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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일본 오사카 여행을 앞두고 오사카 현지 혐한시위와 한인 테러 등의 이슈를 접하며 2년 전 대만 여행을 앞두고 격해진 대만 내 혐한 분위기로 걱정을 하던 때가 떠올랐다. 걱정과는 달리 타이베이에는 많은 관광객이 지나다니고 있었지만 다들 친절했고 한국인에 대한 거부반응도 없었다. 다만, 한국인임을 밝히기 전에는 모두 일본사람으로 안다는 것. 물건을 살 때마다 벌떡 일어나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라)'를 외쳐대던 대만 상인들.

내가 묵었던 숙소는 타이베이 중심부에 있는 시먼딩 호텔이었다. 시먼딩은 우리나라의 명동처럼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 밤이면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각종 공연을 하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비보이 공연을 하는 날이면 작은 무대 주변으로 많은 사람이 장사진을 이룬다.

대만 타이베이 시먼딩에 있다.
▲ 시먼딩 호텔 대만 타이베이 시먼딩에 있다.
ⓒ 이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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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지리적 위치는 남방국가이기 때문에 덥고 습하다. 음식에는 남방 국가의 특징인 향신료가 강하게 들어있다.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어서 콜록대는데도 현지인들은 입맛을 다시며 잘도 먹는다. 숙소 주변은 번화가이며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로 먹거리가 많이 발달하어 있었다. 단, 특유의 향신료 냄새로 그 거리를 지날 때마다 두통이 가시지 않았지만.

형형색색의 음식들을 구경하는 것은 냄새의 고통보다 눈요기의 즐거움이 살아나는 시간이었다. 한국에서도 즐겨 먹는 메추리알을 꼬치에 끼워 구워 파는 아저씨가 보여 손가락 하나를 보여줬더니 무언가 소스를 발라주었다. 불길함은 늘 맞아 떨어지듯이 거리를 오갈 때 마다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던 그 특유의 향이 메추리알에 발라져 있었다. 그래도 메추리알은 먹을 만하더군.

부산을 '먹방'의 도시라 부르며 먹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있듯이 대만은 먹거리의 나라이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휘황찬란한 음식부터 남방 특유의 현지 음식까지. 그 찬란함을 몇 박만으로 모두 소화하기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닭고기꼬치인가 해서 다가갔더니 소고기를 꼬치에 끼워 구워 팔았다. 대만도 중국처럼 무언가 꼬치에 끼워 구워 먹는 요리가 많은 듯했다. 마치 양고기꼬치처럼. 소고기 꼬치구이는 특유의 소스 향도 없고 맛있게 구워진 고기 맛 그대로였다. 양도 푸짐하고 맛도 훌륭하다.

아무리 진수성찬을 대령해도 한국인은 해외에 며칠만 살아도 김치가 눈앞에 둥둥 떠다니나보다. 그 그리움이란 일단 먹어야만 사라지는 향수인 듯하다. 편의점에 가도 거리를 아무리 헤매도 김치를 찾지 못하던 차, 우리나라의 한식 뷔페처럼 여러 음식을 덜어 계산한 후 먹는 식당에서 김치 같은 모양의 음식을 발견했다. 그 반가움은 이산가족 찾기의 상봉보다도 더한 감동이었다.

김치와 함께 누룽지처럼 생긴 죽 한 사발 그리고 마치 우리나라의 오이소박이처럼 생겼는데 무언가 때깔은 조금 더 반지르르 한. 그렇게 세 가지를 주문 후 계산하고 자리를 잡았다. 먼저 누룽지 한 숟가락. 음. 보기에는 누룽지였는데 옥수수 맛이 나고 약간 달짝지근한 것이… 단맛의 죽을 먹고 나니 그야말로 김치가 당기지 아니한가. 더군다나 며칠 김치를 굶었더니 손가락이 바르르 떨리면서 젓가락 사이로 김치가 집혀졌다. 그리고 내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아… 이게 김치인가 배추초절임인가. 소금이 아닌 식초와 설탕에 절여 만든 김치였다. 아무튼 모양은 정통 그대로의 김치인데 맛은 초절임 김치.

김치 옆 오이소박이 모양의 오이를 먹어봤다. 김치보다는 식초 맛이 덜 나긴 했는데 아니 이게 웬걸. 오이소박이에 닭발인지 오리발인지가 들어있다. 헉.

