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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운명이 요동치는 요즈음 한 치의 땅이라도 지키기 위해 애쓴 선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분들의 고귀한 희생정신과 나라사랑 정신을 본받으려는 모임이 있습니다. 해양영토는 육지의 5배나 됩니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 바다를 지키기 위해 애쓴 선열로는 남해의 이순신 장군과 동해의 이사부 장군을 들 수 있습니다. 기자는 국내 유일 범선인 코리아나 호를 타고 이사부기념사업회원들과 함께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기자 말 

새벽 4시 삼척 정라항 모습. 새벽 3시에 일어나 경매를 하고 열심히 살아가지만 힘들다고 한다
 새벽 4시 삼척 정라항 모습. 새벽 3시에 일어나 경매를 하고 열심히 살아가지만 힘들다고 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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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부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제10차 이사부 울릉도·독도 항로 탐사' 재현 행사가 지난 4일~7일 열렸다. 여수를 떠난 국내 유일 범선 코리아나 호는 3일 만에 삼척 정라항에 정박했다. 

그러나 선석이 적어 어민들의 요구에 따라 새벽 3시에도 공간을 찾아 이동해야 했다. 덕분에 어부들이 잡아 온 고기를 수협에서 판매하는 경매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경매를 위해 어판장에 진열된 고기 모습
 경매를 위해 어판장에 진열된 고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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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시장에 나온 살아있는 게 모습
 경매시장에 나온 살아있는 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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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잠든 새벽 3시, 트럭에 수산물을 실은 트럭들이 공동위판장으로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영업자들이 고기를 사러 위판장을 찾아오자 대구, 장치, 문어, 오징어, 쥐치, 장어, 아귀, 가자미, 골뱅이 등이 상자에 담겨 나열돼 경매가 시작됐다.

경매사가 호루라기를 불며 경매에 나온 고기상자를 가리키자 경매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이 캐스터네츠처럼 생긴 '표찰'을 왼손바닥에 놓고 분필로 숫자를 쓰고 있었다. 표찰을 잡은 손바닥을 몸에 바짝 붙여 숫자를 쓰니 본인 외에는 숫자를 알지 못한다.

자영업자들이 경매사에게 표찰을 건네준 후 숫자 확인을 마친 경매사가 나무로 된 표찰을 닫으면 '딱' 소리가 난다. 옆에서 경매에 참가한 분에게 "저걸 뭐라고 그래요"라고 묻자 대답이 돌아왔다.

경매에 나선 어민이 경매도구인 표찰을 보여줬다. 손바닥에 놓인 표찰 위에 원하는 숫자를 써서 제일 높은 가격을 쓴 사람에게 낙찰된다. 패인 홈에는 작은 분필이 들어가고 화장지로 숫자를 재빨리 지우고 다른 경매에 나선다.
 경매에 나선 어민이 경매도구인 표찰을 보여줬다. 손바닥에 놓인 표찰 위에 원하는 숫자를 써서 제일 높은 가격을 쓴 사람에게 낙찰된다. 패인 홈에는 작은 분필이 들어가고 화장지로 숫자를 재빨리 지우고 다른 경매에 나선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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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찰이라고도 하고, 일명 '딱' 소리가 난다고 해서 '딱딱이'라고도 해요. 희망하는 숫자를 써낸 사람 중 제일 높은 가격을 써낸 사람에게 낙찰됩니다."

골뱅이 상자가 진열된 곳으로 가자 경매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은 재빨리 표찰에 써진 숫자를 지우고 새로운 숫자를 써서 경매사에게 제시했다. 만족한 가격에 낙찰받은 고기를 끌고 가는 할머니 한 분은 다리를 절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깊게 팬 주름에서 모진 세월을 살아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낙찰받은 고기를 끌고 가는 아주머니 모습
 낙찰받은 고기를 끌고 가는 아주머니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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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려면 몇시에 나와요? 장사는 괜찮나요?"
"경매장까지 오려면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해요. 요즘 장사가 잘 안돼 힘들어요."


수협사무실이 있는 컨테이너 벽에는 '연구용 대문어 잡으면 포상'이라는 글귀와 사진이 붙어 있었다. 관계자에게 "이게 무슨 의미죠?"라고 물으니 답변이 돌아왔다.

문어 잡으면 포상... "씨가 말라간다"

연구를 위해 방류한 대문어를 잡아 당국에 제공하면 포상하겠다는 표지 모습
 연구를 위해 방류한 대문어를 잡아 당국에 제공하면 포상하겠다는 표지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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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마친 고기를 활어차에 싣고 있는 모습
 경매 마친 고기를 활어차에 싣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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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어는 귀하기 때문에 연구용으로 방류했는데 산 채로 잡아 당국에 제공하면 포상한다는 의미입니다. 요즈음에는 고기가 많이 잡히지 않아요. 옛날에는 발에 밟히는 게 명태였지만 요즘 거의 없어요. 살아있는 명태를 잡으면 한 마리당 50만 원씩 줍니다."

끝도 안 보이는 넒은 바다에 고기 씨가 말라 간다는 얘기에 수긍이 갔다. 골뱅이 경매장으로 갔다. 골뱅이도 종류가 여러 가지다. 소라골뱅이, 고추골뱅이, 참골뱅이. 어부가 소라골뱅이에 대해 설명해준다.

삼척 정라항에서 위판하는 수산물 중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골뱅이 모습. 색깔로 구분하는 데 오른쪽에서 왼쪽방향으로 소라골뱅이, 고추골뱅이, 참골뱅이 순이다.
 삼척 정라항에서 위판하는 수산물 중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골뱅이 모습. 색깔로 구분하는 데 오른쪽에서 왼쪽방향으로 소라골뱅이, 고추골뱅이, 참골뱅이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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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잡은 고기를 경매에 붙이기 위해 배에서 고기를 내리는 어민들
 방금 잡은 고기를 경매에 붙이기 위해 배에서 고기를 내리는 어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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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뱅이는 통발로 잡는데 색깔로 이름을 구분합니다. 이곳 공판장에서는 가장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양도 적고 다른 지역에서 나긴 해도 적게 나기 때문에 이곳 골뱅이는 비쌉니다. 소라골뱅이는 '기치'라고 하는 독소를 제거하지 않고 먹으면 머리가 어지럽고 빙빙 돕니다"

경매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자영업자 한 분을 만나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그분은 필자가 모르는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던 분이다.

"새벽 4시에 일찍 나와 열심히 살아도 먹고 살기 힘들어요. 사회구조가 그렇잖습니까? 장사도 잘 안되고요. 자영업자 같은 사회적 약자는 상당히 힘들어요. 현재 강자가 사회를 움직이고 있잖아요. 자본주의사회는 분배의 형평성이 필요합니다."

새벽 3시인데도 통발에 쌓인 해초들을 제거하기 위해 고압살수기로 물을 뿌리고 있는 모습. 인근 먼지까지 날려 뿌옇다.
 새벽 3시인데도 통발에 쌓인 해초들을 제거하기 위해 고압살수기로 물을 뿌리고 있는 모습. 인근 먼지까지 날려 뿌옇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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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많이 하셨네요. 힘내세요" 하고 돌아섰지만 개운하지가 않았다. 항구에 비친 불빛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지만 통발에 붙은 해초를 제거하기 위해 강력분무기에서 쏘는 물줄기가 항구에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자리를 떠나며 '열심히 살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오기를 빌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명태, #문어, #경매, #삼척, #수산물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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