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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행 헌법의 한계가 개헌 동기는 민주적이었지만, 실제 개헌 내용에는 시민이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면 이번 개헌은 어떻게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시민 참여 개헌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에서 제작한 카드뉴스와 함께 연재한다. [편집자말]

2016·2017 촛불항쟁이 개헌을 필연적으로 요구하는지에 관해 이론(異論)이 있음을 안다. 그러나 보다 민주화된 사회를 바라는 것이 촛불의 정신이었다면, 민주적 요소가 부족한 헌법에 대한 개정의 필요성이 있는 상황에서, 현재 개헌론을 단지 정치권의 셈법이라고 하여 백안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촛불 이후 한국사회의 재구성과 개헌

더구나 사실 현행 헌법은 아무래도 30년이나 된 '헌'법이다 보니, 손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기도 하다. 다시 말해, 민주화가 요청되는 조항이 많다는 것이다.

우선, 멀게는 이승만 정권에서부터 유신 체제, 80년 신군부까지 독재정권하에서 마련된 독소조항들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예를 들어 헌법 제67조 제2항에서는 대통령 선거 시 동표일 경우에 국회에서 결선투표를 하도록 되어있는데, 이것은 제헌헌법 당시 대통령을 국회에서 선출되었던 간선제 규정을 개헌을 통해 직선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다소 형식적으로 들어간 조항이다.

또 헌법 제29조 제2항 국가공무원 이중배상 금지 규정의 경우, 박정희 군부통치 시대에 들어간 대표적 독소조항이다. 헌법 제90조에 있는 국가원로자문회의 설치 규정도 전두환이 꿈꾸던 이른바 '상왕정치'의 잔재에서 연유한 조항이며, 구성된 적도 없는 기구다. 이러한 잔재는 이번 기회에 일거에 폐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음은 헌법 개정이 30년이 지난 만큼, 새롭게 변화한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한 조항들에 관한 개정의 필요성이다. 예를 들어 헌법은 '민족문화'를 강조하는데(헌법 9조),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이행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이러한 용법은 대단히 부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 변화상에 따라서 해석에 의해서만 인정되던 기본권을 조문화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정보 기본권의 경우 1987년에는 제기되지 않았던 권리이다.

아울러 제도 설계 당시에는 충분히 숙고하지 못했으나, 30년간의 운영 결과 흠결이 발견된 조항들의 개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헌법재판소 제도는 1987년 헌법에서 갑자기 부활하였는데, 헌법재판관 임명권자의 문제와 재판관 임기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쟁점이 되어왔다. 때문에 일정한 조문 정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異論)이 없는 상황으로 안다.

헌법 개정의 총적 방향에 관하여

문제는 이번 헌법 개정에 관한 논의가 1987년의 '직선제 쟁취'와 같이 단일한 구호로 요약되기는 어렵다는 점에 있다. 정치·사상적 견해에 따라서 '어떤 헌법개정이 필요한가'에 대한 주안점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서 현재 가장 관용적이면서 손쉬운 표현은 '촛불정신을 반영한' 개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촛불정신을 반영한' 개헌안이란 무엇일까에 관한 논증과 해석의 싸움이 제기된다.

'촛불정신을 반영한' 개헌에 관한 가장 손쉬운 동의 지반은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이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은 가장 손쉽게 합의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원칙일 듯하다.

다음으로 논의가 필요한 점이 촛불정신을 반영한 개헌안이란 무엇인지의 문제다. 다소 투박하게 이야기해서 촛불정신을 반영하고, 시민참여형 개헌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과 맞닿아있는 개헌안이라면 결국은 '민'이 '주'인이 된다는 의미에서 '민-주'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개헌의 제1원칙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개헌은 현재의 헌법을 민의를 보다 잘 반영할 수 있고, 민주적 통제가 보다 더 확보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헌법으로 고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비록 지금의 헌법도 민주공화국을 선언하고 있지만, 현재보다 더 민주적인 방향으로 헌법 개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문제의식을 압축하자면 이번 개헌은 '헌법의 민주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다만 그 구체적인 개정방안과 관련해서는 항상 복수의 안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개방적 자세도 견지해야 할 것이다.

시민참여형 개헌이 가지는 의미 중 하나는, 개헌 의제의 쟁점에 있어 논의구도를 시민의 힘으로 선점하고 이끌어나가는 작업을 포함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조심스럽지만 다음과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기본권 중심 개헌이라는 접근의 탈피 

2017년 상반기에 국회의 개헌특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아울러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개헌특위는 2개의 소위원회와 6개 분과의 자문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현재까지 개헌특위의 합의안과 개헌특위 자문위원회의 안이 각기 존재하고 양 안의 의견이 합치되거나 조율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흥미로운 것은 개헌특위에서 합의된 내용 가운데 기본권 분야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개헌특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기본권 관련 사항만 60여 가지에 달한다. 반면 총 130조 중에서 국회와 정부, 즉 정부형태와 관련된 60개 조문에 대해서는 개헌특위 내에서 합의된 개정의견이 10여 개에 불과하다.

물론 정부형태에 대한 이견이 극심한 상황에서 이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그러나 흔히 개헌과 관련하여 기본권 중심의 개헌이 되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담론에 비추어보면, 이러한 과정은 다소 역설적이기도 하다.