굶주림 끝에 만난 운명적인 국수

명동이나 홍대 거리처럼 거리공연하는 곳이다. 춤과 노래 비보잉 공연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 시먼딩 젊음의 거리 명동이나 홍대 거리처럼 거리공연하는 곳이다. 춤과 노래 비보잉 공연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 이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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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많이 먹긴 했으나 어쩐지 굶주린 배를 쥐어 잡고 한식당을 찾아 헤매다 여행을 와서 그 지역 음식을 먹지 않고 한식을 먹는다는 것은 여행이 아니었다. 머리에서는 김치를 찾았지만, 발길은 또다시 대만 현지 식당으로 향했다.

며칠간의 대만식으로 이제 조금씩 대만인들의 식성에 맞춰가는 듯 어느 식당 앞 육수 향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갔다. 국수를 닭 육수 같은 것에 말아주고 있었다. 머리는 온통 삼계탕을 떠올리며 한 모금 먹은 순간. 대만에 와서 이렇게 눈이 번쩍 뜨인 음식은 처음이었다. 며칠을 굶은 사람처럼, 노숙인이 국수 한 그릇을 얻어먹는 것처럼 옆에 사람 보든 말든 헐레벌떡 후루룩후루룩 국수를 먹고는 국물까지 쭉 마셔버렸다.

그제야 식당 벽에 붙은 사진을 보니 조류종류의 음식인 것은 확실하다. 근데 닭인지 오리인지 꿩인지 알 수 없었다. 털이 벗겨진 나체 상태의 사진이라. 그 많은 한자 중에 새조 자만 눈에 들어올 뿐 어느 조류인지 알 길 없었다. 그냥 맛있게 먹고 말았다. 숙소로 돌아와 마지막 귀국하는 날 다시 가보려 했지만 끝내 다시 찾지 못했다. 한 여름 밤 우렁이 각시 같은 식당이 아니던가.

고급 식당을 가봐야겠단 생각으로 화려한 중국 장식이 드리워진 한 곳을 선택하여 들어갔다. 서빙하는 직원들도 말끔하게 잘 생겼고 테이블도 잘 세팅되어 있었다. 닭고기 바비큐와 우리나라로 치면 해물탕처럼 보이는 것 하나, 이렇게 두 개를 주문했다.

바비큐가 먼저 나왔다. 다리 하나를 뜯자마자 피가 줄줄 샜다. 음. 이것도 망했네. 바비큐에도 남방 특유의 향이 가득했다. 시간이 꽤 지나고 대만 해물탕이 나왔다. 그러나… 나오자마자 코를 찌르는 남방 특유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향. 먹는 것은 고사하고 앞에 앉아있는 것조차 괴로웠다. 마치 우리나라의 홍어 냄새에 외국인들이 기절할 정도로 질색하는 것처럼. 며칠간의 남방 특유의 향신료는 잊지 못할 괴로운 추억으로 남았다.

옆 테이블의 현지인 여학생들은 꽃게 넣고 조개 넣고 오징어 넣고 끓인 얼큰한 우리나라의 해물탕을 먹는 내 모습을 보듯 너무나 맛있게 후룩 쩝쩝 후루룩 쩝쩝. 그 모습을 보면 먹고 싶은데 막상 국물 한 수저 뜨고 먹어보려 하면 머리가 아파진다. 그렇게 고급 음식점 투어는 절망으로 끝이 났다. 분명 한국인 중에서도 그 맛을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겠지만.

또다시 먹긴 했으나 굶주린 배를 쥐고 거리로 나왔다. 비보잉 공연장 옆에 만두 구워 파는 아주머니가 보였다. 한국의 납작 만두처럼 생겼다. 손가락 4개를 펴 보였다. 종이컵에 만두 네 개를 담아 주시는데 향신료 냄새는 없었다. 그러나 만두는 속 재료의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닌가. 두려움 반 설렘 반 그렇게 배고픔을 안고 한입 문 순간, 만두는 대만이나 한국이나 같구나. 떨리는 손으로 만두 네 개를 10초도 안 되어 다 먹었나 보다. 또다시 만두 네 개. 먹고 나니 아쉬워서 또 네 개. 그렇게 열두 개. 대한 여행 중 조류 육수로 만든 이름 모를 국수와 함께 이 만두는 잊히지 않는다. 조류 국수가 현지음식으로 기억에 남는다면 이 만두는 가장 한국적인 맛이었다. 아니, 한국적이라기보다는 한국에서 많이 먹어 본 맛.

휴대폰 찾아주며 기뻐하던 대만 여학생

대만 예류 공원 내 여왕바위와 함께.
▲ 대만 예류 대만 예류 공원 내 여왕바위와 함께.
ⓒ 이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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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에서 택시를 타고 지우펀까지 갔다. 얼마 전 대만 택시기사가 한국여대생들에게 약을 탄 음료수를 먹이고 성폭행했다는 경악할 만한 뉴스를 접했지만 다행히도 내가 탄 대만택시기사는 친절하고도 안전한 분이었다. '센과 치히로의 여행'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지우펀은 밤에 가야 제맛이라는데 겁이 많은 나는 햇볕 쨍쨍 내리쬐는 낮에 가서 수많은 인파 속에 묻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그저 지우펀에 왔다 갔다는 그 하나를 위안 삼았다….

