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청년사업의 중심 강동팟
성내동은 강동구에서 청년이 가장 많은 곳이다. 아니, 실제로 그곳에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거주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성내동은 강동구에서 청년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청년아지트 강동팟(이하 '강동팟')이 있다.
2012년 2030 세대의 인문학 공동체를 표방한 '청춘의 대나무 숲'에서부터 시작된 청년아지트 강동팟은 강동구의 청년 활동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닌다. 그곳은 청년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며, 청년들이 마을과 관계 맺는 통로이기도 하다. 청년들은 강동팟을 통해 소위 '마을살이'를 접하게 되며, 다른 삶의 방식에 눈을 뜨기도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동시에 모든 것을 하는 강동팟.
비록 행정은 아직까지 강동팟이 개인사업자인만큼 적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강동팟은 이미 지역사회에서 사회적경제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결국 사회적경제란 것이 관계로 이루어진 경제라고 할 때, 팟은 마을공동체와 비즈니스의 중간에서 청년문제를 가장 심도 있게 고민하고, 그들의 일자리를 궁리하며, 마을과 청년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스스로를 팟지기라고 칭하며 3년째 고군분투 중인 이진영 대표를 만나보았다.
강동팟의 정체- 강동팟은 뭐하는 곳이죠?"강동팟은 청년들의 마을살이를 지원하는 곳입니다. 마을살이라는 것은 관계의 일일 수도 있고 일이 될 수도 있죠.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마을에서 활동을 해나가고 돈도 벌고 사람도 만나고 생산도 하고 소비도 할 수 있게 생태계를 만들고, 이렇게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 강동팟이 지금 하는 활동이죠. 청년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곳이랄까?"
- 강동팟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2012년 지역 청년들과 함께 인문학협동조합을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모임 같은 거 할 때 옮겨 다녀야 하고, 지역에서 공간을 운영하는 선배들을 보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느낌도 있었고. 당시 마을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카페, 이런 것들이 붐이었는데 우리도 만들어볼까 했죠."
- 스터디 할 공간이 필요하면 찾아갈 곳이 많은데, 굳이 창업을 해야 했어요?"마을에 이런 공간을 꼭 만들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 어렵게 살다보니 공간에 대해 결핍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고, 공간이 있으며 일상이나 생각이 달라진다는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죠.
또 저는 중고등학교서부터 대학교까지 1시간 넘게 통학을 했었는데 그 때문에 동네친구들이 없었어요. 저녁에 집 근처에서 '쓰레빠' 찍찍 끌고 나와서 술 한 잔 할 친구가 없었죠. 그래서 마을에 공간을 만들어 관계망을 만들고 싶었어요. 소위 마을살이라고 하는. 결국 공간과 관계에 대한 나의 결핍과 욕구들, 그리고 조직 안에서 내가 경험했던 부당한 위계질서와 아쉬움. 이런 모든 것들이 합쳐져 제가 직접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공간 유지의 어려움- 어쨌든 공간을 만들고 유지하려면 운영을 해야 하는데 겁나지 않았나요? 어떻게 수익을 내려고 했던 거예요? 혹시 행정에서 지원하는 지원사업이 계기가 된 건 아닌지?"처음에는 잘 몰라서 겁나지 않았어요.(웃음) 개인적으로는 창업을 통해 독립할 생각이 있었고, 코워킹 스페이스로 수익구조를 만들 생각이었죠. 공간에 대한 지원사업에 기댈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제가 중간지원조직에 있었기 때문에 폐해를 너무 잘 알잖아요. 지원금에 기대서 창업을 하면 결국 끝이 좋지 않다는. 처음부터 무조건 자생이 목표였어요."
- 그래서 잘 운영되었던가요?"힘들었죠. 코워킹 스페이스가 생각만큼 잘 안 됐었거든요. 오히려 코워킹 때문에 지치게 됐죠. 그러면서 매장화를 고민하게 되었는데 그것도 힘들더라고요.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펍을 하려고 했는데 심리적으로 저항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공간을 유지한다는 건 사람들이 들고나는 일인데 술 마시는 사람들이 들고나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결국 접었죠. 또 때마침 매장화에 필요한 대출도 힘들고 해서."
