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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핵심은 ▲ 수도권 투기지역 지정 ▲ 다주택 보유자 증세 ▲ 부동산 대출 규제 등을 우선 꼽을 수 있겠다. 경기하락을 막기 위해 빚을 얻어 부동산을 사게 만든 과거 정권의 정책이 양극화의 가중과 서민 주거고통을 심화시켰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매우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이명박 정권 초기에 자기자본 증식의 속성을 지닌 자산에 과세를 해야 한다는 이준구 교수 등 경제학자들의 반대에도 무력화된 부동산 보유세를 재정비해 투기와 거품을 효율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다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이번 8.2 대책이 의도한 바대로 바람직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반면, 풍선효과로 시장에서 또 다른 거품이 형성되거나 상당한 조세저항이 수반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저절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시장의 자율기능이 작동되도록 해야 할까? 우선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정보 비대칭'은 정보경제학 용어로 당사자 쌍방이 보유한 정보에 차이가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거래가 이뤄질 때 양쪽이 보유한 정보의 차이로 인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왜곡된 정보로 인해 소비자가 역선택을 해 시장실패를 초래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많이 인용되는 사례는 조지 애컬로프(G. Akerlof)의 중고차 시장 사례다. 시장에서 중고차 판매자들은 상품에 관해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구매자는 정보가 부족해서 결국 가격이 저렴한 중고차를 구매하는 역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중고차 시장에서 좋은 상품은 사라지고, 성능이 떨어지는 저렴한 차량만 거래돼 종국에는 시장실패의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지난 7일 재건축이 예정된 서울 반포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 밀집지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지난 7일 재건축이 예정된 서울 반포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 밀집지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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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부동산 시장도 이와 매우 닮은 모습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정보의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계층은 중개업자다. 월등한 상품정보를 지닌 중개업자가 판매자와 구매자 양측에게 올바른 정보(가격)를 제공한 후 거래를 유도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중개업자는 자신의 수익을 어떻게든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거래를 유도하게 된다. 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를 성사시켜야 수수료 증가 및 동일 지역 내 고객 확보 등의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개업자의 수가 필요 수요보다 훨씬 많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서 볼 때 중개업자의 상품 확보는 생존경쟁의 차원에서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정보 비대칭에 의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중개업자와 판매자가 합의해 중개상품을 시세 대비 매우 높은 가격으로 거래를 성사시킨 후 차액을 서로 나누는 비정상적인 거래를 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가격이 매우 빠르게 시세로 굳어지게 되고, 악순환이 반복되면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의 요구가 배제된 투기판으로 전락하게 돼 시장실패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시장실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정보의 비대칭 해소'가 매우 중요하고 본다. 정보 비대칭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펜스(Michael A. Spence)의 신호(Signaling)이론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중고차 판매자들이 일정 기간 동안 무상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중고차 품질에 별다른 하자가 없음을 알리게 돼 저가 위주로 선택했던 소비자들의 중고차 시장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원리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우선 온라인 상에 주식 거래소와 유사한 공공의 부동산 거래소를 만들 필요가 있다. 부동산과 관련해 규격화된 상품정보와 가격을 고시하게 해 구매자에게 다각적인 상품정보를 제공하고, 미끼 상품(의사결정을 왜곡시키려는 고가상품, 구매자를 유혹하는 저가상품)의 고시나 사전에 고시하지 않은 상품의 거래를 불법거래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규제로 중개업자, 판매자, 구매자 모두의 정보 대칭성을 확보토록 해 투기화된 부동산 시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

또한 아파트 단지 등 지역 부동산 보유자들의 담합(주민회의를 통해 높은 가격으로 담합하거나, 저가판매 중개업자를 집단적으로 배제시키는 행위)과 분양시 '떳다방' 등 판매자의 분양경쟁을 조작하는 행위를 시장질서 파괴로 규정해 높은 수위의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규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개업자의 수익증대 유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그 대안으로 부동산 가격에 비례한 수수료제를 면적 등 다른 기준의 건당 수수료로 전환하고, 직전 유사거래 보다 높은 거래 발생 시 세무조사 등을 통해 중개업소의 부당이득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

이와 같은 조치는 부동산 정보 비대칭에 의한 시장실패를 줄일 수 있고, 아울러 국민들의 조세저항 문제를 해결하고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태그:#8.2 부동산대책, #부동산,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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