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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단법인 한국독립PD협회는, 고 박환성·김광일 PD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이들의 귀환을 돕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독립PD협회는, 고 박환성·김광일 PD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이들의 귀환을 돕고 있다.
ⓒ 한국독립PD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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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으로 지난 7월 14일 오후 8시 45분경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EBS <다큐 프라임-야수와 방주>를 촬영하던 박환성, 김광일 PD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독립PD협회는 유가족들과 남아공으로 가서 시신을 수습하고 사고 경위를 파악해 돌아왔다.

사고 경위 등 사고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복진오 한국독립PD협회 PD를 지난 1일 서울 환경운동연합에 있는 카페서 만났다. 복 PD는 박환성 PD와 친구로 남아공에 가서 시신을 수습해 돌아온 사람이다. 다음은 복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지난달 29일 박환성, 김광일 PD의 영결식이 있었잖아요. 박환성 PD의 친구이신데 친구를 떠나보내야 해서 가슴이 아프셨을 것 같은데.
"환성이는 독립 PD 중 친한 사람이 많았고 저도 많이 친했거든요. 환성이가 저보다 한 살 어리다는 걸 환성이가 가고 나서야 알았어요. 반말해서 친구로 알았는데 다음에 만나면 뭐라고 해야죠(웃음).

예전에 환성이와 인도에 가서 환성이 프로그램을 같이 촬영한 적도 있고 제가 협회 운영진 일을 할 때마다 저에게 격려와 지지를 보내줬어요. 저도 그 부분이 고마워서 환성이와 각별하게 지냈죠. 그래서 그런지 처음 환성이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환성이가 겪었던 일이 생각나 억울하고 분해서 많이 울었어요. 하지만 아직도 환성이 죽음이 실감 나지 않아요. 멀리 출장 간 것 같고 (어디에) 있는 것 같아요."

- 사고 소식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지난달 18일 제주도 출장을 갔다가 김포공항에 내렸는데 지인에게 환성이가 사고 났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사고라 해서 '국내에서 처리했던 일이 문제가 있나' 생각했지, 죽음이라곤 생각도 안 했죠, 교통사고라고 했을 때도 '다쳤거나 무슨 일이 있나'로 받아들였죠.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죽었다고 전했을 때 죽음을 알게 된 거죠."

- 유가족과 함께 시신 수습과 사고 파악을 위해 남아공에 가셨잖아요. 가셔서 사고 차량에 있던 햄버거와 콜라를 보셨는데... 어떠셨어요?
"송규학 회장님과 협회 대외협력부장인 권용찬 PD, 그리고 저는 환성이와 친분 있어서 현장기록 겸 유품수습 담당해서 갔어요. 사고 차량을 보관하는 장소에서 차량 형태를 확인했죠. 거기 고장 난 핸드폰이라든지 신발이나 시계 등이 남아 있더라고요.

가족과 그걸 수습하면서 콜라나 햄버거 비슷한 게 있더라고요. 콜라는 평상시 환성이가 오지나 밀림 가면 갈증도 나고 (날씨가) 더우면 자주 먹었어요. 함께 인도에 가서 촬영한 경험이 있어서 그걸 보는 순간... 제가 기록 담당인데 촬영하고 싶지 않았어요. 왜냐면 그 모습을 보면 많은 사람이 힘들고 괴로워 할 것 같아서죠. 하지만 있는 그대로 환성이가 마지막 간 길을 기록하는 것도 친구로서 해야 할 일이니 촬영하기는 했죠."

- 사고 경위는 어디까지 파악하셨어요?
"촬영이 끝나고 이동하며 도착할 숙소에 전화도 했대요. 모든 장비를 차에 실었더라고요. 도로는 2차선 국도인데 제한 속도가 빨라요. 웬만한 건 120km 나오더라고요. 가로등도 없어요. 마주 오던 차와 정면충돌했는데 사고 차 뒤에는 남아공 여간호사분 차가 따라왔는데 나중에 조서를 보니까 앞차가 졸음운전 하는 것 같았다고 진술했어요."

