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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시작된 체험전은 2010년 이후 전국의 동물원에 유행했다.
 2000년대 중반 시작된 체험전은 2010년 이후 전국의 동물원에 유행했다.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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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전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0년대 중반 즈음이었다. 그때 체험행사는 주로 동물원, 백화점, 지하철 역사 같은 곳에서 일회적으로 하는 행사였다. 행사를 주관하는 업체는 주로 평소에 보지 못하는 파충류를 전시하고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한 백화점에서는 개장 이후 선착순으로 아이들에게 햄스터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후 체험행사는 모든 동물대상으로 확대되었다. 햄스터, 기니피그, 토끼, 뱀 등 파충류 만지기부터 염소, 사슴, 토끼 등에게 먹이주기까지 종류가 다양해지기 시작했고 일시적 행사에서 상시적 행사로 바뀌었다. 2010년 이후에는 거의 동물원마다 유행하기 시작했다. 어느 동물원에 가도 먹이주기 행사를 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동물원은 20세기 중반 이후 환경운동진영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자연을 가두고 학대한다는 혐의였다. 동물원 측은 동물원이 종 보전 기관이며 종 보전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교육기관이라고 대응했다. 종 보전과 교육, 동물원이 가진 순기능이었다.

그런데 종보전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반면, 교육기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기준이 구체적이거나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동물원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어야 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동물에게 끌린다. 전 세계 유명 동화는 동물을 의인화한 것이 많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동물을 멀리서 보는 것보다 가까이에서 보는 것, 가까이에서 보는 것보다 접촉하는 것을 좋아한다. 평상시에 만날 수 없는 동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곳이라면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가는 이유다.

체험행사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적절하게 자극하는 동시에 동물원의 입장에서도 비용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다. 원숭이 한 마리, 기린 한 마리를 들여오는 것보다 염소 한 마리 들여오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게다가 야생동물은 관리도 어려우며 환경이 좋지 않으면 번식도 잘 못한다. 그러나 염소, 양, 토끼, 햄스터, 기니피그는 가격도 싸고 번식도 잘한다. 아이들이 가까이 다가서도 위험하지 않다. 동물원마다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체험행사에 주력하게 된 이유다.

동물들 굶기며 체험전시하는 사람들

전시관에 구멍을 뚫어 그 안으로 먹이를 주도록 하는 체험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위험할뿐 아니라 정체불명의 먹이도 있다는 점이다.
 전시관에 구멍을 뚫어 그 안으로 먹이를 주도록 하는 체험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위험할뿐 아니라 정체불명의 먹이도 있다는 점이다.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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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행사는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첫째 먹이주기, 둘째 만지기다. 먹이주기는 일정 시간을 정해 그 시간 안에만 주거나 자유롭게 급여를 하는 방식이 있다. 최근에는 후자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인데, 대부분 동물원에서 먹이를 팔고 그 먹이를 주도록 하는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먹이는 주로 사과, 당근이고 간혹 과자도 있다.

이런 음식들은 소량을 먹는다고 동물들에게 큰 무리가 가는 것은 물론 아니다. 문제는 온종일 이런 음식만 받아먹게 되었을 때이다. 동물이 먹는 음식은 종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 동물종이 자연생태계에서 먹는 음식을 급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관람객들이 주는 먹이를 온종일 받아먹다 보면 나중에는 배가 불러 일일 권장영양분을 모두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동물들에게 먹이와 물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다. 그런데 관람객들이 먹이를 맛있게 받아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체험동물들의 역할이기 때문에 일부 업자들은 맛있게 받아먹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먹이를 제한하기도 한다는 것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동물을 돌보는 사육사들은 장시간 동물들과 함께 있다 보면 어떤 요소가 동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지 잘 알게 된다. 상당수의 사육사들이 체험행사를 불편하게 생각해도 동물원이 행사를 포기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관람객들의 요구다. '왜 동물을 만지는 행사 안 하냐'는 것이다. 먹이주기 체험행사를 하면 궁극적으로 관람객들이 동물에게 먹이를 함부로 주는 행위를 막을 수 없다. 시민들의 무분별한 행동을 감시하고 제한할 직원의 수가 사실상 부족하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이 던지는 음식물 때문에 봄·가을 소풍 시즌이 지나면 폐사하는 동물들이 늘어난다. 외상이 생기면 치료해야 하지만 장기에 이상이 있는 임상증상(설사, 복통, 구토 등)이 나타나면 치료하지 못한다는 것 또한 동물원이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치료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비싼 동물이라면 치료에 성의를 다하지만 싼 동물이라면 그렇지 않다. 한 체험농장 업주가 "아픈 염소를 왜 치료해주지 않냐"는 직원의 항의에 "염소는 새끼를 잘 낳으니 괜찮다"고 말했다는 일화는 그리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모든 동물원에 상근 수의사를 두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 상당수의 동물원에 수의사가 없다.