물론 기본권 분야에서도 첨예한 논쟁이 될 지점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 현재 개헌특위 내부에서만 찬반이 확인된 기본권 관련 사항도 40가지 이상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에 개헌이 합의된다면 어떤 형태가 되었든 적어도 기본권 부분에서는 1987년 헌법에 비해서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다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런 면에서 '기본권 중심'이라는 레테르를 상투적으로 사회운동이 사용하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이다.

정부형태 논의의 불가피성

흔히 정부형태와 기본권 장외에 다른 영역들은 다소 부수적으로 취급되거나, 종별적으로 취급되어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영역으로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개헌의 모든 영역들은 상호연관성이 크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정부형태와 사법, 정부형태와 지방분권, 정부형태와 경제·재정도 모두 연결되어 있다.

사법부 영역에서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대표적이다. 현재 헌법상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3인, 국회 3인, 대법원장 3인이 임명하게끔 되어있다. 외관상 중립으로 보이는 행정·입법·사법부의 수장이 각기 임명하지만, 실제로는 여당 측 인사가 7.5인, 야당 측 인사가 1.5인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다양성이 반영되지 못하고, 헌법재판관을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이 많다. 이러한 제도에 대한 대안으로 국회에게 모두 선출권을 주자는 의견이 강력한데, 결국 이 문제는 정부형태 논의와 연관이 되는 사항이다.

지방분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학계 및 시민운동 일각에서는 강력한 지방분권국가를 위해서 양원제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유력한 견해가 존재한다. 이 역시 정부형태 문제와 강한 연동성을 갖는다.

경제·재정과 관련해 대표적으로 감사원의 조직분리를 주장하는 견해가 상당히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 쟁점 또한 국회와 대통령의 관계에 따른 입장에 비춘 접근이 필요하다.

이렇듯 개헌안에 관한 기본적인 입장을 수립하는데 있어 정부형태에 관한 논의가 필수적인데, 시민사회운동진영 내부에서 정부형태와 관련된 논의를 금기시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인지 의문이다.

개헌을 통한 정치개혁 - 선거제도 개혁 

정치제도 개혁은 개헌과 강한 연동성을 갖는다. 국회에서 개헌특위 활동 기간 연장을 합의하면서 별도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설치를 합의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비록 대통령 단임제·중임제·이원집정부제·의원내각제와 같은 정부형태와 관련하여, 시민사회의 공통된 의견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더라도 국회 구성에 있어서 비례성이 충분히 반영되는 것에 관해서는 개헌 논의와 동반하여 제기되고 주장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현재의 대통령 등의 권한에 대하여 분권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찬동하더라도, 민의가 반영되지 못하는 선거제도가 지속된다면 국회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으로 이해되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비례성을 반영하는 선거제도의 헌법규범화'와 관련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민참여형 개헌과 헌법발안

개헌운동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다만 촛불정신을 반영한 시민참여형 개헌, 그리고 '헌법의 민주화'를 상징할 수 있는 개헌안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직접민주제적 요소'의 확대는 결코 빠져서는 안 된다.

직접민주제와 관련한 가장 대표적인 제도는 국민소환, 국민발안, 국민투표부의권 등이 거론된다. 필자는 그 중에서도 특히 헌법개정절차에 국민발안의 도입(부활)이 시민참여형 개헌이라는 문제의식에 가장 부합하는 제도라고 생각하며, 이와 관련하여 다소간의 '특권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이와 관련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목소리가 부족하다.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있지만 대부분 단체 고유의 영역(여성, 노동, 인권, 환경, 지방분권 등)에 대해서는 헌법개정의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에, 개헌에 직접민주제적 요소를 반영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주되게 입장을 내는 단체가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여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연대하여 직접민주제의 요소가 반영될 수 있는 개헌이 되도록 목소리를 높일 필요도 있다고 판단한다.

외면하기보다는 개헌에 적극적인 개입을

개헌이라는 커다란 장이 누군가의 의지만으로 열릴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개헌론을 외면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개입과 실천을 위한 긴장감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개헌의 장은 단순히 개헌성사여부를 떠나서, 한국사회 이슈전반에 관하여 개헌 국면을 통해서 시민토론과 교육이 재활성화될 수 있는 '광장'으로 이해하고 사회운동이 적극 개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참여 개헌이 단순히 안을 성안하는 작업에 대한 시민의 참여로 이해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헌법 전반에 걸쳐있는 다양한 우리사회의 쟁점을 드러내고 시민들의 토론을 활성화하고 합의를 재구축하는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것만으로도 '운동'의 개입이 가질 수 있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다양한 정치 사상적 견해를 지닌 집단‧계층‧조직 등이 개헌이라는 정치적 광장에서 다양한 토론과 교육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다종다기한 장을 다시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헌정사가 시작된 이래 민의가 오롯이 반영된 개헌이 이뤄진 적이 없다. 어쩌면 이번 개헌도 아쉬움과 한계를 노정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걸음 더' 나갈 수 있는 개헌의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긴장감, 책임감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모쪼록 올곧은 개헌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길 소망한다.

시민참여 개헌 플랫폼 바로가기 (http://bit.ly/시민개헌)

덧붙이는 글 | 김준우 기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사무차장 입니다. 본 기사는 지난 7월 19일 개최된 '시민참여 개헌,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바꿈 홈페이지에 중복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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