다시 시먼딩 숙소로 돌아왔다. 호텔식사는 그야말로 평범했다. 특유의 향신료도 없어서 무난한 식사로 기억된다. 특급호텔이 아니었기에 화려한 호텔 뷔페는 아니었지만 먹고도 배고픈 내 배를 위로해 줄 음식으로는 괜찮은 편이었다. 누구나 거부감 없는 샌드위치와 모닝빵, 흰 쌀죽과 소시지 구이 등.

대만 지하철을 타보겠다는 생각으로 시먼딩 역으로 향했다. 자연이 준 선물 예류를 관광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대만도 한자문화권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도 드문드문 알고 있는 한자로 지하철역을 알아내고 갈아타고 잘 내렸다. 신기하게도.

대만 지하철은 너무나도 조용하고 깨끗하다. 한국의 시끌벅적한 지하철과 비교하면 대만 지하철은 적막과 가깝다. 그리고 물병 하나 든 사람이 없다. 음식물을 들고 절대 탑승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지하철 상가에서 뭐든 다 먹고 타야 한다.

델리만쥬와 비슷한 점포가 있어 다 먹고 지하철을 탄 후 휴대폰으로 예류로 가는 길을 검색하려 했더니 휴대폰이 없는 것이 아닌가. 구만 리 떨어진 타지에서 휴대폰은 생명줄 같은 존재였는데….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언젠가 한국 식당에서 휴대폰을 두고 나왔다가 바로 들어갔음에도 사라진 기억이 떠올랐다. 이런 낭패가. 그래도 다시 가봐야 할 것 같아 지하철을 내려 델리만쥬 비슷한 가게로 향했다. 노래진 얼굴로 "모바일폰, 모바일폰"만 연거푸 말했던 듯.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앳된 학생이 환한 얼굴로 점포 안에 보관해 둔 휴대폰을 돌려줬다. 이렇게 고마울 때가. 다시 대만을 방문한다면 그 여학생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

그때는 찾았다는 안도감과 빨리 지하철을 타고 예류를 갔다 와야겠다는 생각에 "땡큐땡큐" 하고 돌아서 온 기억이다. 나보다 찾아 준 그 여학생이 더 기뻐하는 듯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다. 준법정신이 투철한 대만에서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은 죽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어쩐지 지하철에서 줄을 설 때도 비뚤비뚤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줄을 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선 안에 반듯하게 양쪽 두 줄로 서고, 내리는 사람은 가운데에 한 줄로 내린다. 혐한뉴스에 조금이나마 상처 입었던 대만에 대한 내 생각은 이로 인해 완전히 바뀌었다.

예류는 아름다웠다. 파도로 깎인 바위가 여러 모양으로 관광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 중 여왕 바위는 관광객들에게 인기 1위였다. 너도나도 여왕 바위와 사진 찍기를 원했는데 연인이 되어 찍기도 하고 가족이 되어 사진도 찍고 친구가 되어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나는 제2의 내 모습으로 사진에 남겼다. 여왕 병은 절대 아니다. 외로워 보이는 여왕 바위의 모습이 마치 나의 텅 빈 가슴과 같아서. 빨간 모자를 쓴 안내원들이 사진도 찍어준다. 목례를 했더니 안내원들은 관광하러 와줘서 고맙다는 듯 어김없이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내게 인사해줬다.

헬로키티부터 아리가또까지... 일본을 흠모하는 나라

대만 공항안에 헬로키티 전시장이 있다. 대만 에바항공 일부 기종은 외부와 내부 모두 헬로키티로 장식되어 있고, 기내식에도 헬로키티 그림이 그려진 식판에 나온다. 종이컵도 헬로키티다.
▲ 헬로키티 전시장 대만 공항안에 헬로키티 전시장이 있다. 대만 에바항공 일부 기종은 외부와 내부 모두 헬로키티로 장식되어 있고, 기내식에도 헬로키티 그림이 그려진 식판에 나온다. 종이컵도 헬로키티다.
ⓒ 이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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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일본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라이다. 여행을 떠날 때 타고 간 대만 민간항공기 에바항공 기내마저 일본 캐릭터인 헬로키티로 도배돼 있었다. 공항 한쪽에는 헬로키티 전시장이 있을 정도이다. 종이컵도 헬로키티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만 역시 일본의 침략으로 아픔을 겪은 나라라는 사실이다. 그곳이 어디였는지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관우 상이 있던 어느 곳이었던 듯. 일본침략으로 거리 곳곳이 일본식 주택이 늘어서 있고, 남겨진 전쟁물자가 기념관처럼 설치돼 있었다. 서대문 형무소처럼 항일운동 인사를 가두던 감옥 같은 곳도 있었다.

