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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넷 어느덧 벌써 30대 중반 나에겐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았던 30대 중반 미친 듯이 일만 하며 살아온 10년이 넘는 시간 남은 것 고작 500만 원 가치의 중고차 한 대, 사자마자 폭락 중인 주식계좌에 500 아니 휴짓조각 될지도 모르지 대박 or 쪽박

2년 전 남들따라 가입한 비과세 통장 하나 넘쳐나서 별 의미도 없다는 1순위 청약통장 복리 좋대서 주워듣고 복리적금통장 몇% 더 벌려고 다 넣어둬 CMA통장 손가락 빨고 한 달 냅둬도 고작 담배 한 갑 살까 말까 한 CMA통장 이자 외국에 이민 가서 살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놈 가끔 연락이 와 자기는 노가다 한대 노가다 해도 한국 대기업 댕기는 나보다 낫대 이런 우라질레이션 평생 일해도 못 사 내 집 한 채" - 자작곡 <응답하라! 30대여~> 노랫말 중에서

지역 본부는 지원, 영업, 기술 3가지 부서로 나눌 수 있다
▲ 조직 지역 본부는 지원, 영업, 기술 3가지 부서로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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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할 때부터 기술부서로 입사해서 줄곧 장비관리 업무만을 담당해왔다. 직무의 특성이 기술부서보다는 영업지원 부서에 맞았기에 기술부서 내에서 장비관리 업무 담당자들은 항상 찬밥 신세였다. 그 업무를 5년간 해오면서 남들의 시선과 상관없이 늘 새로운 방법으로 혁신을 만들고자 노력했고 나의 노력은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 입사했을 때 스타일이 맞지 않았던 선임 때문에 힘들었던 한달을 보내고 비슷한 업무를 담당하던 다른 선임 사원과 함께 일하게 됐다. 그 선임과는 업무 스타일이며 성격이 비슷해서 마음이 잘 맞았다. 그렇게 몇달의 함께 일하며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 범위를 합치고 협력업체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할 때 쯤 내부 인사발령으로 그 선임이 영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 회사의 고객들은 기업이 아닌 개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사가 아닌 지역 본부는 크게 영업과 기술 그리고 지원 3개 부서로 나뉜다. 영업팀은 회사의 매출을 담당하는 곳으로 가입자 확보를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기술부서는 회사의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 될 수 있는 유지보수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지원부서는 인사, 총무를 비롯한 각 부서가 잘 운영되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각 기업마다 특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우리 회사는 매출을 발생시키는 영업부서가 지역 본부에서는 제일 '힘 좋은' 부서로 손꼽힌다. 각 부서간에 업무 조율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거나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완력 다툼이 생겨도 힘 좋은 영업부서의 입김이 세다. 그리고 팀장급을 지나 더 위로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영업부서 출신이 아닌 경우 꼭 영업부서 경험을 거친 뒤에야 승진의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다.

평소 잘 지내며 좋아하던 선임이 영업부서로 옮기는 건 실력을 인정 받아서 자리를 옮기는 것이었다. 영업부서로 옮기면서 그 해에 승진을 하는 쾌거도 누리게 됐으니 분명 좋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함께 업무를 진행하던 나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업무를 하는데 있어 더 힘들어질 것이 분명했고 또 다른 누군가와 합을 맞출 생각을 하니 아쉬움이 더 크기만 했다.

5년 뒤, 나는 장비관리 업무에 있어서 전사적으로 손꼽히는 재원으로 평가됐다. 선임이 떠난 뒤에도 열심해 해왔다. 지역 본부 내에서도 본부장님의 신임을 얻으며 다른 사원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는 사원이 됐다. 하지만 한가지 업무를 오래 하다 보니 약간의 매너리즘에 빠져 일하는 게 조금씩 재미가 없기도 했다.

