수익창구'

2011년 개업 당시 김씨가 본사와 맺은 공사 계약서.
 2011년 개업 당시 김씨가 본사와 맺은 공사 계약서.
ⓒ 김미연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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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난 6년간 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모아둔 적금은 물론 보험과 펀드까지 깼다. 그나마 버티는 건 김씨가 영어강사 일을 겸하고 남편의 월급까지 가게 적자를 메우는 데 보탰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출 비용을 제하고 가게를 운영해서 생긴 적자만 지금껏 1억 5000만 원이 넘는다"라면서 "이 질곡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 보인다"라고 탄식했다.

이런 상황에 더풋샵 본사는 '인테리어 공사'로 가맹점주를 또 한 번 울렸다. 김씨가 가게 문을 열면서 부담한 인테리어비는 7480만 원(부가세 10% 포함)이다. 개업 당시 가맹비와 보증금 등을 포함해서 총 1억1000만 원가량의 비용이 들어갔다는 걸 감안하면 이 중 인테리어비의 비중이 상당한 셈이다.

그러나 적잖은 비용이 들어간 인테리어는 '하자 덩어리'였다. 천장에 달린 50여 개 전등은 개업한 지 1년도 안 돼 떨어졌다. 이를 두고 더풋샵 본사는 "D지점의 경우, 천장 기초설비가 일반 매장과 달리 두껍게 돼 있어서 시공에 어려움이 있었다"라면서 "천장을 철거하고 시공하면 시공이 가능했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철거비용은 계약서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시공업체가 이런 문제를 점주에 전달했다고 했지만 양자간 협의 내용은 알 수 없다"라고 해명했다. 김씨는 전등 인테리어 수리를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

"본사에 A/S를 신청했어요. 대답을 질질 끌다가 1년이 지나서야 A/S 기간이 아니니 수리해줄 수 없다고 했어요. 결국 수리는 제 몫이었는데 전등이 한꺼번에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떨어질 때마다 10만 원씩 들여 수리사를 불러야 했으니 제가 사다리까지 사서 올라가 전등에 테이프를 붙였어요. 별 일을 다했죠."

인테리어 비용은 본사 수익의 창구가 됐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에 공개됐던 더풋샵의 2013년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로열티 매출은 7억 4000만 원인 데 비해, 가맹점 공사 수입은 15억 7000여만 원을 올렸다. 이 중 7억 원만 공사비로 들어가고 8억 원 넘는 돈이 본사 수중에 떨어졌다.

아래층으로 새는 물, 본사는 '탈법'까지

발을 담그는 통을 드러내자 안쪽 바닥은 물로 젖어있었다. 김씨는 "바닥에 방수가 안 돼 3층으로 물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발을 담그는 통을 드러내자 안쪽 바닥은 물로 젖어있었다. 김씨는 "바닥에 방수가 안 돼 3층으로 물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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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물난리도 김씨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가게 중앙에는 족욕 시설이 있다. 그 아래엔 물을 공급하는 수도관이 있지만 바닥이 방수 처리가 안 된 탓에 수도관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바닥을 타고 3층으로 떨어진다. 3층에 연기학원이 있었던 시절, 물이 떨어지는 지점에 피아노가 있어 김씨는 피아노를 옮기느라고 법석을 떨었단다.

이에 대해 더풋샵 본사는 지난 11일 "(방수 관련) A/S 접수를 받고 시공업체에서 매장을 방문했다"라고 밝혔지만 김씨는 "맹세코 한 번도 A/S가 온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게다가 본사는 탈법까지 일삼으며 시공했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제8조와 제9조)에 따르면, 1500만 원 이상을 공사하려면 실내건축업 면허가 있어야 하지만 본사는 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공사를 해왔다.

결국 지난해 4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본사와 이사 김아무개씨에게 각각 500만 원의 벌금을 내라는 판결을 내렸다.