최근에는 전시관에 구멍을 뚫어 그 안으로 먹이를 넣어 줄 수 있는 동물원이 유행하고 있다. 어른들의 손가락은 잘 들어가지 않지만 아이들의 작은 손가락은 충분히 들어간다.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실제로 사고가 난 사례도 있다. 

체험전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위험하다

만지기 체험의 극단적 사례. 털이 심각하게 빠진 병아리.
 만지기 체험의 극단적 사례. 털이 심각하게 빠진 병아리.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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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사가 전시관에서 스컹크를 꺼내 관람객들에게 만지게 하고 있다. 휴일에는 많은 관람객이 몰리게 되며 참여하는 연령에도 제한이 없다.
 사육사가 전시관에서 스컹크를 꺼내 관람객들에게 만지게 하고 있다. 휴일에는 많은 관람객이 몰리게 되며 참여하는 연령에도 제한이 없다.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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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기 체험은 사육사가 동물을 전시관에서 꺼내 관람객들이 만지도록 하거나 자유롭게 관람객들이 만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자의 경우 뱀과 도마뱀 등 파충류, 페럿, 스컹크, 사막여우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후자의 경우 햄스터 같은 작은 동물들 위주다.

만지기 체험의 경우 한꺼번에 관람객이 몰리는 휴일이나 방학 때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이 문제다. 제한한다고 하지만 결국 관람객을 막지 못한다. 자신의 종과 다른 종 수십 명이 자신을 만지도록 한다는 것은 동물에게 큰 스트레스다. 야생동물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다른 종의 시선이다. 하물며 만지기는 더할 수밖에 없다.

만지기 체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질병 전파다.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만지는 행사를 일명 페팅 주(PETTING ZOO)라고 한다.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 및 영국 아일랜드동물원수족관협회 등 서구의 권위 있는 협회에서는 자체적으로 동물복지 기준을 만들어 협회 회원사들에게 이를 지키도록 하고 있는데, 페팅 주 지침 역시 있다. 영국아일랜드동물원수족관협회의 기준에 따르면, 페팅 주는 관람객들이 질병위험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험을 알리는 정보를 게재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모든 체험시설에는 손을 씻는 시설을 마련하고 음식을 먹기 전과 후에 동물을 만졌다면 모두 손을 씻도록 하고 있다.

