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본격적으로 '디펜딩 챔피언'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두산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원정 LG 트윈스전에서 장단 14안타를 퍼부으며 10-3으로 완승, 주말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최근 파죽의 7연승이자 8월 들어 무패행진이다. '잠실 라이벌' LG 상대 3연전 스윕은 2011년 10월 1∼3일 이후 2천134일 만이다. 두산은 지난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로 범위를 넓혀도 15승1무2패로 승률이 무려 .882에 이른다. 당연히 후반기 전체 승률 1위다. 팀 타율과 팀 평균자책점에서도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두산의 상승세와 더불어 선두권 판도도 요동치고 있다. 두산은 정확히 100경기를 소화한 현재 57승 2무 41패(승률 .582)로 2위 NC를 어느덧 1.5게임 차이까지 추격했다. 중위권인 4위 이하와는 5게임 차이 이상으로 벌어졌다. 비록 선두 기아와는 아직 7게임 차이로 격차가 있지만 더 이상 두산은 중위권으로는 분류하기 어렵게 됐다. 리그 판도가 3강(기아, NC. 두산) 4중 3약 체제로 개편되었다는 평가다.

압도적인 전력을 바탕으로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했던 두산이지만 올시즌 초반 행보는 기대에 못미쳤다. 올해도 순탄하게 독주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두산은 지난해 '판타스틱 4' 선발진을 구축했던 외국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이 어깨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비시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여했던 주축 타자들이 번갈아가며 잔부상과 슬럼프에 허덕이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6월에는 안방마님 양의지와 민병헌이 같은 날 나란히 사구로 손가락 골절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하는 악재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013년 대표이사가 심판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경기외적으로 구단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으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한동안 계속됐다. 결국 두산은 전반기를 42승 1무 39패 승률 0.519를 기록하며 5위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마감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전반기 부진에 대하여 주축 선수들의 몸상태가 좋지않았던데다 정상을 지켜야한다는 부담감이 생각보다 컸음을 고백한 바 있다. 하지만 김감독은 후반기에는 올라가는 사이클이 있을 것이라면서 부활을 자신했다. 전반기 막바지부터 부상 선수들이 하나둘씩 복귀하고 팀전력이 서서히 제 자리를 찾아가면서 두산은 최대 고비였던 올스타 휴식기 직전 12경기에서 6승 6패로 선방하며 일단 5강권을 사수해냈다. 자연스럽게 후반기 반등에 대한 희망도 되찾았다. 많은 경쟁팀들 역시 두산을 최대 경계 대상으로 지목했다.

두산은 기대대로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고공비행에 돌입했다. 보우덴의 복귀로 팀의 최대 강점이던 선발 로테이션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최근 김강률-김명신의 활약으로 김승회·김성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불펜도 안정을 되찾았다. 타선에서는 박건우와 오재일이 꾸준한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양의지와 민병헌도 부상을 털고 잇달아 복귀했다. 특히 김재환은 최근 KBO리그 역대 최다 타이인 11경기 연속 타점 행진을 이어가는 등 후반기 18경기에서 타율 0.414 7홈런 22타점 19득점으로 MVP급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두산은 8월 들어서만 6경기에서 팀타율이 .352에 이르며 10홈런 83안타를 뽑아냈다. 경기당 평균 득점이 무려 9점에 이른다. 이 기간 두 자릿수 이상 득점을 뽑아낸 것만 벌써 4경기다. 반면 평균자책점은 2.83에 불과하다. 최근 경기력만 놓고보면 리그를 호령하던 작년의 모습을 연상할 정도로 이상적인 투타밸런스를 보여주고 있다.

발동이 늦게 걸리긴 했지만 두산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된다면 후반기 선두권 판도가 아예 뒤집힐 가능성도 아직 배제할수 없다. 안정적인 독주체제가 예상되던 기아가 후반기 들어 다소 주춤하며 2위권과의 승차를 좀처럼 벌리지 못하고 있고, NC 역시 사령탑 김경문 감독의 건강 이상으로 인한 공백이 장기화되며 2위 수성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두산은 상대전적으로 기아와 5승 1무 5패로 대등하고, NC에는 6승 5패로 대등하다. 팀간 맞대결이 아직 5~6경기나 남아있는 만큼 승차를 만회할 기회는 남아있다. 설사 1위 탈환까지는 쉽지않다고 해도 후반기와 포스트시즌까지 기아와 NC를 압박하는 최대 변수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두산은 이번주 한화와 넥센을 잇달아 상대한다. 두산은 올시즌 넥센에 5승 7패로 열세이며 한화에게도 6승 5패로 간신히 박빙의 우위를 기록할만큼 두 팀을 상대로 크게 재미를 보지못했다. 하지만 두산이 시즌 초반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된 반면, 두 팀은 후반기 들어 오히려 주춤한 상황이다. 비로소 챔피언의 면모를 회복하기 시작한 두산의 약진으로 후반기 프로야구 선두싸움이 더욱 흥미진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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