합이 잘 맞던 그 선임과는 함께 일한것이 몇달밖에 안되었는데도 워낙 마음이 잘 맞았기에 영업부서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자주 소통을 하며 지냈다. 사석에서도 자주 만나며 우정을 쌓아갔다. 그러던 어느날 메신저로 수다를 떨던 중 지역 본부에 있던 3개 영업팀 중 하나의 영업팀에서 그 선임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하는 자리가 곧 공석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평소에도 많이 공유하던 사이었기에 그 소식 역시 사람 한 명이 사직서를 냈다는 평범한 정보였다. 내가 일에 흥미가 떨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 그 선임은 곧 공석이 될 그 자리로 옮겨서 일해보는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지만 또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되면 더 많은 역량을 쌓을 수도 있고 새롭게 일에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겠냐며 괜찮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팀장의 반대로 부서 이동 '실패'... 그리고 1년 뒤

같은 회사 내에서도 부서간 인사이동은 각 부서간 철저한 이익 계산에 의해 이루어진다
▲ 계산 같은 회사 내에서도 부서간 인사이동은 각 부서간 철저한 이익 계산에 의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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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선임에게서 연락이 왔다. 얼마전 본부장님과 함께한 회식 자리에서 은근슬쩍 곧 공석이 될 그 자리에 나를 추천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평소에 본부장님도 나를 좋은 인재로 생각하고 계셨기에 그런 제안을 들었을 때 '괜찮은 카드'로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이내 부서장 회의에서 나의 인사이동 얘기가 거론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듯이 익숙한 업무, 그리고 이제 후임들도 있어서 나름 편하게 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자리로 옮기게 되면 다시 처음부터 고생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조금의 두려움도 있었다. 설레임과 두려임이 교차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또 소식이 들려왔다. 그 소식은 현재 소속되어 있는 우리 기술부서 팀장님의 반대로 자리를 옮길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부서간 인사이동은 마치 스포츠계의 '드래프트'와도 같다. 사람을 보내는 측과 받는 측에서는 그 사람의 이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이익과 손해에 대한 철저한 계산과 더불어 패 하나를 내줌으로 인해 내가 가지고 올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주 꼼꼼하게 따진다.

각 부서의 부서장들 역시 연말에 상사로부터 고과 평가를 받을 것이고 필요한 재원을 다른곳으로 보내면 그 업무에 문제가 생겨 부서 전체의 고과 평가가 결국 안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회사 전체의 이익'에 관한 싯점은 큰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결국 이번 드래프트의 결과는 나와 함께 일하던 동료중 부서 이동을 원하지 않던 동료 한명이 갑작스럽게 영업부서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뒤에 들은 후일담으로는 드래프트 협상 자리에서 우리 부서 팀장님이 절대 나는 보낼 수 없고 다른 후보들 2명중에 협의하여 최종적으로 공석된 영업부서 팀장님이 평소 익숙하게 지냈던 내 동료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직무를 해볼까 싶었던 생각으로 '꾸민' 작전에 애먼 동료만 갑작스레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그 동료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이 될 것이기에 후일담은 전하지 않았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한 명 빠지고 빈자리에는 계약직 신입사원이 채용됐다. 그리고 나는 1년간 그 후배에서 새롭게 업무를 가르치며 또 다른 재미를 찾아갔다. 후배를 육성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를 알게 됐다. 만약 그 전에 내가 부서를 옮겼다면 이런 재미를 찾지 못했을 것이고 이 후배와도 친해질 계기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1년 뒤 나는 결국 영업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조직 내에서 좀 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더 성장하길 바라셨던 본부장님의 의지가 반영됐다. 나는 나와 잘 지내던 선임의 자리로 가게 됐고 그 선임은 영업부서 관리 업무를 벗어나 영업사원으로 보직은 변경하게 됐다. 그렇게 우리는 5년만에 다시 한 부서에서 만나게 됐다.

덧붙이는 글 | 자작곡 '응답하라! 30대여~' 듣는 곳 http://music.naver.com/ML/daddytt



태그:#조직, #인사이동, #부서이동, #사내정치, #조직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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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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