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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배'라 불리던 대형견이 창원유기동물보호소에 들어왔다가 지난 6일 오후 죽은 채 발견되었다.
 '덕배'라 불리던 대형견이 창원유기동물보호소에 들어왔다가 지난 6일 오후 죽은 채 발견되었다.
ⓒ 리트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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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러분들이 '아이'를 잠시 잃어버렸을 때... 임시보호 상태에서 덕배와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힘써야 하는 게 숙제인 것 같다."

창원유기동물보호소의 관리 잘못으로 8년 동안 지냈던 대형견이 죽게 되자, 그 주인(보호자)이 밝힌 말이다. '덕배'라 불리던 대형견을 잃은 주인 오아무개(창원)씨가 인터넷카페에 '덕배 사망사건에 대한 유가족 공식 입장'을 통해 그 내막을 밝히자, 회원들은 수십 개의 댓글을 달아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씨가 8년간 길러오던 대형견 2마리('덕배', '졸리')가 '가출'한 때는 지난 5일 밤 10시경. 개들은 열린 문 틈으로 집을 나갔고 부산에 볼일 보러 가 있었던 오씨는 두 '아이'의 가출 사실을 몰랐다. 오씨는 다음날 어머니로부터 연락을 받고서야 알았다.

오씨 어머니는 경찰서와 소방서 등에 연락하는 등 수소문 끝에 두 '아이'가 창원유기동물보호소에 입소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시각은 6일 오전 7시30분경. 오씨 어머니는 이날 아침 보호소 관계자로부터 "담당자가 없다. 와봤자 소용이 없고, 월요일(7일) 담당자가 있으니 그 때 절차를 밟고 아이를 보내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오씨 부부는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6일 오후 3시 50분경 센터로 찾아갔다. 그때도 오씨는 보호소 관계자로부터 "오늘은 담당자가 없어서 못 데려 가니 내일(월) 오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오씨는 "아이들 얼굴이라도 보고 가고 싶다"고 했고, 이에 다른 관계자가 보호소 시설을 개방해 주었다.

오씨가 보호소 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두 아이 모두 묶여 있었고 '졸리'는 그늘에, '덕배'는 햇빛이 내려쬐는 곳에 엎드려 있었다. 오씨 부인은 그 모습을 보고서 "덕배 죽은 거 아니야"라 했고, 오씨가 "덕배, 덕배"라 불렀지만 움직임이 없었다.

보호자가 처음 발견했을 때 '덕배'는 철장을 물은 채 죽어 있었다. 오씨는 "덕배는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그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짧은 줄에 묶인 채 어떻게든 탈출을 시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보호자들이 목격한 것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있던 물그릇과 밥그릇은 완전히 말라 있었다. 땀샘이 없어 무더위에 약한 개가 37도 이상의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가 죽은 것이다. 보호소에서 6일 오전 오씨 어머니가 연락했을 때 '덕배'를 찾아갈 수 있도록 했거나, 아니면 보호소에 있는 동안 물을 주는 등 관리를 제대로 했더라면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오씨는 "시간이 지나니 덕배 코에서 코피가 흐르기 시작했다"며 "부검을 포기하고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오씨 가족은 '덕배'를 김해 소유의 땅에 묻어주었다.

이에 대해 보호소측은 오씨에게 "덕배의 사고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향후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덕배의 명복을 빌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 위로했다.

창원시 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해당 보호소측은 관리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태그:#유기동물, #대형견, #창원유기동물보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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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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