- 블랙박스 같은 건 없었나요?
"네. 확인 못 했어요. 거기는 토요일 일요일 모두 쉬더라고요. 저희도 월요일에 맞춰 갔어요. 시신이 수습된 안치소에 갔을 때 경찰이 협조를 잘했어요. 한국 대사관이나 영사분들도 나와서 사전에 조치해 주셔서 저희가 수습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고 절차도 빠르게 진행됐어요."

- 경찰 발표는 어떻게 난 건가요?
"말 그대로 차량 두 대가 사고 났고 사고 원인은 정면 충돌이죠. 상대방 운전자도 사망했어요.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국이 남는 데 그런 자국도 없었어요. 그 현장에 직접 갔는데 그냥 부딪힌 거고. 남아공은 길이 평지이면서도 곡선이에요. 또 사고 난 지역이 곡선이 있으면서도 살짝 나지막한 경사지가 있어서 밤에 운전하기에는 위험한 것 같기는 하더라고요. 앞 차량이 졸음운전을 한 것 같아요."

"시신운구 경비가 없어서 모금 받아 남아공으로 갔다"

 복진오 한국독립PD협회 PD
 복진오 한국독립PD협회 PD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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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해서 남아공에서 화장하게 됐어요?
"한국에서 사고를 인지한 게 사고 난 다음 주 화요일(7월 18일)이에요. 화요일 저녁 동원해서 한국에 있는 가족 연락처 주소를 수소문한 게 19일 아침이죠. 일단 빨리 수습하러 가야 하는데 그럼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아야죠. 그걸 파악하는 데 다행히 독립 PD 중 남아공에서 사셨고 지금도 남아공에 가족이 있는 PD가 계세요. 그분이 많은 정보를 수소문 해주셔서 그걸 바탕으로 권용찬 PD가 남아공에 있는 대사나 영사관분들과 통화해서 어디에 있는지 파악했어요.

그런데 (시신 운구를 위한) 경비가 없는 거예요. 모금하려고 오후 2시 즈음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더니 하루 만에 경비 목표가 넘었어요. 그리고 가족 중 누가 가야 할지 정해졌는데 그때 가봤자 주말은 남아공이 쉬는 날이니까 가도 호텔에만 있어야 하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럴 바엔 준비를 더 하고 일요일 출발해서 월요일 도착하게 하자고 한 거죠.

다행히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셔서 그 경비로 수습을 해오게 된 거죠. 수습할 때 시신을 그대로 방부 처리해서 들어올 경우엔 시신을 인도받아도 함께 못 오고 시신 절차를 밟아 짧게는 10일, 길게는 2주 이상 걸린대요. 가족들은 그 고통이 크잖아요. 그리고 국내에서도 요즘 대부분 화장하잖아요. 현지에서 화장하면 같이 올 수 있다고 해서 가족들이 고민 끝에 화장을 결정한 거죠."

- 복 PD가 기억하는 박환성, 김광일 PD는 어떤 분인가요?
"한국에 자연 다큐멘터리가 많이 없어졌는데 프리랜서 중에도 자연 다큐 하시는 분이 많지 않거든요. 자연 다큐는 극히 드물어요. 그중에서 실력으로 우수한 작품을 많이 만드셨고 실력도 있었어요, 자연 다큐멘터리는 1~2년에 한 편 만들거든요. 박환성 PD는 꾸준히 작품을 잘 만들어내는 편에 속했죠. 실력도 우수해서 방송 관련한 상을 많이 받았고 제가 알기로는 전공도 생물학인가 했더라고요. 그래서 야생과 자연에 대한 이해도가 남들보다 넓어서 그런지 많이 만들었죠.