2002년 펜실베이니아 주에서는 페팅 주에 손을 씻는 기구를 설치하고 동물에게서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질병 75가지가 있음을 게시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는 2002년 페팅주를 방문한 어린이들이 E-coli에 감염된 사례가 발생하면서 마련되었다. 손만 씼는다고 예방되는 것도 아니다. 2007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미국공중위생수의사협회의 지침에 따라 손 씻는 시설을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E-coli에 감염된 사례들을 밝혀낸 바 있다. 아무리 관리를 해도 감염될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파충류에게 살모넬라는 상재균이다. 아이들에게는 더욱 위험하다.
 파충류에게 살모넬라는 상재균이다. 아이들에게는 더욱 위험하다.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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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페리독 만지기 체험
 프페리독 만지기 체험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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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파충류의 경우 살모넬라는 상재균이다. 문제는 진단 결과 음성으로 나온다 해도 실제로는 양성인 사례도 많고 감염 후 항생제로 치료해도 내성이 생겨 만성적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지침에 따르면,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염되는 질병으로 클라미디아, 크립토스포리디오시스증, 낭포, 랩토스피라병, 앵무병, 백선, 살모넬라, 파상풍, 톡소플라즈마증, 톡소카라증을 제시하고 있다.  페팅주를 통해 질병에 걸린 사례는 무수히 많다. 몇 가지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2004년 미국 노스캘리포니아 박람회에서 2개의 페팅 주가 운영되었는데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 중 108명이 설사 증상을 일으켰다. 검사 결과 반 정도가 E-coli에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었고, 3명이 급성 신장손상, 혼수상태 등의 증상을 보이는 용혈성요독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에 감염되었음이 드러났다. 방문객들은 주로 양과 염소를 만지면서 감염되었는데, 문제는 직접 동물을 만지지 않더라도 여전히 감염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양과 염소 주변에 오염된 물건을 만지거나 분변을 밟았을 가능성, 넘어져 땅바닥에 손이 닿았을 가능성 등 오염의 근원은 다양할 수 있다.

○ 원숭이두창(monkeypox)은 프레리도그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될 수 있다. 2004년 미국 위스콘신에서 3명의 사람들이 봉와직염(cellulitis, 피부가 붓고 열이 남) 증상을 보였는데, 조사결과 이들은 프레리도그에게 물린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결과 이들은 진성두창바이러tm(orthopox virus, 폭스바이러스 과에 속하는 포유동물에 발진을 동반하여 전신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쿠아리움에서 맹수를? 법적 제한 필요하다

아쿠아리움 한 층을 빌려 전시하고 있는 동물들. 넓고 풍부한 환경이 필요한 동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실내전시관밖에는 주어지지 않고 있다.
 아쿠아리움 한 층을 빌려 전시하고 있는 동물들. 넓고 풍부한 환경이 필요한 동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실내전시관밖에는 주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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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에게 먹이주기를 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가? 이는 야생동물을 애완동물처럼 인식하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교육적이다.
 맹수에게 먹이주기를 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가? 이는 야생동물을 애완동물처럼 인식하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교육적이다.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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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 동물원의 복지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체험전의 존재여부이다.

덩치가 크고 넓은 행동반경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의 기후와 전혀 다른 곳에서 살던 동물일수록 동물원이 더 이상 보유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돌고래, 북극곰, 코끼리가 그렇다. 멸종위기종이기에 수입도 어렵지만 동물원이 보유하기 부담스러운 동물이 된 것이다. 생물이 진화하듯이 동물원 역시 진화한다. 업계의 이익과 법률의 변화, 시민의식의 성장이 그 변수가 될 것이다.

최근 아쿠아리움에 체험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다. 동물원과 수족관의 결합이라는 내용으로 등장했는데, 문제는 실내전시관 위주로 건설된 수족관에서 대형 포유동물을 보유하자니 실외전시관이 없는 곳에 동물을 전시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넓은 생태환경에서 살던 동물이 자연광조차 제대로 쬐지 못하는 비좁은 곳에서 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률상 멸종위기종을 수입하고 보유하기 위한 사육시설 등록 기준이 면적밖에 없다. 한 동물이 건강하게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요소에 방 크기밖에 없다는 것은 모순이다. 야생동물의 보유기준에 동물복지 기준이 빠진 것이다.

수족관이 페팅 주를 확대하는 것은 결국 비용대비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수족관이 그동안 주력했던 것은 돌고래쇼였다. 그런데 돌고래는 학대 논란까지 더해져 수입과 보유 모두가 어렵게 되었다.

체험전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법률적 제한과 기준설립이 필요하다. 현재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2016년 국회를 통과하였으나 기초적인 내용만을 다루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동물원에서 동물에 대한 인식이 형성된다. 열악한 곳에 방치된 동물들, 사람에게 의지해 먹을 것을 구걸하고 원하지 않는데 끌려나와 사람들에게 만져지는 것은 결코 교육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질병의 위험은 예상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법률의 개정과 가이드라인이 절실히 필요하다.


태그:#동물체험, #동물학대, #동물을위한행동, #동물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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