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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511번 버스에 '해피버스데이'가 장착된 모습.
 511번 버스에 '해피버스데이'가 장착된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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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만 하더라도 시내버스의 과포화 문제와 난폭 문제가 연일 신문을 장식했다. 기사의 처우가 좋지 않았던 데다가, 안내양의 업무가 토큰, 회수권 등의 도입으로 점점 줄어들면서 기사 혼자 요금수납, 정류소 안내 등의 업무를 맡아야 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측면도 있었다.

교통카드가 도입된 2000년대 들어 요금 수납 등의 업무가 덜해졌다. 하지만 버스 총량제, 도로 사정 악화, BIS(버스안내시스템)의 도입으로 인해 기사들은 제한된 운행 회차 안에서 더욱 긴박하게 배차 간격을 맞춰야 하는 상황을 겪게 됐다. 회사에서 버스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기사 입장에선 '진퇴양난'의 상황을 맞게된 셈이다.

또 '친절한 기사' 뒤에는 '진상 승객' 문제가 뒤따랐다. 언론에는 '버스기사를 폭행한 취객'의 기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니, 승객들에게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듣기는 커녕 진상승객이 나타나지만 않으면 다행인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 인천광역시가 눈에 띄는 사업을 시작했다. 인천시는 지난 7일부터 인천의 대표적 시내노선인 8번과 511번의 차량 두 대를 선택해 '해피버스데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버스 하차 벨이 울릴 때마다 기사들에게 비타민이 될 만한 격려 메시지가 재생된다. 지난 10일 직접 '해피버스데이'가 적용된 버스를 탑승해보았다.

유정복 시장부터 초등학생까지... 격려 메시지 재생되는 '해피BUS데이'

 '해피버스데이'가 운영되는 511번 버스의 모습.
 '해피버스데이'가 운영되는 511번 버스의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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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버스(BUS)데이는 인천 송도와 주안동, 만수동을 거쳐 부천 송내역까지 가는 8번 버스 두 대와 인천 주안역과 인하대를 잇는 511번 버스 두 대에 설치됐다. 두 버스 모두 첫차시간대부터 막차시간대까지 탑승객이 많은데다, 서서 가는 승객들 역시 적지 않아 기사의 애로사항이 큰 대표적인 버스노선이다.

주안역에서 511번 버스에 오르니 버스기사가 근무하는 격벽 위에 하얀 기기가 눈에 띄었다. 승객이 누를 수 있는 벨 아래에는 'HAPPY BUS DAY'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승객이 벨을 누르면 기기가 반응해 기사 방향으로 응원메시지가 재생되는 방식이다.

 승객이 벨을 누르자 '불'이 들어오는 '해피버스데이' 단말기의 모습
 승객이 벨을 누르자 '불'이 들어오는 '해피버스데이' 단말기의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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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이 벨을 누르면 잠시 후 해피버스데이 단말기에 푸른 불이 들어왔다. 이 단말기에서 기사에게 전달해주는 메시지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노인, 그리고 인천에 사는 외국인, 그리고 유정복 인천시장에 이르기까지 156명이 녹음한 156개 메시지다. '기사님 고맙습니다!'는 물론 '늘 기사님 덕분에 감사히 버스를 이용합니다~' 등의 메시지가 기사에게 전달된다.

인천광역시는 두 달간의 시범운행을 거쳐 시민들의 반응을 살핀 후 반응이 긍정적이면 다른 노선버스, 다른 차량에도 단말기 설치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쁜 일상 탓에, 또는 너무 익숙해져버린 탓에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기사'에게 인사하는 것을 잊고 살았던 사람들을 대신해주는 '착한 단말기'의 확대라서 반갑다.

'이 정도로 될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까

 '해피버스데이'가 적용된 8번 버스.
 '해피버스데이'가 적용된 8번 버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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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단말기에서 나오는 인사가 기사들의 난폭운전과 스트레스 해소에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기사들의 난폭운전과 극심한 피로의 가장 큰 이유는 빡빡하게 짜여진 운행 다이어그램 때문이다. 더욱이 교통정체, 차량 고장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있다고 해도 이들 다이어그램을 지켜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사의 업무과중으로 이어지고, 다시 사고로 이어진다. 지난 7월 일어난 오산-사당간 M버스의 6중 추돌 사고가 대표적인 예이다. 업무 강도가 극에 달한 기사들의 현재 상황에서 단순히 '기사님 수고하세요'란 메시지를 반복 해서 들려준다고 한들 과연 무엇이 달라질까? 버스기사들의 업무 강도가 낮아지지 않는다면, 해피버스데이 사업은 졸음을 깨는 용도 그 이상 이하도 되지 않을 것이다.

1977년, 카나리아 제도의 한 섬에서 비행기 두 대가 추돌하여 일어난 '테네리페 참사'의 원인도 항공기 기장의 업무 과중이 원인이었다. 운행 스케줄을 어기면 어떤 상황이라도 벌금을 내고 기장 면장을 떼어내야 하는 KLM의 그릇된 정책 때문에, 기장이 허가되지 않은 이륙을 시도했고, 결국 비행기 두 대가 충돌해 583명이라는 소중한 인명이 사라졌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경인일보는 사설을 통해 "이건 하나의 소프트한 장치일 뿐이다. 이런 아이디어가 하드웨어의 문제점을 덮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인천 버스 1대당 기사 숫자는 서울과 대구 등 다른 지역보다 낮다. 기사들의 월평균 근무시간도 전국 평균보다 훨씬 많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렇듯 해피버스데이의 도입 목적은 좋지만, '인사만'이 반복된다면 약이 오를 수밖에 없다. 기사들의 과중노동에는 어떤 해결방안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피버스데이', 장기적으로 사라져야 하는 이유

 '해피버스데이' 단말기의 모습.
 '해피버스데이' 단말기의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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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해피버스데이가 장기적으로 사라져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버스에 탑승하는 승객들, 이용하는 승객들이 '해피버스데이' 단말기가 필요없을 정도로 기사들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면 진짜 365일 '행복한 해피버스데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피버스데이가 도입된 이유는 승객들이 인사를 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사들의 과중한 업무를 풀어주는 데 격려가 최고라고 생각한 것일 테고, 사람들을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이 웃음 가득한 감사의 한 마디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해피버스데이의 도입이 완전히 이루어지기 전에 시민들의 인사가 먼저 정착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여하튼 해피버스데이는 운전기사들의 '비타민'이 되어줄 수 있기에 좋은 정책이다. 다만 앞서 경인일보의 사설에서 언급했듯 이 정책이 능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더욱 다양한 정책을 통해 기사들의 총 운행시간을 줄이고, 다이어그램을 완화시키는 등 인천이 '버스 천국'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같이 도입되어야 한다.


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교통 칼럼도 날리고, '능력자' 청소년들과 인터뷰도 하는,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 한 번 서고 싶어하는 대딩 시민기자이자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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