- 코워킹 스페이스도 안 됐고, 매장도 안 됐어. 그럼 공간을 포기할만 한데요? 지금은 어떻게 운영해요?
"엄청 고민했죠. 머리 터지도록. 그런데 공간의 문제는 쉽게 포기할 수 없었어요.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내 마음이 좀 떴다고 해서 그만 할 수 없더라구요.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해요. 결국 마을에서 이것저것 하면서 버티는데 때마침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청년반장 하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어요. 그리고 시민협력플렛폼이라는 서울시 지원사업도. 그래서 지금은 그 사업들을 하면서 2~3년 뒤를 고민하고 있어요. 처음 우리 목표가 1년에 한 명씩 일자리를 만들자는 거였으니까."
- 후원금은 안 받았어요? 그렇게 힘들면 후원금을 받아도 될 것 같은데. 어쨌든 강동팟을 이용하는 청년들이 많잖아요?"저희가 2015년에는 거의 일주일에 한 두 번씩 행사를 하다 보니 강동팟과 관련된 사람들이 200명 가까이 됐었죠. 그중에서도 빨리 후원회원 구조를 만들라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런데 안 했어요. 후원 구조를 만드는 순간 그 구조에 종속될 것 같아서. 제가 알아서 책임진다고 생각했죠."
-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나요?"지금은 생각이 좀 변했어요. 작년과 올해를 지나면서 강동팟과 질적으로 결합도가 높은 인원들이 생긴 거죠. 내가 그동안 강동팟이라는 조직에서 사업을 키웠던 게 아니라 사람들을 키웠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지금은 이 사람들한테 공간 운영의 어려움도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이제 개인적인 부담을 내려놓고 같이 해보자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업의 형태로. 실제로 이들과 프로젝트를 하면 인건비와 공간 운영비 정도는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사업모델을 찾고 사업영역이 생기면 이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겠죠. 공동으로 책임지고 뭔가 할 수 있는. 마을과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하는 것이니 협동조합이 맞죠."
강동팟의 고민
- 어쨌든 현재 강동팟은 지원사업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거기에 대한 거부감은 없나요?
"거부감이라기보다는 두려움이 있죠. 불안감. 어쨌든 지원사업은 강동팟의 사업이 아니잖아요. 이러다 보면 강동팟에 대해 소홀해지고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있죠. 만약 강동팟이 지원사업을 받지 않았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수익모델을 만들었을 거예요. 실제로 2015년에는 용역사업 제안이 엄청 들어왔거든요. 주민 교육사업이라든지, 전통시장 교육사업이라든지. 1억 정도. 그런데 그때는 다 거부했어요. 아직 강동팟과 끈끈하게 결합된 친구들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프로젝트에 사람을 쓰기 보다는 조직이 사람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
- 그럼 앞으로 강동팟이 하려는 건 뭐죠?"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은 당연히 계속 하고 있고. 요즘은 청년반장 일을 하면서 특정한 청년들을 많이 접해요. 계속 구직활동을 하면서 심리 정서적으로 자존감이 매우 낮아진, 그렇게 고립되어 가는 친구들. 어깨가 축 처져있고 의욕이 전혀 보이지 않는 친구들이 터덜터덜 오는 걸 작년에 목격했는데 충격이었죠.
그래서 강동팟이 이런 청년들을 위해 스피커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청년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소홀히 하면 안 되겠다. 계속 그들을 호명해야죠. 불러내는 거죠. 우리는 너를 찾고 있어, 너는 혼자가 아니야, 이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죠. 왜냐면 강동팟은 마을 활동을 통해 사회적 권위를 획득하고 있으니까, 우리의 임무죠."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저는 곧 은퇴할 겁니다. 이미 청년의 나이도 얼마 안 남았고, 조직이 커지거나 한 사람한테 권력이 집중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2~3년 뒤에 누가 와도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법인화도 추진하고, 그 뒤에 오는 사람도 키워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죠. 그렇게 해서 강동팟이 모델화가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게 안 되면 해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발전적 해체. 앞으로 3년 남았습니다."
이진영 팟지기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