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우리 당에 좀 전사가 너무 부족하다. 정말 24시간 감시를 당해도 싸울 수 있는 그런 전사가 필요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예비역 장성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전사론'을 다시 펼쳤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 정책에 대한 자문 및 대응방안을 얻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안보 정책만 아니라 전반적인 정부 정책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상황에 대한 비판까지 쏟아졌다.

홍 대표의 '전사론'은 이에 대한 화답이었다. 강효상 당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그는 "(정부의) 국정교과서 폐지와 사드 배치 방해 등을 보면서 정말 답답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도 마치 인민재판처럼 진행되고 있는데 자유한국당이 야성을 되찾아서 잘 싸워달라"는 한 장성의 주문에 이를 꺼냈다.

홍 대표는 특히 "우리 당은 '웰빙정당'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전사들도 부족하고 전사들을 보호해주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전사들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공천만 주면 쉽게 당선되는 지역 출신 의원들은 정말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임명직 비슷하게 뽑힌 의원들이 싸우지 않고 뒤로 물러나고 아군에 총질이나 하고 그래서야 되겠느냐"라며 "전투할 줄 아는 사람들을 모아야 우리 당이 살아남는다"라고 말했다.

"권력갈등 몰두하고 의리도 안 지키고"... 누구를 겨냥했나?

이는 최근 당에서 추진 중인 '인적쇄신'과 맞닿아 있는 발언으로 보인다.

앞서 홍 대표는 지난 6월 초·재선의원 초청 당대표 후보 간담회에서도 "야당이 됐으면 전 조직원이 전사가 되는 것"이라며 "혁신위를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하고 윤리위도 전원 외부인사로 해서 전국 지구당(지역 당원협의회)을 쇄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그의 '예고'는 구체화되고 있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지난 7월 31일 일반·책임 당원 확대를 목표로 전국 253개 당원협의회에 인원을 할당하고 2~3개월 뒤 당무감사를 실시해 '유령' 당협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홍 사무총장은 "(당무감사 후) 현역의원이라고 당협위원장 자리를 꼭 갖고 있으라는 법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철우 최고위원도 이날(9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당을 해체하는 수준까지 가고 재창당한다는 식으로 인적쇄신을 해야 한다"면서 당협위원장 '물갈이' 가능성을 시사했다. 각 지역의 당협위원장을 재공모할 때 문제가 있는 인사들은 배제하고 50대 이하 젊은 층과 여성을 적극 중용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홍 대표가 이날 오찬에서 당내 '친박(친박근혜)'과 탄핵 당시 당을 떠났다 대선을 거치며 돌아온 '복당파' 모두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드러낸 점도 주목된다.

강효상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홍 대표는 이날 "좌파들은 그동안 전교조를 통해서 대한민국 교육을 바꾸고 젊은 세대들의 생각을 많이 바꿨는데 우파 진영은 대비가 아주 부족했다"며 "우파 진영의 가치·이념을 세우기보다 권력갈등과 분열에 몰두해서 탄핵 사태가 왔고 오늘날 보수의 위기까지 온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탄핵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공천 받고 국회의원 한 사람들이 그렇게 의리를 저버리는 것도 용납될 수 없다고 본다. 나는 경남지사 때 친박으로부터 철저하게 당했지만 그렇다고 외부에 박 전 대통령을 비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친박이든 복당파든 모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또 이들 모두 인적쇄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지금 탄핵 프레임 못 벗어나고 있지만 연말이면..."

한편, 당에서는 이러한 인적쇄신 작업이 '친홍(친홍준표) 체제' 구축을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홍 대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자리에서도 "나는 나를 대신할 사람이 나타나면 자리를 내놓고 돌아갈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라며 "탄핵 사태로 위기에 처한 한국 보수우파들을 재건하고 복원하는 데 정말 성의와 열정을 다 바쳐서 매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울어진 언론 환경 탓에 우리가 아무리 메시지를 던져도 한계가 있다. 현 정부의 실정이 쌓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여(對與) 전쟁'에 나서야 하지 않겠나"라며 "지금은 정권이 출범한 지 3개월이고 탄핵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정부의) 잘못된 실험들이 쌓이면 연말께 우리 국민들이 판단하지 않겠냐고 본다"라고 밝혔다. 


태그:#홍준표, #자유한국당, #박근혜, #인적쇄신, #탄핵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