그런데도 대만은 일본을 흠모한다. 알 수 없는 나라다. 같은 입장에서 항일운동을 했던 대한민국은 혐한시위까지 할 정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땅을 짓밟고 선조들을 수없이 괴롭히고 악행을 저지른 일본은 좋아하는 나라. 중국 본토에서도 쫓겨나 작은 섬나라로 쫓겨 온 대만. 어디를 가나 일본 관광객으로 알아보는 대만인들. 90도로 고개 숙여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외치던 시먼딩 호텔 앞 기념품 노점상 아저씨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장제스 기념관 전경이다. 안에는 장세스 뿐 아니라 중국의 역사와 대만의 역사자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 장제스 기념관 장제스 기념관 전경이다. 안에는 장세스 뿐 아니라 중국의 역사와 대만의 역사자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 이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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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아침은 대만국립고궁박물관과 장제스 기념관을 가기로 했다. 그 나라에 왔으면 그 나라의 역사는 둘러보고 가야 할 것이 아닌가. 억지를 조금 보태 1년을 봐도 다 못 본다는 대만국립고궁박물관. 그저 차례차례 앞사람이 지나가는 대로 나도 따라 걸으며 훑어보는 정도에서 그쳤다. 중국의 오랜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지나가듯이.

우리나라가 이승만 대통령을 깎아내리는 것과 달리 장제스 기념관은 제대로 잘 운영되고 있었다. 대만 입장에서 보면 장제스야말로 다 이긴 싸움에서 국토의 90%를 잃고 섬나라로 쫓겨 온 무능한 지도자가 아니겠는가. 한편에선 내부분열로 어려운 와중에도 대만을 지켜냈다며 치켜세우기도 하지만. 그러나 중국 역사상 장제스의 뛰어난 업적은 간과해서는 안 되기에 기념관을 둘러보는 내내 근현대 중국의 흥망성쇠와 함께 한 장제스가 안타깝게 다가왔다.

용산사 내 중앙에 있다. 현지인들과 관관객들이 향을 피우는 곳이다.
▲ 용산사 용산사 내 중앙에 있다. 현지인들과 관관객들이 향을 피우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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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사 뒷골목에 있는 허름한 볶음밥집. 야채볶음밥, 해물볶음밥 등 다양하다. 볶음밥과 함께 나오는 맑은 국물이 시원하며 대만 음식 특유의 향도 없어 거부감이 적다.
▲ 용산사 뒷골목 이름 모를 볶음밥집. 소고기 볶음밥 용산사 뒷골목에 있는 허름한 볶음밥집. 야채볶음밥, 해물볶음밥 등 다양하다. 볶음밥과 함께 나오는 맑은 국물이 시원하며 대만 음식 특유의 향도 없어 거부감이 적다.
ⓒ 이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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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스 기념관에서 가깝게 둘러볼 곳을 검색하다 용산사로 향했다. 우리나라 강남의 봉은사처럼 시내 한복판에 있는 절이다. 말 그대로 용산사답게 입구에 용이 드리워져 있다.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향 3개씩을 준다. 관우 상에 하나, 중앙에 커다란 향로에 하나 이름 모를 대만 어느 조상에게 하나. 90년대 단교로 얼룩진 대만과 대한민국의 얄궂은 과거에서 벗어나 서로를 미워하지 않고 상생하는 관계가 되기를 빌며.

용산사 뒷골목으로 돌아가면 볶음밥을 파는 허름한 가게가 나온다. 소고기 볶음밥을 시켰더니 맑은 국물과 함께 주는데 밥에도 국물에도 여행 내내 괴롭혔던 그 향이 없었다. 어디에서 왔냐고 묻는 듯하기에 한국이라고 대답해줬더니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줬다. 조금 전 용산사에서 피운 향이 효과를 본 걸까.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만 듣다가 '안녕하세요'를 들으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방문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대만은 다시금 가보고 싶은 국가다. 대만에서 받은 인상이 머리에서만 떠돌던 편견보다 더 좋았기 때문일까. 다음에는 대한민국의 부산이라는 대만 가오슝을 방문해 보고 싶다.


태그:#대만 장제스기념관, #대만 타이베이, #대만 시먼딩, #대만 예류, #대만 용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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