범죄자 된 점주... 본사는 여전히 점주 모집중 "설명 후 희망자에 한해"

더풋샵 가게 내부.
 더풋샵 가게 내부.
ⓒ 고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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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주도 '빨간 줄'이 덩달아 늘었다. 김씨가 개업한 뒤 단속을 당한 횟수는 총 5번. 현행 의료법(제82조와 제88조)에 따르면 마사지 가게는 시각장애인만 낼 수 있지만 김씨는 시각장애인이 아니다. 단속의 우려가 상존할 수밖에 없다.

더풋샵 본사는 "형사처벌 위험성에 대해 가맹희망자들에게 고지하고 있다"라면서 "설명을 들은 가맹희망자가 법률상 위험을 감수하고 가맹계약 체결을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 가맹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지만 김씨는 "오픈하기 한 주 전에서야 본사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알려왔다"라면서 사전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씨가 낸 벌금은 누적을 거듭했다.

"오픈하기 한 주 전에서야 본사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알려왔어요. 되돌리기엔 늦었죠. 첫 재판은 3심까지 갔어요. 결국 2013년 1월 200만 원의 벌금을 냈습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내 자식, 남편이 이를 어찌 생각할까 생각하니 괴로워서 다음 재판부턴 바로 벌금을 냈어요. 매번 벌금 액수가 100만~200만 원을 왔다갔다 했어요. 아직 재판 하나를 남겨두고 있어요. 벌금에 못 이겨 가게를 닫은 한 점주는 본사에 소송을 계획하고 있어요."

김씨는 피해자의 속출을 막기 위해 2014년 더풋샵 가맹점주협의회를 조직하고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 공개 취소를 요청했다. 가맹점이 다섯 곳 이상인 프랜차이즈는 신규 가맹점을 모집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누리집에 가맹본부의 현황을 담은 정보공개서를 공개해야 한다. 그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주협의회의 손을 들어줘 가맹점 모집에 제동을 걸었지만, 더풋샵 본사는 소송을 걸었다.

대법원까지 간 법정 다툼에서 승소를 거둔 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닌 본사였다. '판결서 인터넷열람'을 통해 얻은 지난해 12월 선고 당시 고등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정보공개서 등록절차는 가맹사업의 의료법 위반 여부가 심사대상이 아니므로 안마사 자격요건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하지 않은 게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즉, 정보공개서를 등록하는 데 절차상 하자는 없기 때문에 이를 취소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취지였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원은 (본사의 행위를) 부정한 방법이 아니라고 본 것이고, 생각은 있지만 말은 자제하겠다"라며 재판 결과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본사의 가맹점주 모집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

결국 계약해지 통보해온 더풋샵... "로열티 구조 바뀌어야"

이 와중에 김씨는 가맹점주협의회를 꾸려오다 본사의 압박을 느껴왔다. 통상 재계약은 2년마다 이뤄지는데, 2015년 본사가 김씨에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지난해 겨울부터 적자가 심해지고 있단다. 다행히 본사의 해지 통보에 법원이 3심 모두 기각을 했지만 시곗바늘을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

"이 가게에 4억 원을 들였어요. 집 담보로 2억 5000만 원의 대출을 받은 것도 모자라 가족들로부터 8000만 원을 빌려 가게를 열었어요. 노후는커녕 애가 지금 중학교 2학년인데 교육은 어떻게 시킬지 막막해요."

김씨는 개업 이후로 본사에 로열티를 월 77만 원(정액제, 부가세 10% 포함)을 납부하고 있다. 정종열 가맹점주연석회의 가맹거래사는 지난 8일 "손익을 연동하여 가맹점 매출이 높으면 본사도 로열티를 비례해서 가져가는 상생 구조여야 하는데 프랜차이즈 상당수는 수익을 내는 데 인테리어비를 활용한다"라며 "결국 점주의 수입이 낮든 말든 본사는 별 신경을 안 쓰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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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천 매출 피자집, 남는 건 '월급 200만원'


태그:#프랜차이즈, #공정거래위원회, #로열티, #인테리어, #더풋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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