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이발관 이석원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 ⓒ 달 출판사

 
[기사 수정: 2018년 9월 21일 오전 9시 40분]
 
'언니네 이발관' 보컬 이석원이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이석원은 7일 언니네 이발관 공식 홈페이지 일기란을 통해 "소식이 늦었다. 어려운 말씀을 드려야 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석원은 "아주 오랫동안 이 일을 그만두길 바라왔다. 하지만 어딘가에 내 음악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마음을 털어놓기 쉽지 않았다"고 고백하며 "그래서 이번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하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어 행복해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는데, 음악이 일이 되어버린 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상 벗어나고 싶었기에 음악을 할 때면 늘 자신과 팬들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는 말로 은퇴를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음악을 그만두고 더 이상 뮤지션으로 살아가지 않으려 한다"고 선언한 이석원은, "23년 동안 음악을 했던 기억이 모두 다 즐겁고 행복했다 말하지는 못해도 여러분에 대한 고마운 기억만은 잊지 않고 간직하겠다"며 지난 시간 그의 음악을 지지하고 사랑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훗날 언젠가 세월이 정말 오래 흘러 내가 더 이상 이 일을 고통으로 여기지 않고, 사람들과 스스로 죄를 짓는 기분으로 임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 다시 찾아뵙겠다"는 말로 영원한 이별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끝으로 "23년 동안 지지하고 응원해 주신 것,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만들어 주신 것, 모두 감사하다. 다들 건강하시라"고 인사했다.

 한편 언니네 이발관은 PC 통신 시절 하이텔 '메탈동(메탈음악 동호회)'에서 탄생한 모던록 밴드로, 대한민국에 모던록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보급한 밴드로 평가받고 있다.

1996년 정식 데뷔한 이들은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1996), 2집 <후일담>(1998)이 '대중음반 100대 명반'(경향신문, 2007), '1990년대 베스트 앨범 100'(한겨레, 2011)에 선정되고, 5집 <가장 보통의 존재>(2008)가 '2000년대 베스트 앨범 100'(한겨레, 2011) 2위로 꼽힐 만큼 대중과 평단의 고른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 5월, 언니네 이발관은 9년 만에 <홀로 있는 사람들>을 발표하며 '마지막 앨범'이라고 선언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석원의 '완전 은퇴'까지는 예상치 못해 많은 음악 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언니네 이발관 <홀로 있는 사람들>

언니네 이발관 <홀로 있는 사람들> ⓒ 블루보이

 
이석원 글 전문
2017년 8월 7일    

소식이 늦었습니다.
어려운 말씀을 드려야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서야 예전에 써 둔 편지를 올립니다.
모두 건강하십시오.

미안해요.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 일을 그만 두길 바라왔어요.
하지만 어딘가에 내 음악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마음을 털어놓긴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 한번만
이번 한장만 하다가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네요.

그간 실천하지 못한 계획들도 있고
마지막으로 무대에 서서 인사드리고 떠나면 좋겠지만
여기서 멈출 수밖에 없었어요.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음악이 일이 되어버린 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항상 벗어나고 싶어했기에
음악을 할때면
늘 나 자신과 팬들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었습니다.

더이상은 그런 기분으로 무대에 서고 싶지 않음을..
이렇게밖에 맺음을 할 수 없는
제 사정을..
이해해주면 좋겠습니다.

이제 저는 음악을 그만 두고
더이상 뮤지션으로 살아가지 않으려 합니다.

23년동안 음악을 했던 기억이
모두 다
즐겁고 행복했었다고는 말하지 못해도
여러분에 대한 고마운 기억만은
잊지 않고 간직하겠습니다.

훗날 언젠가
세월이 정말 오래 흘러서
내가 더이상 이 일이 고통으로 여겨지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또 나 자신에게 죄를 짓는 기분으로
임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 다시 찾아 봴게요.

감사합니다.
23년동안 지지하고 응원해 주신것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만들어 주신것
모두 감사합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2017년 8월 6일 저녁 이석원 올림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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