김광일 PD는 떠나기 전에 알았어요. 박 PD가 힘이 없어 보여서 격려하는 차원으로 모임을 마련했죠. 박 PD에게는 '너 가기 전에 응원할 겸 번개 모임 할 테니 하자'고 했더니 쑥스러워서 뭘 그런 걸 하냐는 데 싫은 듯 좋으면서 해주길 바라는 게 있잖아요. 제가 알아서 한다고 하고 맥주 번개를 했어요, 저도 많이 오리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근데 그날 언론사 인터뷰도 있었고 환성이도 자기가 각별하게 지낸 몇 명을 불렀더라고요. 그래서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모인 거예요. 그때 제가 김 PD를 처음 봤어요.

박 PD가 이번에 같이 출장 갈 사람이라며 김 PD를 소개하더라고요. 자기소개를 에너지 넘치게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환성이와 미국 출장을 다녀왔더라고요. 취재하며 겪은 얘기를 들어보면 성실해 보였어요. 그래서 프로덕션 대표들이 같이 일해 보자고 스카웃 제의도 했죠. 근데 'PD일이 힘드니 그만두고 다른 일 할까' 했었다는 얘기도 했어요. 왜냐면 열심히 일하고 좋은 프로를 만들어도 방송 환경이 안 좋아요. 애도 둘인데 힘들게 부딪히는 거죠. 부인에게도 PD일 하면서 겪은 방송국의 불합리한 점을 많이 토로하고 고쳐지길 바라는 얘기를 하셨더라고요."

사망한 PD, 외부 지원 두고 방송사와 계약 문제로 갈등 생겨

 EBS 외주 다큐 PD가 남아공 현지 촬영 중 사망했다. 사진은 박환성 PD.
 EBS 외주 다큐 PD가 남아공 현지 촬영 중 사망했다. 사진은 박환성 PD.
ⓒ EBS 다큐프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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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환성 PD는 남아공으로 떠나기 전 제작비를 두고 EBS와 분쟁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EBS는 정부 공공기관 지원을 받아 다큐 프라임 제작을 해요. 다큐 프라임은 사전에 어떤 작품을 할 건지 공모를 하고 PD는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템을 내거든요. 이번에 <야수의 방주>가 선정되어 1억 4천을 받았어요.
"<야수의 방주>는 모두 해외 촬영이라서 제작비가 많이 들어요. 그리고 프로그램 질을 높이려면 돈이 더 필요해서 다른 기관에 신청을 했어요. 아이템이 좋고 실력이 좋아 선정된 거예요. 그래서 제작 지원받았죠. 기쁜 마음으로 EBS에 가서 얘기했더니 EBS는 뜻밖에 사전에 얘기하지 않아 계약 위반이란 식으로 나왔다더군요. 그러니 환성이가 그 자리에서 굉장히 당혹스럽고 충격을 받은 거예요.

자기는 자기 아이템을 가지고 다른 데 가서 돈 받아 보면 '박환성 PD 역시 실력답게 대단하십니다. 더 잘 만들어서 방송하세요. 박환성 PD 노력으로 인해서 프로그램 질이 좋아질 겁니다. 우리가 못 해 드렸는데 잘됐네요'를 기대한 거예요. 근데 계약서 조항을 나름대로 자기들 유리하게 해석해서 압박하니 환성이도 순간적으로 당황해 계약해지나 파기 얘기를 했죠. 만약 EBS에서 그렇게 안 해준다면 EBS쪽의 계약을 포기해서라도 제작하고 싶다고 했죠. 하지만 그럴 경우엔 EBS와의 위약 조건이 있고, 지원금을 받은 전파진흥협회와 계약 문제에도 EBS가 간섭하려는 걸 환성이가 느낀 거예요.

환성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여기 저기 전화해서 알아보고 저에게도 (문제) 제기할 때 전화했어요. 그래서 담당자를 소개해 줬어요. 협회에서 도움을 주지만 잘 쉽게 안 풀려요. 몇 번 통화하는 데 힘없는 것 같아서 환성이 사무실로 가서 만났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빨리 끝날 상황이 아니라 환성이도 괴로워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저에게 특위 같은 걸 협회에서 꾸리고 할 경우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거든요. 딴 사람이면 안 했을 거예요. 왜냐면 저도 일을 하기 때문에 많이 지치고 재충전이 필요한 상태라서요. 그러나 환성이 부탁이라서 거절 안 하고 '어떻게 하라'고 알려줬죠. 근데 협회 회장님께서 EBS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EBS와 일을 많이 해보고 연륜이 있으신 분이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최영기 회장님을 지목해서 환성이도 동의했어요. 대신 전 부위원장이 됐죠.

