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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노원구보건소에서 온 문자
 6월 30일 노원구보건소에서 온 문자
ⓒ 조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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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보건소로부터 날아온 한 통의 문자.

'귀하의 자녀가 머물렀던 서울 노원구 모네여성병원 신생아실에서 일하던 의료진이 최근 전염성 폐결핵으로 진단되었습니다...'

이 문자로 평범하던 가정의 평화는 깨졌습니다. 스미싱 문자인 줄 알고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갑자기 당황하며 상황실로 연결해 주더군요. 저는 이 병원에서 4월에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걱정, 근심, 검색. 798명의 부모가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검사를 받으러 간 노원보건소는 실로 엉망이었습니다. 마스크도 소독장비도 없이 아이들을 검사하고 수유실은 먼지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검사가 끝나고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그 이후 더 큰 걱정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모네여성병원 출신이라는 주홍글씨였습니다. 모네여성병원 출신 아이들과 접촉을 우려하는 지역사회의 카페글을 볼 때마다 부모들은 공분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잠복결핵이라고 안전하다고 몰려가 댓글을 달고 때론 감정적 대응을 하기도 했습니다. 산후조리를 해야 할 시기에 검사를 통해 불안함과 초조함을 느끼고 또 병원을 선택한 본인에게 잘못을 돌리다 보니 산후우울증을 호소하는 산모들도 생겨났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곳이 좋다고, 제가 선택한 병원에서 이런 일이 생기니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산후조리도 못하고 불안감에... 책임자는 어디 있나

모네여성병원결핵피해자모임 회원들이 7월 11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모네여성병원 앞에서 보건당국의 대책마련과 병원 측의 진정성 있는 대화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피해자 부모들이 호소문을 읽고 있다
 모네여성병원결핵피해자모임 회원들이 7월 11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모네여성병원 앞에서 보건당국의 대책마련과 병원 측의 진정성 있는 대화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피해자 부모들이 호소문을 읽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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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모든 일을 책임지는 당사자는 없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798명의 피해자를 갑자기 800명으로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누락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신생아실 옆에서 모유수유를 한 산모들은 검사 대상에서 빠져있었습니다.

계속된 요청 끝에 산모 검사를 시행할 수 있게 되었고 모네여성병원은 문자와 홈페이지에 사과글을 게시하였습니다. 하지만 3차에 걸친 사과문은 점점 사과의 내용은 사라지고 우리 병원은 안전하다는 홍보글이 되어갔습니다. 그 동안 많은 신생아 결핵사태가 있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돌아왔습니다.

신생아들이 결핵 약을 복용하면서 피부질환이 급증했습니다. 간수치 검사를 신생아들이 받아야 합니다. 이런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신생아들은 결핵 부작용이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임산부가 먹어도 안전한 약이라는 설명뿐입니다. 그 자료가 과연 정확한 것인지 신생아가 결핵약을 먹는 사례가 적어서 피해사례가 없는 것인지 알 수도 없고 그 의견을 믿을 수도 없습니다. 우리에겐 그저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기관입니다.

모네여성병원은 피해자 가족들을 피하고 이제는 변호사를 통해 이야기 하라는 답변뿐입니다. 과연 국가 관리 질병이기 때문에 모네여성병원의 책임이 없는지 의문입니다. 병원에서 간호사를 채용하고 그 채용한 간호사가 8개월 가까이 결핵에 감염된 상태로 근무했습니다. 결핵의 증상들이 발현되었지만 아픈 간호사를 8개월간 방치하고 근무를 시킨 관리책임, 8개월 동안 병원을 통해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잠복결핵약을 먹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책임이 병원에는 없을까요?

결핵사태를 대응하면서 피해자 부모의 마음은 타들어갑니다. 모네여성병원 신생아 결핵 신문기사에 '신생아들 모두 살처분하면 됨'이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피해자 가족은 분노하고 눈물을 흘렸으나 이 댓글에 대해 신고를 할 수 없다는 답변만 경찰서로부터 돌아왔습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비정상인 대한민국과 마주하게 됩니다.

피해자 부모들은 오늘도 여전히 싸우고 있습니다. 항상 요구 후에나 움직이는 질병관리본부. 법적책임이 없다고 무대응하는 모네여성병원. 이 가운데 피해자 부모의 마음은 타들어갑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 피해를 고스란히 당하고만 있어야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런 일이 과연 남의 일일까요?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누구도 결핵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끝없는 관심만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고 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입니다.


태그:#결핵, #신생아결핵, #모네여성병원, #질병관리본부,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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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에서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열심히 사는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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