출장 가면서 여러 사람에게 전화했더라고요. 저는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촬영에 집중하라'고 했어요. 왜냐면 성격을 알거든요. EBS 건 때문에 집중 못 해요. 너무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러지 말라고 맥주 번개로 기분을 풀어준 거고 공황에서 전화 왔을 때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고 했거든요. 그러나 예상대로 아프리카 가서도 EBS 건 때문에 뭐든 제대로 안 됐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사고가 났다고 봐요. 좀 더 즐겁게 일했다면 운전하든 뭘 하든 정신 집중을 더 했을 거예요."

- 독립 PD에 대한 지상파 '갑질'이 심하다던데 어느 정도인가요?
"갑질 심한 경우도 있죠. 그러나 흐름이나 분위기로 봤을 땐 전체적으로 EBS와 SBS쪽이 갑질은 덜하다는 평가가 나왔었거든요. 지상파에서 갑질 당한 PD들 사례를 들어보면 굉장히 심한 '갑질'을 당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대체로 다른 데(방송사)에 비해서는 (EBS나 SBS가) 그렇게 나쁜 축에 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방통위나 정부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주면 좋겠다"

- 이처럼 불행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려운 문제 같지만, 굉장히 쉬운 문제라고 봐요. 사실 (책임 프로듀서가) 자체적으로 눈치 보지 말고 (규정을 지키면) 방송국에 있는 사장이 이 문제 해결 안 해도 돼요. CP나 EP 등 책임 있는 프로듀서들이 생각만 바꿔 규정을 (제대로) 적용하면 지금 같은 문제는 해결돼요. 근데 PD는 사장 눈치 봐야 하고, 사장은 정권의 눈치를 봐야 하고, 제도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핑계 때문에 자기네가 할 수 있는 권한을 포기하는 거예요. 자기네가 질 수 있는 책임을 안 지는 거예요.

표준 계약서도 상황에 따라 책임 있는 PD가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요. 그래서 쉽게 가려고 하면 쉽게 고쳐지는 거예요. 담당 PD가 규정을 따지는 건 자기가 책임 안 지려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제작비를 삭감해 회사에 얼마만큼 이익을 줘 자기 인사 고가에 반영하려고 하는 실적 욕심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거든요. 표준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그 속에서도 얼마든지 계약합의 그리고 계약 책임자로서 융통성이 있는 거예요. 그러나 그걸 안 해온 거죠.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독립 PD들의 처우나 환경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던 거예요. 이런 얘기를 하면 그분들에게는 그 개념조차 없어요. 그런 관점에서 생각을 못 하고 '이상한 소리 한다'고 해요. 입장 바꿔서 생각하면 자기네 입장 다 버리고 이 사람 주장이 일리가 있는지 생각해서 전향적으로 해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는 거죠. 방통위까지 안 가고 담당자가 할 수 있는 문제예요. 그러나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제도적, 법률적으로 가려고 하는 거죠."

 복진오 한국독립PD협회 PD
 복진오 한국독립PD협회 PD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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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으로 못한 말 있으면 해주세요.
"안타깝게도 두 PD가 죽음으로써 이 문제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정부나 언론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도 이런 문제들을 좀 더 정리하고 불공정 관행에 대한 사례를 국감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해요. 단순하게 계절이 바뀌듯이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바뀌어서 기존에 있던 문제로 되돌아가는 사태가 되지 않기 위해서, 협회 차원에서도 총력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거든요.

이 뜻을 이해해서 방송 관련 행정 하시는 분들도 먼저 더 적극적으로 어떤 게 문제인지 알아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TF나 특위를 만들 듯이 방통위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원인 파악을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안이나 방안이 나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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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